-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32023-09-22 20:45:06(어째서...... 어떻게, 깨달았지......?) 해주의 의식 동안은 어쨌든 정신이 없었고, 특히 후반부에는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쓸데없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때는,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에 정신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일로 당황스러웠지만, 미소를 지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엘세는 무언가를 속이려고 할 때 항상 오른쪽 아래를 쳐다보곤 했어. 그런 버릇도 변하지 않았구나." "............!"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펠릭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를 잘 보고 있었고, 나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겁에 질려서 펠릭스를 올려다보니,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흔들림이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22023-09-22 20:23:12원래 성녀는 신전의 부지에 묻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엘세는 부모님의 곁에 있기를 원했는지, 루피노의 주도로 그녀의 유골은 고향의 묘지에 안장되었다. [...... 미안해, 엘세] 그 후로도 몇 번이고 그녀의 고향을 찾아서, 무덤 앞에서 사과의 말을 되뇌었다. ㅡㅡ약함은 죄다. 내가 약해서, 엘세는 죽었다. 내가 약하니까, 엘세는 살해당했다. (보호받고 구원만 바랄 수밖에 없는 나는 너무 어리고, 정말 무력해) 아무리 후회해도 부족하다. 그날의 엘세의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계속 이 자리에서, 엘세의 곁에서, 그냥 계속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엘세가 준 생명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나, 꼭 강해질래. 그러니 지켜봐..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1(2)2023-09-22 19:34:56그것들은 마치 엘세를 노리고 있던 것처럼, 그녀에게로 곧장 달려들었다. [어, 어째서? 여기서, 못 나가겠어 ......!] "...... 서, 설마......." 그리고 나와 엘세, 마물들을 둘러싸듯이 결계 같은 것이 쳐져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엘세는 결계를 풀려고 했지만 연이어 공격해오는 마물들 때문에 불가능했고, 결국 그녀는 혼자서 모든 마물을 쓰러뜨렸다. 수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아무 힘도 없었던 나는, 그녀의 뒤에서 그저 보호받고 있을 뿐이었다. [...... 아얏 ...... 당해버렸어 ......] 어느새 그 자리에 쓰러지듯 누워버린 엘세의 새하얀 성녀복은, 그녀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어서, 치유 마법을 ......!] [......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어] 급히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1(1)2023-09-22 19:33:11리비스 제국의 제3황자로 태어난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저주에 의해 몸을 망가졌었다. 치료법도 없이, 끝없는 고통과 괴로움과 함께 천천히 죽음을 기다릴 뿐. 딱 한 번 만난 아버지는 '운이 나빴구나'라는 말만 했다. 내 인생이 그런 말 한마디로 끝난다고 생각하자, 이 세상 모든 것을 저주하기까지 했다. 나를 낳았다는 이유로 비난받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도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고)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만 하고 살았다. 내가 사는 별궁의 시녀들이 친절하게 대해준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8세의 가을, 저주의 증세가 악화되어 생사를 넘나들었다.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더 이상 이런 고생을 하기 싫었고, 차라리 죽는 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52023-09-22 18:49:34그때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으으......."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으로 미칠 것만 같다. 시간 감각이 없어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진다. 마법진의 위에 대고 있는 왼손이 저주에 침식되어 검게 변하고, 온몸에 불타는 듯한 통증과 열이 퍼져나간다. (아직 부족해...... 더욱 많은 마력과 피가 필요해.) 피가 빠져나가면서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그래도 확실히 저주 자체가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분명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담아서 필사적으로 저주를 밀어낸다. "티아나! 대체 무슨 짓을......" 등 뒤에서 펠릭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가 무사히 그 마물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곧장 무슨 짓을 하는지..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42023-09-22 01:33:38펠릭스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자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곧바로 막대로 불을 켜자, 그곳은 수많은 마물의 시체로 가득 차 있었다. "뭐야, 이거 ......" 아까부터 발밑에서 물소리가 났던 것도, 모두 마물의 피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몬스터와 싸워본 나조차도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무심코 뒤로 물러선 내 등을, 펠릭스가 부드럽게 받쳐주었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당연한 반응입니다. 아마 내부에서 태어난 마물이 결계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서로 잡아먹고 있었겠죠." 마물이라는 것은 짙은 독기에서 태어난다. 독기는 문으로 새어 나갔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마물 자체는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즉, 이 공간에서는 고독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32023-09-21 22:51:56동굴에 들어선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티아나, 물러나세요" "네!" "이쪽의 마물은 제가 맡겠습니다." 저주에 걸리기 전에는 가장 안쪽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만날 때마다 쓰러뜨리며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이 두 사람, 정말 대단해) 펠릭스와 루피노가 아니었다면 반나절 이상운 걸렸을 것이다. 순식간에 몬스터를 베거나, 마법으로 흔적도 없이 쓰러뜨리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나는 그저 두 사람 사이를 살금살금 걷고 있을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제 거의 끄트머리일까요ㅡㅡ아얏......!" "괜찮으십니까?" "네, 머리를 부딪혀서...... 죄송해요..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2(2)2023-09-21 22:02:09(나, 그런 얘기까지 했었나? 17년 전이라서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물론 이것만으로 정체가 들통나지는 않겠지만, 쌓이면 문제가 생긴다. 조심해야겠다. 그런 와중에 루피노가 '티아나 님'이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 로드, 정말 멋집니다." "고마워! 오늘 아침에 받은 지 얼마 안 됐거든." 그렇다. 손 안에서 빛나는 막대는, 펠릭스가 오늘 아침 간신히 마련해준 것이다. 아름다운 은빛 막대의 윗부분에는 커다란 마석들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하나면 된다고 했는데, 펠릭스가 고민할 바에는 다 골라야 한다며 다 사버렸어). 보석상을 불렀을 때 그도 함께 동행한 결과, 어마어마한 금액의 쇼핑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것으로 효율이 꽤 좋아질 것 같아) 마..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2(1)2023-09-21 22:01:27(왜 그런...... 게다가 루피노는 아무나 만지는 사람이 아닐 텐데) 루피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는데, 엘프의 피가 진하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럴 때면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힘든 이별을 경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시 엘세의 죽음이 관련이 있는 걸까?) 좋아한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으니 많이 슬퍼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역시 가슴이 아프다. 나는 뺨에 닿은 루피노의 손을 잡고서, 마치 악수하는 것처럼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나는 차기 황후이니, 깊은 뜻이 아니더라도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루피노가 혼날 것이다. "고마워. 나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 괜찮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다시..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붉은 동굴 12023-09-21 21:27:37"어라...... 거, 거짓말이지 ......?" 무도회를 무사히 마친 다음 날, 나는 아침부터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서 충격을 받은 채로 식당으로 향했다. 마주친 펠릭스도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챘는지, 눈썹을 치켜세웠다. "티아나? 무슨 일이시죠?" "페, 펠릭스 님, 부탁드릴 게 있어요......" "말씀해 보세요."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펠릭스는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새 로드를 빨리 준비해 주셨으면 해요." "...... 로드요?" "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러진 바람에......" 6일 뒤면 저주받은 땅 중 하나인 붉은 동굴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로드가 뚝 부러져 버린 것이다. 그 아이 또한 수명..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빙글 돌아서, 어머 큰일이네 3(2)2023-09-21 21:03:09이윽고 홀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뀌자, 주인공인 우리가 춤을 출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저와 함께 춤을 추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내민 손을 잡고서 홀 중앙으로 향한다. 사실 나는 누워있었고, 펠릭스는 바빴기 때문에 단 한번도 함께 연습을 하지 못했다. (조금 불안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 기분 좋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갔는데, 펠릭스의 리드가 너무 잘 되어서인지 의외로 쉽게 춤을 출 수 있었다. 힐끗 정면을 올려다보니, 투명한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는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지금의 펠릭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뛰었다. (정말 그림책에 나오는 왕자님 같아) 이렇게 펠릭스와 춤을 추고 있자니, 마치 내가 공주님이 된 것 같은..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빙글 돌아서, 어머 큰일이네 3(1)2023-09-21 21:02:21(왜 그녀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설마 자라 님은.......슈리스 후작가는 파론 신전 사람과 연관이 있는 걸까? 원래 왕국과 제국이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후작 가문이라면 대대로 연줄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펠릭스가 말한 것 같지도 않고 ...... 그리고 나에 대해 누구보다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그녀인 것 같아) 아까의 영애들과는 달리 귀찮아 보이는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라 님에게 변함없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 그런 근거 없는 소문이 자라 님에게까지 전해지다니 ...... 부끄럽네요." "근거 없다고요?" 그 비웃는 듯한 미소를 보니, 확실한 경로를 통해 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음을 알 수 있다. "펠릭스 님도 딱하게 되셨지. 아무런 힘도 없는 성녀를 이용..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빙글 돌아서, 어머 큰일이네 22023-09-21 20:18:33그들은 나를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무시하면서, 제국의 귀족 여성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고 은근히 무시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괴롭힘 같네, 귀여워). 하지만 그녀들보다 정신연령이 높으며, 현세에서 대부분의 삶을 학대받았고 전생에 여러 가지 수난을 겪은 나로서는 귀엽기만 했다. 나는 미소 짓고서, 가장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던 영애의 손을 꽉 잡았다. "아뇨,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있었네요. 죄송해요." "네? 그, 그런가요 ......" "그래서, 찻잎에 대한 이야기였죠? 여러분은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전 황후께서 좋아하셨던──......" "네?" "그리고 마수정에 관해서는 아리아네 상회가ㅡㅡ" 유행은 20년 단위로 반복된다..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빙글 돌아서, 어머 큰일이네 12023-09-21 19:35:47"좋은 아침이에요, 펠릭스 님." "예. 함께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군요." 5일 동안 고열로 잠을 설쳤지만, 드디어 컨디션이 회복되어 펠릭스와 함께 아침을 먹게 되었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그는 위문품을 너무 과할 정도로 선물해 주어서, 메이드들은 '사랑받고 있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 등등을 말하며 수다를 떨었다. (역시나 펠릭스,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는 센스가 대단해. 나도 원만한 관계의 어필을 열심히 해야겠어)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시죠?" "느긋하게 산책과 조사를 하며 보낼 생각이에요." "무도회도 가까워졌으니 무리는 하지 마시길." "네, 조심할게요." 그렇다. 내가 잠든 사이에 무도회까지는 3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누워 있으면서도 침대에서 필사적으로 참석자의 명단 등을..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사랑스러운 옛 모습을 쫓아서 42023-09-21 01:29:32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펠릭스의 침실 소파에서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내 동요가 가라앉기를, 그리고 펠릭스가 평온한 마음을 갖기를 기도하며 끓인 오렌지플라워의 차가 둘 놓여 있다. "............" "............"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거야? 오히려 무서워)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펠릭스는 침묵을 지켰다. 불안해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멋대로 행동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시겠지만, 저는 마력이 별로 없어요." "네." "그런 와중에 그런 상황을 되어서 치유 마법을 썼지만, 금방 마력이 떨어져서...... 절망하면서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했거든요." 여기까지는 모두 사실다. 거짓말을 잘하는 비결은 진실을 섞는 것이라고 하니, 사실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