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홀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뀌자, 주인공인 우리가 춤을 출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저와 함께 춤을 추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내민 손을 잡고서 홀 중앙으로 향한다.
사실 나는 누워있었고, 펠릭스는 바빴기 때문에 단 한번도 함께 연습을 하지 못했다.
(조금 불안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
기분 좋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갔는데, 펠릭스의 리드가 너무 잘 되어서인지 의외로 쉽게 춤을 출 수 있었다.
힐끗 정면을 올려다보니, 투명한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는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지금의 펠릭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뛰었다.
(정말 그림책에 나오는 왕자님 같아)
이렇게 펠릭스와 춤을 추고 있자니, 마치 내가 공주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후후."
"왜 그러세요?"
"아뇨, 즐거워서."
돌이켜보면, 과거에 몇 번인가 펠릭스에게 춤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펠릭스는 연습을 멈추려들지 않아서,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 내가 어른이 되면, 엘세를 멋지게 리드하며 춤을 추기 위해서야]
[어머, 펠릭스도 참 정말 귀여워!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할게]
(사과처럼 빨간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귀여웠어...... 앗, 혹시 그때부터 나를 좋아했던 걸까?)
그런 대화를 떠올리며, 설마 이런 식으로 실현될 줄은 몰랐다며 다시 한번 미소 짓는다.
당시의 펠릭스는 좋게 말해도 잘하지는 못했던 기억이었으니, 분명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한다.
"펠릭스 님, 춤을 정말 잘 추시네요."
"당신이야말로. 놀랐습니다."
(나는 옛날부터 운동신경이 좋았는걸. 지금은 몸이 허약해져서 흔적도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턴을 한다. 그러다 문득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루피노와 눈이 마주쳤다.
눈부신 미소에는 미소로 답해준다. 그러고 보니 그가 얼마 전 춤추자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
(루피노도 인기가 많겠지만, 분명 펠릭스와 춤추자는 사람도 끊이지 않을 거야)
제국은 왕국에 비해 자유로운 면이 많아서 여성도 춤을 신청할 수 있으며, 기혼과 미혼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혼잡한 상태로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펠릭스의 모습을 상상하여 살짝 웃음이 나올 때였다.
"......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죠?"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아서 내심 놀랐다.
"네? 음, 이후에 펠릭스 님에게 춤의 신청이 쇄도할 것 같아서요."
이후에는 우리도 다른 상대와 춤을 출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는 티아나 이외 하고는 춤출 생각이 없습니다."
"네?"
춤도 사교에 필요한 것이다. 펠릭스는 바쁜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사교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고 들었는데, 왠지 의외였다.
내 오른손을 잡고 있던 펠릭스가 갑자기 손에 힘을 주며 꽉 움켜쥐었다. 등 뒤로 돌려진 손에 이끌리자 더욱 정돈된 얼굴이 가까워졌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러니 당신도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군요."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것도 원만한 어필을 위한 것일까?)
이유야 그것밖에 없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펠릭스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였고, 집착하는 듯한 그 두 개의 푸른 눈동자는 소중한 기억 속의 그것과 겹쳐졌다.
"......아, 알겠어요."
그리고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