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붉은 동굴 2(2)
    2023년 09월 21일 22시 02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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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런 얘기까지 했었나? 17년 전이라서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물론 이것만으로 정체가 들통나지는 않겠지만, 쌓이면 문제가 생긴다. 조심해야겠다.



     그런 와중에 루피노가 '티아나 님'이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 로드, 정말 멋집니다."

    "고마워! 오늘 아침에 받은 지 얼마 안 됐거든."



     그렇다. 손 안에서 빛나는 막대는, 펠릭스가 오늘 아침 간신히 마련해준 것이다. 아름다운 은빛 막대의 윗부분에는 커다란 마석들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하나면 된다고 했는데, 펠릭스가 고민할 바에는 다 골라야 한다며 다 사버렸어).



     보석상을 불렀을 때 그도 함께 동행한 결과, 어마어마한 금액의 쇼핑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것으로 효율이 꽤 좋아질 것 같아)



     마법 효과를 상승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법 공격을 막는 결계까지 있다. 가격은 입이 벌어질 정도지만, 이 막대로 최선을 다해 일해볼 생각이다.



    "정말 감사해요.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요."

    "예. 기뻐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막대는 성령석이라는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어서, 한 번 마법을 걸면 그 성녀의 소유가 된다.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막대를 쓰다듬자 조금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출발한 지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동굴이 있는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마차에서 내려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 정말 끔찍해)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때문에 숲의 풀과 나무는 모두 말라죽었고, 생물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죽음의 숲'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티아나, 괜찮은가요?"

    "네, 괜찮아요. 가요."



     비가 그친 것만이 유일한 위안일 것이다. 펠릭스가 내민 손을 잡고서 숲 속을 걷는다.



     루피노가 금방 결계를 만들어 주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독기가 짙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실례지만, 잠시 손을 떼겠습니다."



     전방에 거미 모양의 몬스터 몇 마리가 나타나자, 펠릭스는 내 손을 떼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조용히 검을 뽑았다.



     그 뒤로는 순식간이었다. 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괴물들은 순식간에 살덩어리가 되어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마, 마법을 쓰지 않고도 ...... 대단해......!)



     내가 알던 펠릭스는 검을 쥐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던 녀석이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까?



     검을 칼집에 넣고 바로 옆으로 돌아온 펠릭스는 기분이 나빠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네. 펠릭스 님, 정말 강하시네요."

    "아니요,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아직도 부족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이후에도 몬스터를 쓰러뜨리며 진행하여, 무사히 우리는 붉은 동굴에 도착했다.



    "............!"



     심연의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앞에서,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뭐야, 이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해)



     루피노가 완벽한 결계를 쳐놓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짙은 독기와 저주의 기운에 숨을 쉬는 것조차도 주저하게 된다.



     전생에서도 나는 많은 저주를 보아왔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흉측한 저주였다.



    (이런 것, 절대 존재해서는 안 돼)



     무심코 손바닥을 꽉 쥔 나를 보고, 펠릭스는 "괜찮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펠릭스와 제국의 백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저주에 시달려왔다. 그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 네, 괜찮아요. 이제 가볼까요?"



     그렇게 우리는, 붉은 동굴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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