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붉은 동굴 3
    2023년 09월 21일 22시 51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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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에 들어선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티아나, 물러나세요"

    "네!"

    "이쪽의 마물은 제가 맡겠습니다."



     저주에 걸리기 전에는 가장 안쪽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만날 때마다 쓰러뜨리며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이 두 사람, 정말 대단해)



     펠릭스와 루피노가 아니었다면 반나절 이상운 걸렸을 것이다. 순식간에 몬스터를 베거나, 마법으로 흔적도 없이 쓰러뜨리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나는 그저 두 사람 사이를 살금살금 걷고 있을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제 거의 끄트머리일까요ㅡㅡ아얏......!"

    "괜찮으십니까?"

    "네, 머리를 부딪혀서...... 죄송해요."



     안은 상당히 어두워서 가끔씩 천장이 상당히 낮은 곳도 있으며, 깊은 물웅덩이가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두 사람은 그런 나를 때때로 도와줘서, 미안함에 짓눌릴 것만 같다.



    (점점 더 독기가 짙어지고 있어...... 숨이 막힐 것 같아)



     루피노의 결계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큰 폭포도 있었는데, 이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공기의 영향을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아팠다.



    (대체 어떻게 이런 저주가 생긴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가장 안쪽에 도착한 우리는,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암벽 속에 청동으로 만든 낡은 문이 박혀 있다. 저주의 기운과 독기는 모두 이 문의 안쪽에서 느껴졌다.



    "이 안쪽에 원인이 있을 것 같네. 루피노, 괜찮아?"

    "예...... 이곳에 오면 기분이 나빠져서요."



     그렇게 말하는 루피노의 안색이 심하게 좋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결계가 있어도, 엘프인 그에게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불쾌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도 여러 번 문을 열려고 했지만, 상처 하나도 내지 못했습니다."



     펠릭스는 그렇게 말하며 문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그러자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펠릭스의 손이 튕겨져 나가며, 순식간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짓물렀다.



    "아니......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 정도는, 별 것 아닙니다."



     나는 서둘러 오늘 처음으로 치유 마법을 써서 펠릭스의 손을 치료했다.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결계가 쳐져 있는 거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 시도해 봤지만 무리였습니다."



     이 결계는 꽤나 복잡하고, 게다가 여러 겹으로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짙은 독기 때문에 만질 수 없어서, 결계를 깨기 위해 필요한 분석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루피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곧장 문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는 펠릭스를 탓했지만, 역시 만져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한 번 손을 뻗어보자.



    "...... 어머? 엥?"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내 손은 그대로 공기를 가르며 문에 닿았다. 차갑고 차가운 녹슨 구리의 감촉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내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펠릭스와 루피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째서?)



     이유를 알 수 없어 이번에는 반대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닿아서,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티아나는 결계를 무력화하는 거죠?"

    "모,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펠릭스도 루피노도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당황하면서도, 일단 두 손을 떼고서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 저기, 루피노. 결계를 통과하는 방법은 분명 두 가지 있었지?"

    "예. 결계의 마법 공식을 완전히 분석한 후, 그 안에 담긴 마력 이상의 힘으로 깨뜨리던가ㅡㅡ결계와 같은 마력의 소유자라는 것."

    "............"



     역시, 그 두 가지밖에 없다. 이번의 경우는 확실히 전자가 아니니, 그렇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이 결계의 마력이. 나의 마력과 같아......?"



     마력은 사람마다 달라서, 똑같은 마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 결계는 나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설마, 그런...... 거짓말이지......?)



     끔찍한 예상을 해버려서, 핏기가 가신다.



    "티아나? 괜찮아요?"

    "아, 네. 죄송해요, 놀라고 말아서......"



     펠릭스가 어깨를 두드리자, 정신이 번쩍 든다. 걱정은 되지만 지금은 우선 저주를 푸는 것이 우선이다.



    "어쨌든, 문을 열어볼게요."

    "예.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 즉시 그만두도록 하시고요."

    "알겠어요."



     다시 한번 천천히 문을 만지고서, 힘껏 밀어 본다. 그러자 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움직였다.



     틈새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와서, 황급히 닫는다.



    "저, 정말로 열릴 것 같네요...... 제 마력으로 펠릭스 님을 덮는다면 똑같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가 보지요. 루피노 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해 주세요."

    "예, 여기에서 두 분의 결계를 유지하겠습니다."

    "고마워. 조심해."

    "예. 두 분도 무사히 다녀오세요."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창백한 얼굴로 사과하는 루피노에게,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부정한다.



     루피노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 공간에서 살아있을 수조차 없었을 테니까.



    "그럼, 마력을 흘려보낼게요."



     펠릭스의 큰 손을 잡고서 그를 감싸는 이미지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런 뒤에 펠릭스가 다시 문을 향해 손을 뻗자, 방금 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결계를 통과하였다.



    (역시 최악의 예상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펠릭스도 정체 모를 마력을 가진 나를 불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



    "...... 이 앞부터는 아무것도 몰라요. 절대로 제 곁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무거운 문을 만지며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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