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붉은 동굴 2(1)2023년 09월 21일 22시 01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왜 그런...... 게다가 루피노는 아무나 만지는 사람이 아닐 텐데)
루피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는데, 엘프의 피가 진하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럴 때면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힘든 이별을 경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시 엘세의 죽음이 관련이 있는 걸까?)
좋아한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으니 많이 슬퍼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역시 가슴이 아프다.
나는 뺨에 닿은 루피노의 손을 잡고서, 마치 악수하는 것처럼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나는 차기 황후이니, 깊은 뜻이 아니더라도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면 루피노가 혼날 것이다.
"고마워. 나는 절대 죽지 않을 테니 괜찮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다시는 그렇게 누군가를 남겨두고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분명 같은 성녀인 나와 엘세를 겹쳐 보고 있는 거야)
분명 괜찮을 거라는 마음을 담아서 똑바로 쳐다본다. 그러자 루피노는 아름다운 벌꿀색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입가를 들었다.
"...... 고맙습니다. 부디 제가 당신을 지켜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야 물론이지! 고마워, 정말 든든해."
루피노가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내심 안심이 된다. 나는 그에게서 부드럽게 손을 떼고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의 양손을 맞부딪쳤다.
"아, 맞아. 모처럼 권유해 줬는데도 무도회에서 함께 춤을 추지 못해서 미안해."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혹시 폐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나요?"
"응. 역시 미래의 황제 부부로서 원만한 관계가 필요한 것 같아서 ...... 펠릭스 님은 참 진지한 분이셔."
그렇게 말하자, 루피노는 어째선지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항상 제국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계십니다. ...... 그러면서도 아주 서툰 분이지요."
"서툴다니? 펠릭스 님이?"
"예.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의 펠릭스는 완벽하게 보이지만, 오래 알고 지낸 루피노에게만 보이는 일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도 저 정도로 올곧게 되고 싶군요."
그 말의 의미도,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루피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붉은 동굴을 향해 출발했다. 나와 펠릭스가 마차의 좌석에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 루피노가 앉아 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황족용 마차를 안 썼기 때문에, 승차감이 별로 안 좋을지도 모릅니다."
"아뇨, 지금 당장 잠들 수 있을 정도예요."
내가 오랫동안 사용하던 침대보다 두 배는 더 부드러워서,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없다. 다만 날씨가 매우 나쁘다.
일정을 취소할까 고민했지만, 다른 날로 미루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결국 강행하기로 했다.
"폐하와 함께 이렇게 성 밖으로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예. 어렸을 때는 자주 나갔었지만요."
펠릭스와 루피노는 역시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사이가 좋아 보인다. 형과 동생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비가 많이 오는군요."
"예. 하지만 저는 원래부터 비를 좋아했어요. 아, 그래도 이렇게나 많이 내리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요."
"............"
잔잔한 빗소리와 비 온 뒤의 깨끗해진 거리를 나는 예전부터 좋아했다. 그렇게 말하자, 펠릭스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펠릭스 님?"
"...... 아뇨, 예전에 같은 말을 했던 분이 계셔서."
"앗."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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