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빙글 돌아서, 어머 큰일이네 12023년 09월 21일 19시 35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좋은 아침이에요, 펠릭스 님."
"예. 함께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군요."
5일 동안 고열로 잠을 설쳤지만, 드디어 컨디션이 회복되어 펠릭스와 함께 아침을 먹게 되었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그는 위문품을 너무 과할 정도로 선물해 주어서, 메이드들은 '사랑받고 있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 등등을 말하며 수다를 떨었다.
(역시나 펠릭스,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는 센스가 대단해. 나도 원만한 관계의 어필을 열심히 해야겠어)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시죠?"
"느긋하게 산책과 조사를 하며 보낼 생각이에요."
"무도회도 가까워졌으니 무리는 하지 마시길."
"네, 조심할게요."
그렇다. 내가 잠든 사이에 무도회까지는 3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누워 있으면서도 침대에서 필사적으로 참석자의 명단 등을 머릿속에 입력해 두었으니, 어떻게든 될 것 같다.
(펠릭스의 인기는 메이드들에게도 많이 들었는걸, 분명 전장이 될 테니까)
황제이며 수려한 외모에다가 마법도 검도 잘 다루고, 말투도 부드럽고, 인품도 좋은 사람이다. 펠릭스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다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면서도 엘세를 좋아하다니, 너무 유별나).
어쨌든 차기 황후로서도 성녀로서도 얕보일 수는 없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마리엘과 함께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자, 맞은편에서 낯익은 금빛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바이런, 안녕."
"좋은 아침입니다, 성녀님."
그날 이후 바이런의 태도도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성 안은 물론이고 국내 전체에 기사들을 구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내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것을 노린 것은 아니지만, 성녀의 존재로 인해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그 후, 나는 도서관에서 마력의 증감에 대해 조사했지만, 역시 참고할 만한 책은 찾지 못했다.
"내 마력, 어디로 간 걸까......"
로드에서 흡수한 마력도 다 써버렸고, 잠든 사이 회복된 것은 역시나 15% 정도였다.
마치 뚜껑을 꽉 닫아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 하아"
"한숨을 쉬다니, 어떻게 된 건가요?"
그런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책을 한 손에 들고 나를 내려다보는 루피노의 모습이 있었다.
그와 만나는 것은 마법의 탑 이후 처음이다. 전의 고백이 떠올라 잠시 당황했지만, 급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루피노는 입이 무뚝뚝하고 많이 아니깐, 그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저기, 마력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아는 거 있어?"
"마력이 줄어든다라."
루피노는 턱에 손을 대고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인간의 마력을 빨아들이는 마물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있지요. 필요하다면 문헌을 찾아보겠습니다만."
"그런 마물이 있어? 응, 부탁해."
역시 루피노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상 내가 알아봐도 소용없을 것 같다.
"혹시 괜찮다면, 무도회에서 저하고도 춤춰 주시면 좋겠는데요."
"그야 물론이지. 춤만은 잘 추는걸."
"그거 기대되는군요."
발견하는 대로 연락하겠다는 루피노와 헤어지고, 그 후 체력 단련을 위해 왕성 안을 계속 산책했다.
◇◇◇
그리고 맞이한 당일. 드레스와 화장으로 완전무장한 나는, 나 자신을 공개하는 자리인 무도회에 참석하였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비추는 왕성 안의 무도회장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티아나, 괜찮아요?"
"네, 감사해요."
"그거 다행이군요."
옆에 서 있는 펠릭스가 빙긋이 웃자, 뒤에서 아가씨들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아나로서는 첫 사교의 무대겠지만, 몸이 기억해 줘서 다행이야)
만약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학력도 없고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한 나는 사교계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웠을 것이다.
"어머, 저분이 성녀님? 정말 아름다우셔......!"
"마치 여신 같네요. 폐하와 잘 어울려요."
마리엘과 메이드들이 다듬어준 덕에, 내 인상도 좋아 보여서 내심 안도한다.
펠릭스가 선물한 제국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든 푸른색 드레스는, 처음 봤을 때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의 눈동자 색과 잘 어울리는 것도 있어서, 오늘도 원만하다는 어필은 완벽하다며 스스로 감탄할 정도다.
(그건 그렇고, 펠릭스는 정말 눈부셔)
남색과 금색을 기본으로 한 정장에 화려한 장식을 한 펠릭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군요, 티아나."
"호, 호호...... 당신도 그래요."
초대받은 손님들이 하나둘씩 인사하러 오는 가운데, 펠릭스는 틈틈이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볍게 허리를 껴안고서 귀에 대고 그렇게 말하니, 아무리 나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
"아주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네, 이제 제국의 미래도 평안하겠네요."
역시 우리 사이가 좋은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영애들로부터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외국의 여자가 황후의 자리를 빼앗아 가는걸. 당연해)
그 와중에도 펠릭스는 대신들과 나눌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에게 다가가 괜찮다고 웃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네. 저도 친구가 필요하니, 괜찮아요."
혼자가 된 순간, 사람들이 몰려든다. 차기 황후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어쨌든 교류를 넓히고 싶다.
몇몇 파벌 같은 모임을 방문하며 다양한 정보를 입수해 나간다. 현재 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유일한 공녀가 사교계의 중심인물인 것 같다.
(오늘은 아직 오지 않은 걸까. 초대 손님 명단에 이름이 있었던 것 같았은데......)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자,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어와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몇 명의 영애들의 모습이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네, 성녀님은 책에서만 보았거든요."
처음부터 뭔가 수상한 기류가 느껴졌지만, 미소 지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친다. 그러던 중, 그녀들은 방금 전까지 가시 돋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던 영애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대화는 제국 여성들의 유행 등의 공부가 될 만한 것들이라서, 얌전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래서, 지난번의 야회에서......."
"어머, 부럽네요! 실은 저도 얼마 전에
젊은 여성답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어느새 조용히 있던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죄송해요, 저희 얘기만 해서......"
"혹시 성녀님은 모르는 이야기였을까요?"
"그야 그렇죠. 파론 왕국 분인걸요."
"............"
그 입가에는, 분명한 조롱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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