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사랑스러운 옛 모습을 쫓아서 3
    2023년 09월 20일 23시 51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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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죄송하지만, 실례 좀...... 할게요......!"

    "!? 뭡니까, 갑자기!"



     노크만 하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서 무례하게 집무실로 들어선 나를 향해, 바이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화를 냈다.



     펠릭스도 깜짝 놀랐는지, 얼음처럼 푸른 눈동자를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휴우....... 그...... 로드를......."



     체력이 너무 부족하여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필사적으로 숨을 가다듬은 나는, 곧장 펠릭스의 책상으로 가서 로드를 움켜쥐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그 순간, 펠릭스는 바로 반응하며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품을 가져가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 로드를 빌리고 싶어요! 꼭 필요해요......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요."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필사적인 내 모습에, 펠릭스도 무슨 일인가를 깨달은 모양이다. 나중에 보고가 이루어진다 해도, 황제의 귀에 곧바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 드릴 테니......!"



     어쨌든 지금은 1분 1초가 아깝다.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대로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가급적 힘을 숨긴다고 했지만, 이런 건 나답지 않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한 명이라도 더 눈앞에 있는 생명을 구해야만 해)



     폐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쉬지 않고 달려서 기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티아나 님! 그 막대는......?"



     부상자 치료를 돕고 있던 마리엘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로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막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 성녀의 것이고, 펠릭스가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상자 앞에 무릎을 꿇고서 로드를 꼭 쥐었다.



    (...... 오랜만이야. 이렇게 망가진 너한테 기대고 말아서, 정말 미안해.)



     상처투성이의 막대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고,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막대를 불렀다.



    (볼품없는 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너무 부탁만 해서 정말 미안해)





    (제발 한 번만 더, 힘을 빌려줘ㅡㅡ!)





     그렇게 강하게 다짐하는 순간, 막대가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몸 안에 그리운 마력이 흘러 들어온다. 로드가 나에게 응답해 준 것이라고 생각하니 시야가 흐려졌다.



    (...... 나, 이렇게나 아름답고 부드러운 마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에 둘러싸이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는 말은 정말인 것 같다.



     로드에 들어있던 마력으로, 티아나의 원래 마력의 절반 정도가 채워진 것을 느꼈다.



    (이 정도면 분명 괜찮을 거야. 고마워, 꼭 모두를 구해줄게)



     로드에 부드럽게 감사를 표하고서, 그 뒤로는 채워진 마력으로 치료를 계속했다.



     ㅡㅡ원래는 마력을 무언가에 담아둘 수 없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나(엘세)의 마력이 특수했기 때문이다.



     그것에도 한계가 있어서, 이번 분량으로 다 썼기 때문에 두 번 다시 봉에서 마력 공급을 할 수 없다.



    (그래도 과거의 나와, 이걸 소중히 보관해 준 펠릭스에게 감사해야겠어)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가장 경미한 기사의 부상을 치료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들에게 정중한 감사의 인사를 받고서야 미소를 되찾았다.



    (정말, 다행이다......)



     무사히 모두 구해내니 어깨에 힘이 풀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드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을 뿐)



     다음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하자, 자신의 무력감이 너무 무서워졌다.



    "ㅡㅡ읏."



     그런 와중에 움켜쥐고 있던 로드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무너지기 시작하여 재로 변하였다.



     분명 이미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죽은 그날에 수명을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



     이 막대는 내가 3살 때 신전에 들어갈 때 돌아가신 부모님이 선물로 주신 것이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준 소중한 동반자였다.



    (오랜 시간 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중앙의 붉은 보석만 남기고서 막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안아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순간, 시야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펠릭스의 모습이 있었다. 순식간에 눈물이 들어가고, 대신 또 다른 물이 흘러나온다.



    "대, 대체 언제부터 이곳에......?"

    "당신이 여기 도착한 직후부터요."



     결국은 처음부터다.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던데 더해, 내가 엄청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앗...... 큰일이다, 빌리겠다고 하며 마음대로 가져온 로드,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펠릭스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화를 내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고개를 들어주세요.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

    "그 막대는 제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녀도 분명 이렇게 하길 바랐을 겁니다."



     펠릭스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기사들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나에게, 펠릭스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살짝 잡자, 팔을 잡아당겨준 덕에 아주 쉽게 일어설 수 있었다.



    (뭐랄까, 정말 어른 같아)



     예전에는 금방 넘어져서 자주 울던 펠릭스를 내가 안고서 걸었는데.



     묘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펠릭스 님, 감사합니......."

    "하지만, 로드를 가져간 이유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도 될까요?"

    "네......"



     안도감도 잠시, 펠릭스의 미소의 압박에 짓눌릴 것 같다고 느끼면서,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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