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6화 괴물이 움직이다(1)2023-07-27 22:40:00서재란 바로 이런 방을 말하는 것이리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뭇결이 살아있는 커다란 책상이 하나. 책상 위에는 잉크병과 펜, 작성 중인 서류에 불이 켜진 촛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유리로 된 선반에는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뒤쪽 선반에는 소품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책이 많아서 개인 서고를 겸하고 있다. "흠흠, 놀라는 팜의 나무 모코초스 나무 ......" 그 사람은 놀고 자빠졌다. "응? 뭐야, 실례잖아. 놀고 자빠지다니 ......" 놀다 지쳐서 쓰러졌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놀고 자빠졌다. "그러니까! 나는 전혀 조금도 놀고 있지 않......" 책상 너머의 묵직한 의자 등받이 너머로, 혼자 있는 서재에서 그 사람은 이렇게 반박한다. "나는 언제나 진지 그 자체야. 사람을 먹..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5화 죽은 자의 기억(3)2023-07-27 22:08:27"명석한 선생님도 함께 동행한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시간이니까. 그리고 재빨리 해결한다면 무허가여도 괜찮겠지." "지지부진한 사건에 지친 파소 씨라면 그냥 승낙했을 텐데..." 도착한 곳은 영주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병영이다. 그 지하에는 시체 안치소가 있어서, 개블의 사병과 엔제교 관계자의 시신이 보관되어 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있는 지하로 통하는 문을 열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야광석을 사용한 비교적 새로운 건축물이라서, 불을 켜지 않고도 긴 계단을 내려갈 수 있었다. 사돈이 열쇠를 열고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실내로 들어선다. "춥다 ......" "분명 풀 네임은, 아드리나 모라나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아." 양옆으로 ..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5화 죽은 자의 기억(2)2023-07-27 22:00:33"...... 대장장이 공을 때리려고 했지? 집 앞도 난장판이 되어서 마음도 편치 않으실 텐데, 그럼에도 조용히 화를 참아주시는 걸 모르는 건가?" 제대로 된 어른의 훈계, 두 번째. "............" 그런 듀어 군의 뒤에서 '씨익~~'하고 웃는 보봉을 노려보며, 학교 선생님에게 혼났던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흑기사, 이건 너무 무례하다. 대장장이님께 사과해야 한다." "...... 한 번이면 돼." 이 녀석! 뒤에서 넌지시,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자, 나와 함께 사과하자" "............" "흑기사, 아무리 강해도 우리는 어른이다. 실례를 범했다면 사과해야지." ".................. 미안하다." 이를 악물며, 억울한 사과의 말을 ..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5화 죽은 자의 기억(1)2023-07-27 21:58:20흑기사와의 협상 끝에 대장장이를 눈앞에 두고서 철수하는 샹클레어 일행. "싫어 싫어! 그 녀석은 데려갈 게야!" "에에이, 말 좀 듣거라. 편지의 약속으로 연결고리는 얻지 않았는가. 이번엔 그걸로 만족해라." "여자를 빼앗긴 오라버니의 말 따위는 안 들어!" "크윽!? 크, 크으으...... 좀 치는구나." 깨어난 형제에게 업혀 억지로 끌려가는 게텔. 선두에 있는 샹클레어에게 무자비한 말이 날아든다. 등 뒤에서 시선을 받으면서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끄럽게 돌아간다. "...... 흠." "안됐구랴. 당신이 나서서 인재를 탐내었던 적은 처음 아니었수?" "그는 단순한 검사로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입니다. 우리 진영에 끌어들이면, 반드시 국외에도 이름을 떨치는 기사가 되었겠지요." 헤어질 때 나눴던..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4화 샹클레어, 코피를 흘리다(2)2023-07-27 20:33:08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여자는, 흑기사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 뭐야, 역시 나한테 반했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아마 다섯 걸음 정도 걸으면 혼자 있는 삶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됐어, 숨기지 않아도. 새삼스럽잖아~ 요점은 그거 아니라구? 지금까지의 퉁명한 태도는,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못되게 구는 원숭이랑 같은 거 아니겠어?" "남자를 원숭이라고 부르는 거 그만 좀 해줄래?" "남자는 죽을 때까지 원숭이인걸. 하반신으로 생각하고 하반신만 움직이는." "그런 생물이 세상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거야 ......?" 기뻐하며 단번에 떠들기 시작하는 여자에게, 상대하는 흑기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어허, 본녀의 국사에게서 떨어지거라! 무허가로 다가오다니, 이 얼마..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4화 샹클레어, 코피를 흘리다(1)2023-07-27 20:31:52대륙 최강의 국가, 그림도어 제국. 가장 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황족들은 불가사의한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현재도 대륙 서부 중부의 대부분을 영토로 삼고 있으며, 막강한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육지에서는 '요제채색전단(耀帝彩色戦団)이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바다에서는 '루페이스해군'이 무적을 자랑하고 있다. 라이트 왕국과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냉전 상태로, 교류가 거의 없어 사실상 단교 상태였다. 그랬는데, 현 황제의 13번째 자식인 샹클레어와 19번째 자식인 게텔이 왕국의 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황자가 왜 왕국에 있나." "왜 그럴까나? 관심 없는걸~" "어떻게 제국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 확실히 유물 보유량이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들었다만.......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3화 흑기사, 학창 시절에 배운 것들을 선보이다2023-07-27 19:18:25샹클레어가 보아도, 전황은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아니, 누가 봐도 뻔하지 않은가아아아!!" 초조함에 휩싸인 샹클레어는 애써 평온을 가장했지만, 지울 수 없는 불안감에 분노를 터뜨렸다. "흥, 두고 봐라. 짐은 신하를 의심하지 않고, 신하도 짐을 의심하지 않는다." 센 척을 해보지만, 그의 동요는 흘러내리는 땀이 증명하고 있었다. "으으으으음......" 샹클레어의 목소리는 오늘도 평소대로 거침없이 울려 퍼졌다. "에에잇, 거기선 좀 더 밀어붙여야 하거늘!!!" "샤, 샹클레어 님? 무슨 일이신지......?" "샤카여 ...... 그대, 있었는가." "물론, 함께하고 있습니다만 ......" 시종일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샤카의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로,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고 있었다. "큭..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2화 사령, 구름, 요괴(3)2023-07-26 22:20:53기분이 좋아진 여동생에게 미소를 짓지만, 지금까지의 충신들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점은 용서할 수 없다. "마도는 모르지만, 구름은 벨 수 있겠지" "............ 호오, 벤다고 하셨습니까." "조금이지만 보았다. 그 검 맞지?" 분위기가 바뀐다. 검은 기사에게 기쁜 전의가 깃들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 기사는 테토의 검만 쳐다보면서 게텔을 내려주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물러설 수 없지. 하지만 그대의 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검이 없어도 벨 수 있다. 망치가 없어도 부서지는 것처럼, 창이 없어도 관통되는 것처럼." "............" "중요한 무기는, 항상 이 몸 안에 있다" 힘을 빼는 것에 비례하여 더 날카로워지는 기세. 갑옷을 뚫고 나오는 기세가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칼날을 ..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2화 사령, 구름, 요괴(2)2023-07-26 22:19:23"미안하지만, 무력화시켜 주마!" 어지러운 시야로 질주하는 듀어를 포착한다. "............ 인정하지. 검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젊고 역동적이면서도 묘한 냉정함으로 추격하는 듀어 앞에서, 테토는 결심한다. 유물은 인류에게 주어진 초병기다. 저항할 수 없는 강자들에 맞서기 위해 인간에게 주어진, 만일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은총이다. 빛을 조종하고, 인형과 손을 잡고, 죽은 자를 사신으로 되살리는 ....... " ......" "......!?" 테토가 땅에 꽂은 검에서 구름이 뿜어져 나온다. 방파제에서 터진 물줄기 같은 기세로 생성된 구름은, 듀어를 삼키고 날려버렸다. "이 검은 구름을 생성하지. 살상 능력은 낮지만 응용력과 광역 장악력이 뛰어나 이 검을 손에 넣은 후의 나는 패배를 ..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2화 사령, 구름, 요괴(1)2023-07-26 22:17:16"이 변방에, 장수의 그릇을 지닌 자가 있었는가 ......" 샹클레어가 드물게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과 현재 상황을 감안하자,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치잇 ......!" "그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여기서 썩는 것이 아깝구나!" 이번에도 듬직하게 휘두르는 검에 의해 듀어가 밀린다. 현명하게 휘두르는 굳센 검이 쌍검의 속도를 봉쇄하여 기술의 사용을 금한다. 하지만 그 테토를 상대로 이미 1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용조차도 4초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을 베여 쓰러지는데, 듀어는 그 자리에서 확실히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더욱 경탄할 만한 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암살자다. "...... 이러한 기술을 가진 자가 있다니, 왕국도 만만치 않군." 샹클레어..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1화 대장장이 보봉(2)2023-07-26 20:42:00"나~이스! 보봉은 냄새가 너무 심해서 싫었어! 빨리 돌아가자!" "잠깐, 잠깐만! 아니......? 그렇게 서둘러? 잠깐만, 보통은 대화라도 하잖아. 어, 참고로 말해두지만, 그건 비상식적이라고." "............" 도둑놈 보봉이 노골적으로 협상을 하기 위해, 비난을 섞어가며 나를 멈추려 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삿대질을 하며, 상식적인 사람인 척 설교한다. "자, 질문. 남의 집에 왔습니다.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몰래 들어와서 그 사람의 집 물건을 강제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로 인해 그 사람은 직장을 잃게 되어 수입이 없어질 것입니다." "아니, 너처럼 도둑질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자, 대답해 주세요~. 그런 얘기..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1화 대장장이 보봉(1)2023-07-26 20:40:26이상하다. 분명 이상해. 그 스승님도 저런 식으로는 못하는걸. 기척을 지우기를 잠시(20초), 정면으로 대장장이의 집에 침입한다. 열쇠는 잠겨있지 않아서, 부주의한 대장장이에게 마음속 건배를 해주며 나무 문을 당긴다. 내부는 지극히 단순하다. 거실과 부엌, 그리고 두 개의 문이 있고, 다른 방도 있는 것 같다. 탁자 위 촛대에는 불이 켜져 있어,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큰 도끼도. 대장장이는 큰 도끼의 상태를 살피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는 이쪽을 등진 채로 작업을 하고 있다. 어쩌면 도구의 상태를 확인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지켜보자. "............ 왜 저녁에 오는 거냐고. 밥을 지을 시간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보통은 알잖아. 자고 싶다고 해도 절대 안..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0화 흑기사, 인간의 도리를 듣지만 불량해지다(3)2023-07-26 19:46:15드워프족으로 분류되는 놀족이라는 종족으로, 드워프가 키가 작은 것에 비해 노르족은 사람의 두 배에 가까운 큰 키와 넓은 체격이 특징이다. 이 대장장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체격이 크고 수염은 가슴까지 뻗어 있으며, 낡은 외투와 함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대장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쌘 걸음걸이였지." "이 정도는 알아봤어야지, 큭큭." 감탄하는 흑기사와 조롱하는 유미는, 이 남자를 알아차렸던 모양이다. 결코 둔하지 않고, 오히려 날카로워야 할 듀어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 용무는." "어, 어어 ............ 무기의 수리를 의뢰하고자, 개블 캐블 씨의 소개로 왔습니다." "...... 물건은." 거한은 기계적이라고나 할까, 무덤덤하며 억양 없는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하..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0화 흑기사, 인간의 도리를 듣지만 불량해지다(2)2023-07-26 19:43:27기괴한 기세로 협박을 퍼부으며, 가볍게 말등의 뒤쪽에 올라탔다. 놀라서 날뛰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를 향하여 앉은 채 뛰어난 균형 감각을 뽐내고 있다. "워워! 좋아, 착하지 ............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군." "말조심해.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항상 네 뒤에 내가 있을 거라구. 조금이라도 언짢은 일이 있으면 쏴줄 테니까." "내려가도 된다만?" 말을 달래면서 내려가 달라고 했지만 유미는 내리지 않았고, 결국 동행하게 되었다. 아르스 마을을 떠나 얼마 전 만티코아를 찾으러 갔었던 길로 다시 간다. "...... 돌아온 뒤가 기다려지네~ 뭣부터 할까 ......" "............" 뒤에서 들려오는 엄청나게 큰 독백. 지루한 듯이 단검으로 나무를 깎고 있는 유미에게, 문득 마..
- [ 판타지/옛 마왕의 이야기를! ]10장 210화 흑기사, 인간의 도리를 듣지만 불량해지다(1)2023-07-26 19:41:11대형 마물을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우리의 구석에, 가만히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있었다. "...... 구리......" 어젯밤에 먹이도 손대지 않아서, 아침 식사 전에 확인하러 온 듀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강인한 불곰이라도 불안해진다. "...... 구리, 다들 걱정하고 있다. 네 가족은 카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 우리에 들어가 새 먹이러 바꾸고서, 고개를 든 구리를 쓰다듬어 준다. "앞으로도 내가 있다. 아체도 사돈도 ...... 카난만큼은 아니더라도, 함께 자라온 모두가 있어." "............" "이제 곧 장례식이 열린다. 일정도, 준비도 다 정해졌지. 카난을 편히 잠들게 해 주면 안 될까?"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