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던 여자는, 흑기사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 뭐야, 역시 나한테 반했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아마 다섯 걸음 정도 걸으면 혼자 있는 삶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됐어, 숨기지 않아도. 새삼스럽잖아~ 요점은 그거 아니라구? 지금까지의 퉁명한 태도는,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못되게 구는 원숭이랑 같은 거 아니겠어?"
"남자를 원숭이라고 부르는 거 그만 좀 해줄래?"
"남자는 죽을 때까지 원숭이인걸. 하반신으로 생각하고 하반신만 움직이는."
"그런 생물이 세상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거야 ......?"
기뻐하며 단번에 떠들기 시작하는 여자에게, 상대하는 흑기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어허, 본녀의 국사에게서 떨어지거라! 무허가로 다가오다니, 이 얼마나 불경스러운 짓인고!"
"뭐? ......그럼 허락을 맡아볼까나~ 통이 큰 아가씨라면, 인색한 말은 안 하겠지?"
"읏...... 그대한테는 특별히 허락해 주겠노라! 오호호호호호!"
게텔과 함께 흑기사로 장난을 치던 여자는, 드디어 샹클레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아직 있었어? 그런 이유로 난 포기. 이 사람이 놓아주지 않을 모양이라서~"
".................. 질투 때문에 코피가 난 건 처음이로구나."
코피를 흘리는 샹크레아의 시선은 마음에 드는 여자와 밀착된 흑기사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어째서 제국의 황자가 왕국에 있는 거지. 경우에 따라서는 포로로 잡을 수 있다."
"............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왕국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님을 맹세하지."
"놓아달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전해지는 것 같으니 다행이군. 거래를 하지 않겠나."
곁에 있던 샤카가 코피를 닦아주는 와중에, 샹클레어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그대는 강하다. 하지만 테토와 바바카, 그리고 우리한테는 아직 숨겨둔 패가 있다. 반드시 양측에 사상자가 나올 거다."
"그렇겠지."
"침입 방법이나 체류지, 탈출 경로 등은 말할 수 없지만, 놓아달라. 그만큼의 대가를 주겠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왕국은 제국의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침입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은 협력자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것은 앞으로도 이용가치가 있다. 여기서 들통나는 것은 막고 싶다.
"......일단 들어보자."
"이곳에 있는 세 가지 유물 중 하나를 선택하라. 그대가 아닌 왕국에, 전별금 대신 주도록 하마!"
이변을 감지하고 돌아온 테토에 이어, 은발의 마검사도 흑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섰다.
"짐은 주로 인재를 뽑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실 몇몇 눈에 띄는 자들은 이미 빼내어서, 뒷길을 통해 제국에서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왕국의 사람이 떠나라고 하면 무조건 따르도록 하마.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붙잡힐 수는 없다."
"...... 나는 왕국군이 아니고, 입장으로는 그쪽이겠지만 ............ 나름대로 신뢰를 받고 있는 이상 그렇게 쉽게 수긍할 수는 없다."
"그렇겠지, 그렇기 때문에 거래이지 않은가. 원래는 대장장이를 나의 군문으로 영입하는 날이면 떠날 예정이었다. 유물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원만한 이별을 하자꾸나. 아르스라는 도시에서 '토니' 같은 자의 범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이쪽도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야 한다."
"............'토니'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군."
교환 조건이 성립된다.
흑기사는 봐준다. 샹클레어는 유물 <사령의잔광>과, 토니라는 이름을 가진 역사적 살인자의 정보를 알려준다.
대륙을 호령하던 제국에서 불과 3년 만에 7명의 젊은 영걸들을 죽이고, 153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학살한 세기의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