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진 여동생에게 미소를 짓지만, 지금까지의 충신들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점은 용서할 수 없다.
"마도는 모르지만, 구름은 벨 수 있겠지"
"............ 호오, 벤다고 하셨습니까."
"조금이지만 보았다. 그 검 맞지?"
분위기가 바뀐다.
검은 기사에게 기쁜 전의가 깃들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
기사는 테토의 검만 쳐다보면서 게텔을 내려주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물러설 수 없지. 하지만 그대의 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검이 없어도 벨 수 있다. 망치가 없어도 부서지는 것처럼, 창이 없어도 관통되는 것처럼."
"............"
"중요한 무기는, 항상 이 몸 안에 있다"
힘을 빼는 것에 비례하여 더 날카로워지는 기세. 갑옷을 뚫고 나오는 기세가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칼날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기질이 되어가는 오른손은, 그 주변이 반짝이는 것처럼도 보인다.
손끝에서 슬쩍 비치는 광채는, 그야말로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 테토, 뒷일은 생각 마라. 최대 출력으로 날려버려라!"
"하, 하지만 게텔 님이 아직 저기에."
"상관없다. 안 그런가, 게텔이여!"
오빠의 도발적인 말을 들은 게텔은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빠처럼 팔짱을 끼고 가슴을 치켜세우며, 도전적인 말에 응수한다.
"일부러 물어보다니 실망이네요, 오라버니! 그분의 진수, 순식간에 날려버릴 거랍니다!"
"......어째서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게텔의 각오를 본 테토는 목숨을 걸고 구름을 날리기로 했다.
두 걸음 걸어 나와 하단으로 검을 들자, 흑기사도 세 걸음 걸어 나와서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반쯤 몸을 숙인다.
"............"
"............"
어느새 테토의 얼굴을 적시는 땀이 말해주고 있다. 상대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위엄이 있다.
내부가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갑옷 속에 있다.
베일 것이다, 이미 그렇게 확신하였다.
하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미안하지만, 아직 이쪽이 남았거든."
"............"
"그 정도의 유물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쪽도 봐준다는 짓은 할 수 없지. 어때?"
동상의 머리에 꽂힌 듀어의 검에서, 눈부신 빛을 뿌린 청자색 기운이 솟아오른다.
왼쪽의 비취가 뿜어내는 인광의 검과 함께, 머리에서 피를 흐르는 모습도 범상치 않은 기색을 풍기고 있다.
"강인하구나, 그대. 그 수많은 기세에 휩쓸렸어도 아직도 서 있는가. 그러나 일리가 있군. 테토여, 먼저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상대하라. 검은 투사는 바바카가 상대하도록 하지."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만 검을 거둘 수 있다.
테토의 눈빛을 받은 흑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다시 한번 듀어에게로 향했다.
"자, 정신 바짝 차리거라. 바바카도 테토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마법사이니라."
"너는 빨리 오빠한테 돌아가 ......"
주인 행세를 하는 어린 여자아이에 곤란해하던 흑기사였지만, 두 사람의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딴 데 보아도 괜찮겠나? 그럴 때가 아니잖은가?"
"............"
바바카가 공중에 펼쳐진 두루마리에서, 마물과는 다른 창작물 같은 그림이 튀어나와 다양한 형태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도마온온 요괴그림두루마리〉'
물고블린을 닮은 괴물과 트롤을 닮은 뿔 달린 괴물들이, 으르렁거리며 흑기사 앞에 무리를 지어 선다.
(세 번째 유물이라고 ......!?)
이제 듀어는 이 집단의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유물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단체가 어디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 미안하지만."
"멘가? 역시 그만해 달라고?"
"아니 ......미안하지만, 딴 데 봐서 곤란할 일은 없다. 다음부터는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공격해 보도록."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듀어와 테토를 가리키며 어떤 신호를 보이고서, 흑기사가 괴물들을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