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5 불온한 편지(1)2023-12-16 20:48:17ㅡㅡ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비올레타의 친정집에서 쌀 가마니가 도착한다. "햅쌀, 햅쌀이야!" 지푸라기의 냄새를 맡으며, 비올레타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쌀가마니 안에는 도정되지 않은 쌀이 가득 들어 있다. 비올레타는 기뻐하며 뚜껑을 열고서 안에 있는 햅쌀을 바라본다. 올해의 작황도 아주 좋다. 잘 부풀어 올라서 맛있을 것 같다. 얼른 요리사를 부른다. "마님, 이게 뭔가요?" "쌀이에요. 이 껍질을 벗겨서 요리하는 거랍니다. 안쪽의 갈색 막을 벗겨내면 새하얀 쌀이 나오는데 다만 이 껍질을 벗기는 게 너무 힘들어서요......." 레이븐스 영지에서는 물레방아의 동력을 이용해 쌀을 도정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곳은 볼프스 후작령이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정미 방법이래 봐야 병에 넣고 막대로 마..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4 황금당의 탄생(2)2023-12-16 20:14:09비올레타가 말하자, 세바스찬은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움츠렸다. "그런.......그건 사실이지만 ...... 부인께서 이 영지를 생각해서 하신 행동이라는 것은 이 세바스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탄하면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다. "자신을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요. 미안해요, 세바스찬. 제가 잘못했어요." ㅡㅡ에르네스트의 태도를 보고 후작가의 하인들도 비올레타를 '천박한 여자'라며 경멸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집사 세바스티안도, 메이드도, 요리사도, 영민들도. 모두 비올레타에게 친절하다. "그런데 이거 한번 드셔보실래요?" 접시에 담긴 황금빛 설탕을 내밀자, 세바스찬은 손가락으로 살짝 집어 혀 위에 올려놓았다. "...... 달콤하군요." "그렇죠? 자, 그럼..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4 황금당의 탄생(1)2023-12-16 20:13:47저택으로 돌아온 비올레타는 농부에게 받은 단순무를 손에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요리사 테오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 마님? 점심은 아직 안 나왔는데요." "알아요. 항상 맛있는 음식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식칼과 도마, 냄비 좀 빌려줄래요? 그리고 물도 좀 끓여 놓으세요." 비올레타는 단순무를 깨끗이 씻어 먼지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 작은 사각형으로 잘랐다. 작업하는 동안 싱싱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어딘지 모르게 흙냄새가 났다. "최대한 흙냄새가 나지 않게 하고 싶은데......" 단순무를 끓이지 않고, 물을 부어 당분이 녹아 나오도록 시도했다. 따뜻한 물로 천천히 단맛 성분을 이끌어낸다. 순무가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지면 천으로 단단히 싸서 즙을 짜낸다. 그..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3 장부와 순무(2)2023-12-16 19:27:21ㅡㅡ3년 전. 당시 당주 부부가 부하들과 함께 사고로 사망하고, 18살의 에르네스트가 작위를 이어받은 후부터다. 그 이야기는 비올레타도 결혼 전에 들은 바 있다. 그가 영지의 운영까지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차기 후작으로서 계속 공부했을 테지만, 그는 너무 어렸다. 적어도 아버지의 측근들이 살아있었다면 도와주었을 텐데. 게다가 운이 좋지 않아서 기상 악화로 인한 흉작이 이어지며 세입이 감소했다. 재산을 처분하고, 땅과 광산 권리를 저당 잡혀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하지만 희망은 있어. 빚은 지참금으로 전부 갚았기 때문에 땅의 권리는 괜찮아. 게다가 이 땅은 손길이 닿지 않은 땅. 손을 대면 대는 만큼 뻗어나갈 거야. 그걸 위해서라도........) 비올레타는 일어섰다. "영..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3 장부와 순무(1)2023-12-16 19:26:57며칠에 걸친 밀 수확이 끝나자마자, 인근의 영민들이 총출동해 내년 밀을 심을 예정지에 해조류 비료를 뿌린다. 영민들의 얼굴에는 미지의 시도에 대한 불안과 약간의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어요. 이건 제가 드리는 조그마한 보답이랍니다." 예정에 없던 농사일을 부탁한 것에 대한 사과와 감사의 뜻으로, 비올레타는 모든 살포가 끝난 후 특별히 술을 대접했다. 매그놀리아 상회가 해조류 비료와 함께 가져온 최고급 맥주다. 영민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미소가 넘쳐났고, 축제와 같은 소란은 밤까지 이어졌다. 비올레타는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조금 일찍 저택으로 돌아갔다. (해조류 비료의 살포는 무사히 끝났어) 비올레타는 방에서 농사일을 한 날짜와 날씨, 소감을 노트에 기록했다. ..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2 농지개혁의 시작2023-12-16 18:56:19비올레타는 정원 구석에 검은흙이 잔뜩 쌓여 있는 곳을 삽으로 파며 기뻐했다. "마, 마님. 그런 일은 저희가 할 테니 ......" "고마워요. 그럼 다른 양동이에 흙벌레를 모아줄래요? 저 아이가 많이 먹거든요." 비올레타는 노년의 정원사에게 그렇게 부탁하고, 자신도 계속 흙벌레를 수집했다. 그건 그렇고, 건강하고 좋은 흙벌레다. 쿠로도 좋아해 줄 것이다. 순조롭게 세 양동이 분량의 흙벌레를 모아 쿠로에게 먹인다. 정말 잘 먹는다. 걸신들린 느낌이다. 잠자리는 일단 사용하지 않는 창고를 빌리기로 했다. "저, 저기, 마님...... 나이트크로우는 또 뭘 먹을까요?" 젊은 요리사가 초췌한 안색으로 묻는다. "뭐든지 다 먹어요. 고기, 생선, 채소, 견과류, 열매, 마물 등 뭐든지. 아, 쿠로는 가축이나 농..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1 결혼식 다음날 아침(2)2023-12-16 17:01:58지금의 밀을 수확하고, 겨울을 지나 다시 씨를 뿌리는 봄이 오기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전에 에르네스트 님을 배웅해야지." 후작령에서 왕도까지는 마차로 2주. 긴 여정이다. 일단 명목상으로는 아내이니 웃으면서 보내주자. 외투를 걸치고 방 밖으로 나가니, 복도에 금빛 털을 가진 큰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온화한 표정과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기억 속의 그와 닮았다. "ㅡㅡ너는 그때 강아지였니?" 개는 작게 짖고서 비올레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비올레타는 그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으로 나가자 지금 막 출발하려는 에르네스트의 모습이 보였다. 호위병과 시종, 집사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회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무리 속에서도 에르네스트의 모습은 유난히 빛나 보였다. (..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1 결혼식 다음날 아침(1)2023-12-16 17:01:36ㅡㅡ학교를 졸업하고, 열여덟 살이 된 비올레타는 에르네스트 볼프스 후작과 결혼했다. 볼프스 영지에서의 결혼식 다음 날 아침, 비올레타는 이상한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ㅡㅡ맞아. 나는 에르네스트 님을 만났었어." 혼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상태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귀족학교 시절, 안뜰에서 단 한 번 대화를 나눈 '얼음의 귀공자' ㅡㅡ그가 에르네스트 볼프스임에 틀림없다. 그 얼굴, 그 눈빛, 그 분위기. 동일 인물임이 틀림없다. 심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니, 대화는 하지 않았어ㅡㅡ일방적으로 음식을 건네고 사라졌으니까) 이렇게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행동이다. (그건 그렇고, 그 때의 그가 에르네스트 님이었다니 ......) 놀라움과 함께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에르네스트 님은 기억하고 계시려나 ...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0 미래의 신랑(2)2023-12-15 23:29:09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발밑에서 푹신하고 따스한 감촉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아래를 보니 연한 색의 강아지가 있었다. (귀, 귀여워 ......) 학교 안에 강아지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어디서 길을 잃은 것일까. "무슨 일이니? 배고파? ...... 하지만 강아지에게 이건 맛이 너무 진할 텐데......" 비올레타는 도시락 속 라이스버거를 쳐다보았다. 맛이 진한 것은 좋지 않을 느낌이 든다. 밥 부분만 조금만 먹인다면 괜찮을지도.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레이븐스 가문의 능력은 조류에만 해당되지만, 동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 알 수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비올레타는 강아지의 뒤를 따라갔다. 봄볕이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곳..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10 미래의 신랑(1)2023-12-15 23:28:40그날부터 남작영애 레이첼과 관련한 트러블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제1왕자와도, 다른 남학생들과도 필요 이상의 접촉을 하지 않게 되어, 학교는 평온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아, 정말 평화로워 ......) 안뜰 벤치에서 햇볕을 쬐며, 비올레타는 평화를 만끽한다. 그 옆에는 레이첼이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다. ㅡㅡ남학생들과 함께 지내지 않게 된 레이첼은 비올레타를 자주 찾아왔다.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 먹을 정도로. "비오, 오늘의 도시락은 뭐야?" "오늘은 라이스버거예요." 비올레타는 도시락을 열었다. 거기에는 세 개의 라이스버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밥에 감자를 섞어 구운 것으로 빵을 만들고, 양념을 진하게 한 구운 소고기와 샐러드, 그리고 마요네즈를 끼워 넣은 것이다. 마요네즈도 비올레타가 전생의..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09 영애들의 점심시간2023-12-15 22:55:44비올레타는 혼자서 점심시간에 안뜰에서 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귀족학교의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우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비올레타는 북적임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나무 그늘, 하얀색 벤치에 앉았다. (오늘은 특별한 도시락이구나) 식당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안에서 먹는 학식도 좋지만, 오늘은 혼자 조용히 즐기고 싶다. 비올레타가 무릎 위에 올려놓은 도시락을 열려고 하는 순간--. "뭔가요~ 이런 곳에 불러내다니." "ㅡㅡ당신한테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어요." 도발적인 목소리와 위협적인 목소리. 둘 다 여학생의 목소리로 보인다. 말끝마다 긴장감과 적대감이 담겨 있다. 비올레타는 나무 그늘에 몰래 숨어 목소리 내는 쪽을 바라..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08 귀족학교2023-12-15 22:24:03이듬해, 비올레타는 열다섯 살이 되어 왕립 귀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나라의 13세 이상 귀족은, 남자가 6년, 여자는 3년 동안 학원에 재학하게 되어 있다. 재학 기간은 그보다 더 길어도 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조기 졸업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농업에 집중하고 싶으니 1년 만에 졸업하고 싶어요." "바보. 인정될 리가 없잖아." 입학한 지 한 달. 학교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비올레타는 앞자리에 앉은 오빠 오스카에게 상담을 해보았다. 오스카하고는 앞으로 2년 동안 매일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갑자기 작위를 물려받거나, 여자라면 외국으로 시집을 가거나 하는 식일까. 약혼도 하지 않은 너는 절대 무리지." "쳇......" "그냥 친구 사귀..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07 행복의 클로버(2)2023-12-15 21:45:45"비오는 녹색의 성녀님 같구나." ㅡㅡ영주의 집 거실. 하얀 치즈 위에 클로버꿀을 듬뿍 얹은 허니치즈 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시며, 할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비올레타는 그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 녹색의 성녀님이 뭐예요?" "이 세상에 가끔 나타나서 농업을 크게 발전시켜 주시는 분이란다. 감자를 퍼뜨린 것도 녹색의 성녀님이셨지. 풍요의 여신님의 사자라고도 하고." 그 사람들도 분명 전생한 사람일 것이다. "풍요의 여신님도 분명 맛있는 것을 좋아하실 거예요." 이 세계의 농업과 식생활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세계에서 사람을 전생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ㅡㅡ그때, 밖에서 나이트크로우의 깃털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비올레타가 밖으로 나가보니, 나이트크로우를 나무에 묶고 있는 오스카의 ..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07 행복의 클로버(1)2023-12-15 21:44:45계획을 세웠다면, 다음은 실행이다. (계획, 실행, 평가, 개선!) 우선은 좁은 범위에서 실험적으로 해보고, 잘 될 것 같으면 범위를 넓히고,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개선한다. 그러기 위해선 영주 대행인 할머니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할머니의 방으로 향하자, 거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할머니와 또 한 명의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안녕, 비오." "오빠? 왜 여기 있어요?" 승마복을 입은 오스카가 있었다. 나이트크로우를 타고 이제 막 도착한 모양이다. 비올레타가 열심히 계획을 짜고 있는 사이에 도착한 것일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왕도로 돌아올 무렵이잖아. 어머니가 걱정하셔서 데리러 온 거야. 마침 학교도 방학이었고." 올해로 열네 살이 된 오스카는 올해부터 귀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귀족학교는 남학생..
- [ 연애(판타지)/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06 윤작 계획2023-12-15 20:28:25봄의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비올레타는 홀로 영지로 날아갔다. 지도도 있고, 아는 길이다. 표식이 되는 산봉우리도 잘 보인다. 비올레타는 맑고 청명한 하늘을 날아 영지를 하늘에서 바라보았다. 광활한 대지는 봄의 기운이 가득했다. 신록의 잎사귀에, 새싹이 돋아나는 꽃들. 그리고 밀을 심는 밭을 경작하는 소와 영민들의 모습. 아이들이 나이트크로우를 발견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비올레타는 손을 흔들며 영주관으로 향했다. 영주관의 정원에 무사히 도착하여 나이트크로우의 발이 정원에 내려앉자, 저택 안에서 할머니와 하인들이 서둘러 나왔다. 비올레타는 쿠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안장에서 내려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편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펼친 팔에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