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녹색의 성녀님 같구나."
ㅡㅡ영주의 집 거실.
하얀 치즈 위에 클로버꿀을 듬뿍 얹은 허니치즈 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시며, 할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비올레타는 그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 녹색의 성녀님이 뭐예요?"
"이 세상에 가끔 나타나서 농업을 크게 발전시켜 주시는 분이란다. 감자를 퍼뜨린 것도 녹색의 성녀님이셨지. 풍요의 여신님의 사자라고도 하고."
그 사람들도 분명 전생한 사람일 것이다.
"풍요의 여신님도 분명 맛있는 것을 좋아하실 거예요."
이 세계의 농업과 식생활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세계에서 사람을 전생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ㅡㅡ그때, 밖에서 나이트크로우의 깃털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비올레타가 밖으로 나가보니, 나이트크로우를 나무에 묶고 있는 오스카의 모습이 보였다.
열일곱 살이 된 오스카는 예전보다 훨씬 키가 자랐다.
단정한 얼굴과 윤기 나는 금발과 보라색 눈동자는 가족이 보아도 미남이다. 나이트크로우와 함께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마중 나오느라 수고했어."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폭군이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오빠. 오늘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와 루시아가 네 치즈케이크를 원해서."
"왕도의 가게에서 사면 되잖아요."
"그런 말 말고."
"농담이에요. 시제품도 같이 보낼 테니, 어떤지 물어봐 주세요."
비올레타는 오스카와 함께 거실로 돌아가면서. 메이드에게 과자를 싸 달라고 말했다.
나이트크로우는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없으니 최대한 가볍게 포장해 달라고도 말했다.
"올해 밭도 잘 된 것 같아. 수고했어, 비오. 세입도 늘어서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셔."
"그거 잘 됐네요."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우리 레이븐스의 보물이다."
"감사해요."
오빠에게 칭찬을 받으니 정말 기쁘다.
"그런데, 너도 나이에 걸맞게 조금은 숙녀다운 행동을 하는 게 어때? 이제 열네 살이니, 내년부터는 학교에 다닐 거잖아?"
"무슨 뜻인가요?"
비올레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장이나 드레스, 보석 같은 것들에 조금 신경을 쓰면 어때?"
"농사일에 방해가 되잖아요. 쿠로에도 실을 수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남편감이 사라질 텐데."
"그러면 계속 이 집에 있죠 뭐."
"바보. 정말이지.......조금은 루시아를 본받아."
동생인 루시아를 예로 든다.
"루시아는 만날 때마다 예뻐지잖아요. 분명 좋은 혼담이 많이 올 거예요."
루시아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고, 애교가 있다.
"그 녀석은 어리광 부리는 면이 있으니까......"
오스카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도 언젠가는 적당한 상대가 생길 테니, 그때는 본성이 드러나기 전에 재빨리 결혼해."
"본성을 알면 떠나버릴 것 같은 남편은 이쪽에서 사양할게요."
"그럼 어떤 상대가 좋은데?"
"저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분이요."
지난 3년 동안, 비올레타의 벼농사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논에서 안정적으로 쌀을 수확할 수 있게 되면서 비올레타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쌀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미도 물레방아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백미에 상당히 가까워졌다.
시집을 간다면, 벼농사를 계속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논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주거나, 아니면 벼농사를 위해 레이븐스 영지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좋다.
물론 비올레타도 귀족이니 언젠가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할 각오는 되어 있다.
그래도.
"꿈을 꾸는 정도는 괜찮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