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6 윤작 계획
    2023년 12월 15일 20시 28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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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비올레타는 홀로 영지로 날아갔다.

     지도도 있고, 아는 길이다. 표식이 되는 산봉우리도 잘 보인다.



     비올레타는 맑고 청명한 하늘을 날아 영지를 하늘에서 바라보았다. 광활한 대지는 봄의 기운이 가득했다. 신록의 잎사귀에, 새싹이 돋아나는 꽃들. 그리고 밀을 심는 밭을 경작하는 소와 영민들의 모습.



     아이들이 나이트크로우를 발견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비올레타는 손을 흔들며 영주관으로 향했다.



     영주관의 정원에 무사히 도착하여 나이트크로우의 발이 정원에 내려앉자, 저택 안에서 할머니와 하인들이 서둘러 나왔다.

     비올레타는 쿠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안장에서 내려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편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펼친 팔에 뛰어들어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따뜻하고 안심이 되는 향기였다.



    "잘 왔구나, 비오야. 우리 제비꽃 요정은 어떤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니?"

    "농업의 공부와 벼농사랍니다!"

    "그렇구나. 이 할머니도 응원한단다."



     그렇게 비올레타의 레이븐스 영지 생활이 시작되었다.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약 일주일에 한 번씩 왕도와 영지를 오가기로 약속했다.



     비올레타는 할머니와 집정 보좌관에게서 영지 경영을 배우게 되었다.

     공부하는 틈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을 만드는 일이었다.



     혼자서 하기엔 너무 힘들어 영지를 지키는 병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땅을 갈고. 수로를 넓혀서, 며칠에 걸쳐 얕은 연못을 만든 다음 키워낸 모종을 심었다.



     훌륭한 논이 완성되자, 비올레타는 만족하며 그 자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ㅡㅡ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다.



     벼농사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수로를 정비해야 하고, 밀밭을 논으로 바꿔야만 한다. 지금 시점에서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밀을 재배해 왔다.

     국민들은 밀에 익숙해져 있다.



     쌀을 유통시키려고 해도, 아마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야)



     취미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귀족이다. 영지를 풍요롭게 하고, 영민을 굶주리게 않게 할 의무가 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할 의무도 있다.



     게다가 비올레타는 이 땅을 사랑한다.

     모든 풍경을. 모든 사람들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이고 싶다.



    (벼농사는 취미로 계속할 수 있지만, 밀은 중요해. 나도 빵과 파스타를 좋아하고.)



     비올레타는 영주관으로 돌아와 승마복으로 갈아입고, 쿠로에 타서 상공에서 영지를 시찰하러 갔다.

     한참을 날다가, 비올레타는 강가에 한 번 내려왔다. 휴식이다.

     크로우가 강물을 마시게 하면서 푸른 밀밭을 바라본다.



    "어떻게든 수확량을 늘릴 수 없을까?"



     레이븐스 가문의 영지는 온화한 기후다. 수확량을 늘리려고 하면 분명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수확량이 늘어나면 좋은 일만 생긴다.

     비축을 해서 흉작에 대비할 수 있고, 비축량을 초과하는 것은 주변에 팔 수 있다.

     만약 흉년이 들었을 때, 주변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면, 혹은 원조로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레이븐스 가문의 명성도 높아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수확량을 더 늘릴 수 있을까 ...... 가능하면 간단하게)



     생각에 잠겨 걷다가, 길가에 피어있는 하얀 꽃을 발견한다.



    "클로버네."



     아주 그리운 마음이 들어 클로버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무성한 잎과 동그란 꽃이 여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네 잎 클로버 같은 것은 있으려나 ...... 어머, 있었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 잎 클로버를 만져보고 따려는 순간ㅡㅡ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푸른 하늘, 흰 구름. 논에 핀 클로버 꽃. 무성한 녹색 잎사귀.



     ㅡㅡ전생에 보았던 광경이.



    (...... 맞아. 분명...... 쉬고 있는 논에는 클로버와 연꽃을 심어 놓았어)



     비올레타는 클로버를 바라보며 일어섰다.

     고개를 들자,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밀밭과 목초지가 보인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비올레타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



     이 곳에서는, 농지를 두 개로 나누어 한쪽은 밀을 재배하고 한쪽은 목초지로 만들어 방목한 다음 이듬해에는 그 반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즉, 절반은 쉬게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느냐 하면, 같은 것을 계속 만들면 땅의 힘이 떨어져서 밀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가축을 방목한다.



    (좀 더 효율적으로 땅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비올레타는 딴 클로버를 손에 쥐고서 서둘러 저택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승마복 차림으로 책상에 종이를 펼쳐놓고, 비올레타는 생각에 잠겼다.

     종이 위에 네잎 클로버를 올려놓은 채로.



    (같은 것을 같은 땅에서 계속 지으면 연작장해가 생겨)



     이것은 전생의 지식인가. 비올레타가 보고 들었던 지식인가?

     어느 쪽이든 자신의 지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 농지를 셋 ...... 아니, 넷으로 나눠서 ......)



     직사각형을 그리고, 선을 그어 네 개로 나눈다.



    (밀은 두 군데에 지어야 해. 지금 쉬고 있는 땅에는 클로버를 심고, 나머지 절반에는 다른 작물을...... 겨울 동안 사람과 가축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작물을 심는 거야)



     머리를 감싸며 고민한다.



    (음 ...... 무라든가, 순무라든가? 무가 이 세상에 있었나? 순무는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아)



     ㅡㅡ그렇게 비올레타는 하나의 계획을 세웠다.



     농지를 넷으로, 즉 ABCD로 나눈다.

     A 농지에는 밀을 심는다.

     B 농지에는 클로버를 심는다.

     C 농지에도 밀을 심는다.

     D 농지에는 순무나 감자를 키운다.



     수확 후 다음 파종까지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일단 클로버를 심는다.

     2년 차부터는 이것들을 하나씩 옮겨 심어 쉬는 땅을 없앤다.



    "이건 완벽한 사륜작이야!"



     비올레타는 성취감에 휩싸여 자신의 완벽한 계획서를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완벽하다. 이제 실천하면서 현실에 맞게 수정해 나가면 된다.



    (그건 그렇고, 이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일본과 닮았어)



     클로버가 클로버라는 이름으로, 감자가 감자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놀랐다.



    (나보다 먼저 전생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이름을 지어준 것일까?)



     비올레타가 그랬으니, 다른 전생자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위대한 선조들에게 감사하며, 비올레타는 계획표를 들고 할머니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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