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어엿한 어른의 증표(1)2023년 12월 15일 20시 0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남은 종자는 유리병에 담아 비올레타의 방에 보관했다.
비올레타는 책상 위에 놓인 유리병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름다워 ...... 반짝반짝 빛나네 ...... 아아, 빨리 이 벼들이 가득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모처럼 볍씨를 늘렸으니,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재배를 하고 싶다.
하지만 대저택의 정원은 그리 넓지 않아서, 비올레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왕 할 거라면 양동이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논에서 재배하고 싶다.
정원에 논을ㅡㅡ얕은 연못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허락받을 수 있을까?
설령 허락해 준다고 해도, 성공하면 내년에는 더 넓은 땅에서 재배하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역시, 영지 쪽에서 마음대로 하고 싶어)
영지의 넓이에 비하면 왕도 저택의 정원은 좁다.
넓은 땅이라면 비올레타의 논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할머니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해 주실 거야)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레이븐스 가문은 왕도에서 지내고 있으며 영지 일은 할머니와 집사에게 맡기고 있다.
많은 귀족들은 여름부터 겨울까지 영지에서 지내고, 초봄부터 초여름까지의 사교 시즌에는 왕도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레이븐스 가문은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일 년 내내 왕도에서 지내며 영지의 일은 은거 중인 할머니에게 맡기고 있다.
(열다섯 살이 되면 귀족학교에 입학하게 되니, 그때까지 영지 쪽에서 재배를 해두고 싶어)
왕도와 레이븐스 가문의 영지는 마차로 이동하면 사흘이 걸리지만, 나이트레이븐을 이용하면 하늘을 날아서 8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잘 훈련된 나이트레이븐이라면, 기수가 멍하니 있어도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
모처럼 레이븐스 가문에서 태어난 것이다. 이용할 것은 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게 필요하겠네 ......)
ㅡㅡ나이트레이븐을 타기 위해서는 아주 무서운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아주, 아주 끔찍한 시련이다.
가급적이면 관여하고 싶지 않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비올레타는 결심하고서 농사일용 드레스로 갈아입고는, 스카프로 입과 코를 가리고 마당의 한 구석으로 향했다.
정원 구석에 있는 창고 옆에는 검은흙이 쌓여 있는 곳이 있다.
그것은 식물을 위한 비료인 동시에 흙벌레의 양식장이었다.
큰 삽을 들고 흙을 부수자, 예의 길쭉한 벌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싫어어어어어어!!)
마음속으로 한바탕 소리를 지르며, 마음을 다잡고 흙벌레를 양동이 한 통에 가득 채워나갔다.
내가 이런 끔찍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꿈을 위해서다.
흰쌀밥을 배불리 먹겠다는 야망을 위해.
그 꿈을 위해서라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
비올레타는 의지를 불태우며 나이트레이븐의 마구간으로 향했다.
ㅡㅡ나이트레이븐.
성체가 되면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큰 까마귀.
몸은 검은색, 눈은 짙은 검은색, 노란 부리가 인상적이다. 그 부리는 날카로우며 강철처럼 단단하다.
발도 강해서, 부리와 발로 적과 싸운다고 한다.
비올레타는 양철통을 들고 마구간에서 가장 어린 성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ㅡㅡ쿠로, 나와 친해졌으면 좋겠어."
이름을 부르자, 한 마리의 나이트레이븐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눈으로 비올레타를 바라본다.
쿠로는 비올레타를 위한 나이트레이븐이다.
레이븐스 가문에는 새를 부리는 힘이 있는데, 나이트레이븐을 타야만 어엿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비올레타는 양동이에 가득 든 흙벌레를 내밀었다.
그러자 쿠로는 기쁜 듯이 양동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먹기 시작했다.
비올레타는 완전히 진이 빠졌지만, 그 광경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728x90'연애(판타지) > 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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