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 이국의 드라이플라워(2)
    2023년 12월 14일 23시 35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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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올 때면 항상 이국의 기념품을 잔뜩 가져온다. 대부분 잘 알 수 없는 민예품이고, 저택 곳곳에 있는 수상한 물건들은 대부분 아버지의 선물이다.



     이번에는 어떤 것들이 늘어날까.

     이번에는 저주 인형 같은 것이 섞여 있지 않기를 바라며 비올레타는 집사 제임스를 따라갔다.



     거실에 도착하니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오스카, 여동생 루시아가 이미 모여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는 이국적인 기념품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

    "오 나의 천사, 잘 지냈니?"

    "네, 물론이에요."



     아버지가 안아주고 뺨에 뽀뽀를 해준다.

     비올레타도 아버지의 뺨에 뽀뽀를 한다.



    "자, 선물이다. 원하는 걸 고르거라."



     화려한 색채로 얼굴이 그려진 이상한 가면, 두개골 모양의 수정. 물결무늬가 그려진 도자기. 본 적 없는 색감의 그림. 부드러운 질감과 화려한 색감의 태피스트리. 이국적인 책. 커다란 보석. 시든 큰 꽃다발.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선택되지 못한 물건들은 저택 곳곳에 장식되어 있다.



    "나, 이게 좋아. 너무 귀여워."



     루시아가 선택한 것은 인형이었다.

     금발에 커다란 눈, 섬세한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유리 케이스에서 꺼내고 있다.



    "오오, 역시 루시아. 보는 눈이 있구나."

    "우후후"



     비올레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꽃다발이었다.

     그냥 꽃다발이 아니다. 어쨌든 크고, 다소 빛이 바랜 듯한 느낌이다. 드라이플라워다.

     처음 보는 꽃들뿐이다. 먼 이국의 꽃들일 것이다. 먼 나라의 향기가 났다.



     그 안에서, 비올레타는 엄청나게 멋진 것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꽃들을 돋보이게 하는 그 식물은, 짙은 갈색과 금빛이 섞여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빗자루처럼 생긴 끝에는 여러 알갱이들이 매달려 있다.



    (ㅡㅡ혹시 이게 벼? 그리고 붙어 있는 것은 쌀?)



     ㅡㅡ가슴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만 같다.

     이 색깔, 보드라운 촉감,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달콤한 향기....... ......



     한 알만 떼어본다.

     주위의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는 입에 넣고 씹어본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졌다.

     그 순간 비올레타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릴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ㅡㅡ이거다. 이 맛이다. 틀림없어.



    "......저, 이게 좋아요."

    "응? 아아, 그건 희귀한 식물을 모아서 만든 꽃다발이지. 재미있는 느낌이 나서 가져왔는데 ...... 비오, 정말 그것으로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저는 이게 좋아요. 이것 외에는 필요 없어요."



     온몸이 떨린다. 설마,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 그건 비오의 것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비올레타는 아버지를 껴안고 뺨에 뽀뽀를 했다.



    "오오, 내 천사!"



     아버지는 비올레타를 꼭 껴안았다.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온몸이 기쁨으로 가득 차서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비올레타는 이보다 더한 행복감에 휩싸여 있었다.



    "ㅡㅡ나도 그게 좋아요."



     루시아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작지만 강하게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는, 행복감을 상쇄하고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게 좋아 ...... 그게 좋다고 ......! 으에에에에에엥!"



     큰 눈물을 뚝뚝 흘리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인형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로.



    "어머 딱해라. 비오야, 루시아에게 넘겨주지 그러니."



     이를 보다 못한 엄마가, 루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올레타에게 훈계하듯 말한다.



    "네......?"



     비올레타는 마치 차가운 바다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해주거라. 이렇게 울고 있으니 불쌍하구나. 비오는 언니가 아니더냐?"



     핏기가 가셨다.

     지금까지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을 루시아에게 몇 번이나 양보했을까.

     루시아는 항상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간다. 사람들의 관심도, 동정심도, 사랑도.



     하지만 이것만은.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얼어붙어서 꼼짝 못 하는 비올레타의 곁으로 다가온 것은 오스카였다.



    "루시아가 제일 먼저 인형을 골랐으니, 두 번째는 비오에게 양보해 줘."

    "어, 하지만 ......"

    "내 순서를 양보할 테니까. 루시아, 비오, 루시아, 나. 그리고 나, 비오 순으로 전부 두 개씩. 나머지는 자유. 그럼 어때, 공주님."



     루시아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볼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눈물은 이미 그쳤었다.



    "됐어. 그딴 꽃은 언니에게 줄게."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고 다음 물건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커다란 보석에 눈을 빼앗긴 듯,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그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미 비올레타의 드라이플라워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비올레타는 오스카에게 몰래 말을 건넸다.



    "오빠, 고마워요."

    "꼭 갖고 싶어 했던 거잖아. 그림과 똑같았으니까."

    "...... 네."



     고개를 숙인 비올레타의 머리를 오스카가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나는 뭘 받을까?"



     말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할 이국의 기념품을 찾으러 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올레타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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