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 이국의 드라이플라워(1)
    2023년 12월 14일 23시 34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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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비올레타는 거의 매일 어머니와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비 오는 날에는 저택 안을 탐험했다.

     때로는 루시아도 함께 걸었다.



    "엄마. 나도~"

    "그래그래."



     어머니는 비올레타에게서 손을 자연스럽게 떼고는, 어린 루시아의 작은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축복받은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비올레타의 여동생인 루시아는 어머니를 그대로 닮았다. 눈부신 금발, 보라색 눈동자. 덧없고 사랑스러움이 넘쳐나며 누구나 지켜주고 싶은 존재였다.



     삼남매 중 가장 장래가 기대되는 것은 장남인 오스카다. 가장 어리광 부리고 애지중지하는 것은 막내딸 루시아다. 둘 다 금빛 머리와 보라색 눈동자를 가져서, 나란히 서면 정말 아름다운 남매다.



     비올레타는 두 사람을 살짝 뒤에서 바라보며 따라갔다.



     그런 생활이 석 달간 이어져 가을이 왔을 때쯤, 병약하고 창백하고 마른 어머니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잠드는 횟수도 줄고, 피부의 혈색도 좋아지고, 눈빛도 밝아졌다.



     편식은 여전했지만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비올레타는 은근히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산책과 식사, 과외를 하는 시간 외에 비올레타는 농법과 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독서를 좋아해 저택에는 큰 도서관이 있었다. 시간이 나면 그곳에서 온갖 책을 읽었지만, 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이 세상에는 쌀이 없는 걸까 ...... 아니, 포기하지 말자!)



     도서관에 있는 것은 이 세상의 일부 지식뿐.

     세상은 더 넓을 것이다.

     또 다른 책을 읽고 있자, 오스카가 들어왔다.



    "뭐야, 또 여기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오스카도 다 읽은 책을 들고 있다.



    "오빠, 쌀이 뭔지 아세요?"

    "쌀?"

    "라이스로 불릴지도 몰라요."



     오스카는 벌레도 식물도 좋아한다.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보리와 비슷하지만, 보리와는 달리 알갱이째로 쪄서 먹어요."



     비올레타는 조심스럽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해 그린, 제대로 익은 벼이삭의 그림이다.



    "흐음. 보리와는 열매 맺는 방식이 다르네."



     역시 식물 애호가답다. 눈썰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빵이 가장 맛있는데 왜 굳이 알갱이 그대로 먹는 걸 먹고 싶어 해?"



     빵은 음식의 예술품이다.

     보리의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맛있는 하얀 부분만 가루로 만들어 모아서 구워낸 것이다.

     푹신푹신하고 부드럽고 향긋하다. 아주 좋다.



     하지만 그것으로 비올레타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비올레타는 쌀의 맛을 알고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에 둘러싸여도 쌀을 잊을 수 없다.



    "몰라도 괜찮아요"



     그림을 회수하려고 하자, 오스카 쪽에서 잡아당긴다.



    "잠깐만요. 이거 빌려가도 되지?"

    "얼마든지 그릴 수 있으니 가져가세요"



     오스카가 비올레타의 벼 그림을 가져가고 일주일 후.



    "먼 남쪽 땅에 비슷한 것이 있을지도 몰라."



     도서관에 있던 비올레타에게 오스카가 찾아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조사해 보셨어요?"

    "한가해서."

    "하지만, 어디서?"



     비올레타는 아무리 찾아봐도 힌트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성."

    "성이요!?"



     역시 차기 백작. 열세 살에 벌써 성을 드나들 수 있다니.

     비올레타는 아직 성에 가본 적이 없다. 스스로는 아직 한동안은 조사할 수 없을 것 같다.



    "역시 현물은 없었어. 가끔 남쪽에서 교역품으로 들어온다던데, 들여오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겠지."

    "ㅡㅡ오빠, 감사해요! 그럼 가볼게요."

    "뭐? 어디로?

    "남쪽 땅으로"

    "바보냐!"



     바로 혼났다.



    "나이트 레이븐도 아직 못 타면서."

    "오빠도 얼마 전에야 탔잖아요. 오빠가 할 수 있다면 여동생인 저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바보냐!"



     오스카는 다시 한번 소리치더니, 화를 내며 도서관을 나갔다.



     ㅡㅡ어쨌든, 이 세상에 쌀과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다.

     있다면 언젠가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올레타는 이때만큼 귀족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일단 돈. 그리고 상회와의 인맥을 만들면, 언젠가는 ......)



     쌀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보이자, 비올레타는 이 세상이 점점 더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다.



    (씨앗...... 종자라고 했었나? 그것만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어서 먹을 수 있어)



     기후가 맞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안 맞으면 맞는 땅을 찾으면 된다.



    "좋아, 열심히 해보자!"



     비올레타는 갑자기 의욕이 생겼다.



    (어쨌든 돈! 돈을 벌어야 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의기양양하게 일어서는데, 도서관에 집사 제임스가 들어왔다.



    "ㅡㅡ비올레타 아가씨, 당주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계속 여행을 다니셨던 아버지께서!?"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돌아오신다고 했던 것 같다.

     백작인 아버지는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자주 다닌다. 취미와 일을 겸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왕도로 돌아오는 일은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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