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결혼 첫날 밤2023년 12월 14일 22시 00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러니까 후작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와 아이를 만들 생각이 없다는."
후작령에서의 화려한 결혼식 후, 첫날밤.
신부가 된 비올레타는 남편의 방에 있는 커다란 침대에 앉아, 긴 자줏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호박색 눈동자로 남편이 된 에르네스트 볼프스를 올려다본다.
에르네스트는 침실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비올레타를 내려다보고 있다.
파란 눈동자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다. 색깔도, 시선의 차가움도.
그리고 아름다운 은발이 그 차가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얼음 후작'이라는 별명답게 마치 얼음 조각상 같다.
"그래, 행실이 나쁜 너를 사랑할 수는 없다."
목소리가 무겁고 딱딱하게 울려 퍼진다.
로맨티스트라고 생각하며 비올레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략결혼이니 헤어지면 될 것을.
"그래서 3년이 지나면 이혼하자고 했는데, 그것도 싫어."
"............"
"저의 막대한 지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거죠?"
ㅡㅡ이 결혼은 계약이다.
비올레타의 아버지인 백작은 후작가의 혈통과 명예를 원한다. 혈연을 얻고 싶다. 그리고 덤으로 악명 높은 딸을 빨리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후작가는 막대한 지참금을 원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이 결혼이 성사되었다.
비올레타도 이 땅의 궁핍한 사정을 알고 있다.
후작 가문답게 영지는 넓지만, 가뭄으로 인한 흉작이 수년째 이어져 세입이 부족하다.
어린 나이에 후작을 물려받은 그가 어떻게든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영지의 수지는 큰 적자에 빠진 상태다.
그래서 젊고 아름답고 청렴결백한 후작은 악명 높은 독부인 비올레타를 데려왔다. 막대한 지참금과 함께.
비올레타는 빙그레 웃었다.
차라리 독을 삼키면 될 텐데 이 후작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생리적 혐오감 때문인지. 여자가 싫은 건지, 비올레타가 싫은 건지.
"정말 이기적인 이야기네요. 하지만 그쪽 사정은 조금 알고 있어요."
비올레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차가운 표정의 에르네스트 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혼은 하지 않을게요.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말해봐."
"이 땅에서 저의 자유를 보장해 주세요. 그 정도는 괜찮겠죠?"
"상관없다. 애인은 얼마든지 만들어도 된다."
"고마워요, 후작님. ...... 아아, 이럼 안 되지. 이미 부부가 되었으니까요. 에르네스트 님?"
이름을 부르자 혐오감을 드러낸다.
"내일의 일정은 뭐예요?"
"...... 이른 아침, 왕도로 출발한다."
"바쁘시군요. 그럼, 편히 쉬세요. 에르네스트 님."
비올레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운을 걸치고 방 안쪽의 문을 통해 침실을 나갔다.
◆◆◆◆
남편의 침실 옆에는 부인의 침실이 있고, 두 방은 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열쇠는 양쪽에서 모두 잠겨 있어 어느 한쪽이 잠그면 오갈 수 없다.
부인의 침실로 돌아온 비올레타는 문을 잠갔다. 다시는 이 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무도 없는 방에서, 침대에 앉는다.
ㅡㅡ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비올레타의 이름은, 왕도에서 나쁜 의미로 유명했다.
남자를 좋아하고, 애인을 여럿 거느리고, 자유분방.
그리고 에르네스트 볼프스는 그 아름다움과 고결함, 그리고 일 잘하기로 유명했다.
정말 고지식하며, 그리고 가난한 것으로.
그래서 비올레타는 이 혼담을 받아들였다. 물론 거절할 자유는 없었지만.
(아~ 다행이다!)
완전히 안심하여 침대에 누웠다.
ㅡㅡ남편이 첫날밤을 거부해 주다니, 정말 운이 좋아.
(남자를 좋아한다는 여자가 순결하다는 게 들통나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그리고 역시 무서워. 거의 처음 만난 상대의 아이를 낳는다니)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전생에 대한 지식도 조금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부끄럽고 무섭다.
(루시아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어)
왕도에 있는 여동생이 생각난다.
귀엽고 청초한 분위기, 애교가 있고 누구에게나 상냥하며, 연애도 놀이도 좋아하는 여동생 루시아.
ㅡㅡ비올레타의 이름으로 밤의 사교계를 즐기던 루시아.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더니, "언니의 이름이 순간 튀어나왔어."라며 멋쩍어하며 웃던 루시아.
덕분에 영지에 틀어박혀 밭에서 놀기만 하던 비올레타는 엄청난 악명을 얻게 되었다.
(전화위복일까?)
어쨌든 이제 비올레타는 자유로워졌다.
후작부인으로서의 역할도 요구받지 않을 것이고, 후계자를 만드는 것도 요구받지 않을 것이다.
(자유롭게 해도 좋다고 했고, 남편은 당분간 부재중. 내일부터는 천천히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라, 내 농지!!!)
이렇게 넓은 땅이니, 비올레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을 것이다.
(풍성하게 열매를 맺게 해줄게!)
너무 즐거워서 잠잘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결혼식의 피로 때문인지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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