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 손바닥만한 벼농사(1)
    2023년 12월 15일 00시 18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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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올레타의 방의 창가에, 커다란 드라이플라워가 매달려 장식되어 있다.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말린 꽃들 사이에서 비올레타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벼의 열매만 정성스럽게 채취한다.



     한 손에 잡힐 정도의 적은 쌀알.

     작은 알갱이 속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비올레타는 가슴이 뛰었다.

     이것을 발아시키고, 모종으로 만들어 키우는 것이다.



    (성공하면 밥을 먹을 수 있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지나고, 그리고 봄이 온다.

     열한 살이 된 비올레타는 드디어 결행하기로 했다.



     실패해서 전멸하면 큰일 나기 때문에, 우선 3분의 1을 사용하기로 했다.



    (떠올려야 해, 비올레타 ...... 전생의 나는 벼농사 경험이 있었을 거야. 작은 양동이로 했었지만 ......)



     비올레타는 먼저 준비한 그릇에 물을 얕게 채워서 볍씨를 담갔다.

     매일 상태를 보고 깨끗한 물로 갈아줬고, 일주일 후 가느다란 싹이 나왔을 때는 세상의 탄생을 목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싹이 트면 이제 흙에 심어야 한다.

     비올레타가 정원에 나가 흙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오빠 오스카가 왔다.



    "뭐 하는 거야, 비오?"

    "흙을 만들고 있어요. 양동이에 흙과 물을 담아 못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흠."



     작은 삽으로 정원의 흙을 파내어 양철통에 담는다.

     그때 검은흙 속에 있는 벌레를 발견한 비올레타는 무심코 뒤로 물러섰다.



     좋은 흙 속에는 반드시 있다는, 가늘고 긴 꿈틀거리는 벌레ㅡㅡ흙벌레.

     경직된 비올레타의 앞에서 오스카가 맨손으로 그 흙벌레를 집어 들었다.



    (어? 이 오빠, 진심이야?)



     흙벌레를 손으로 잡다니.

     놀란 비올레타를 향해 오스카가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는 비올레타를 향해 흙벌레를 던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올레타는 삽을 집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뒤에서 오스카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오빠 너무해!"



     충분히 거리를 두고 창고 그늘에 몸을 숨긴 비올레타가 외친다.



    "벌레를 싫어하는 마음을 극복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으으......"



     안타깝지만 맞는 말이다.

     식물에 벌레는 항상 붙어 다닌다.

     무섭다, 싫다고 말한들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뭐, 벌레는 조만간 어떻게든 되겠지."

    "정말요?"



     비올레타는 몸을 내밀었다.

     식물과 벌레를 좋아하는 오빠의 말이다. 벌레가 오지 않는 방법을 만들 수 있을지도.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적들로부터 소중한 묘목을 지켜야 해. 싫어도 익숙해질 거야."

    "싫어!!"

    "레이븐을 타고 싶다면 먹이도 직접 줘야 한까. 이 녀석으로 양동이 한 통 가득 채워서ㅡㅡ"

    "싫어!!"



     흙벌레를 견디며 양동이에 흙을 채우고 물을 부어 잘 섞은 후, 흙이 잘 섞인 곳에 싹이 난 씨앗을 심어 나간다.



     오스카도 흥미로워하며 비올레타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그물을 쳐서 새들이 먹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잘 자라게 해 주세요).



     그 뒤로는 매일 몇 번이나 확인하여, 물이 부족하면 물을 보충했다.

     심은 것 중 30%는 무사히 뿌리를 내린 것 같아서 비올레타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초록색 잎이 나오고 쑥쑥 자라기 시작하자 나머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매일 몇 번이나 살펴보고, 벌레가 붙어 있으면 두 개의 막대기로 집어서 열심히 빼냈다.



     오스카는 매일 벼의 모습을 기록하고 스케치했다.

     새로운 식물, 그것도 여동생이 열광하는 식물이라는 것이 오스카에게도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여름이 다가오고, 벼는 점점 더 자랐다.

     이윽고 작은 꽃이 피자, 비올레타는 감격에 겨워 몸을 떨었다.

     매일매일 열심히 물을 주었다.



     꽃은 무사히 수분을 하여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열매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조금씩 끄트머리가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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