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발밑에서 푹신하고 따스한 감촉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아래를 보니 연한 색의 강아지가 있었다.
(귀, 귀여워 ......)
학교 안에 강아지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어디서 길을 잃은 것일까.
"무슨 일이니? 배고파? ...... 하지만 강아지에게 이건 맛이 너무 진할 텐데......"
비올레타는 도시락 속 라이스버거를 쳐다보았다.
맛이 진한 것은 좋지 않을 느낌이 든다. 밥 부분만 조금만 먹인다면 괜찮을지도.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레이븐스 가문의 능력은 조류에만 해당되지만, 동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 알 수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비올레타는 강아지의 뒤를 따라갔다.
봄볕이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곳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다.
은발이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고, 눈은 조용히 감긴 채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나는 이 분을 알고 있어 ......)
남성적이지만 겨울의 결정체처럼 섬세하고, 만져서는 안 되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아름다움.
몇 번이나 멀리서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떠들썩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얼음의 귀공자님'으로만 기억하고 있어)
비올레타의 오빠 오스카와 같은 나이이며, '얼음의 귀공자'로 불리는 남학생이다.
여학생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빛나는 그대 오스카와 함께 언급된다. 금과 은, 빛과 얼음, 움직임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그 얼음의 귀공자가 잔디밭 위에 잠들어 있다. 강아지가 몸을 비비는 와중에도..
작은 몸이 살짝 스치는 모습이, 그의 차가운 인상을 부드럽게 녹여주어서 비올레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안 돼. 잠자는 얼굴을 쳐다보는 것은 실례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왠지 ...... 너무 지쳐있는 듯한 ......)
왠지 얼굴색이 너무 안 좋다. 안색이 좋지 않고, 눈밑에 어두운 다크서클이 퍼져 있다.
그 안색은 옛날의 어머니를 닮았다. 몸이 안 좋아서 잠만 자던 시절의 어머니를.
잠을 많이 못 잤을까.
그래서 이런 곳에서 낮잠을 자는 것일까.
아니면 자고 있는 것이 아닌, 몸이 아파서 쓰러져 있는 것은 아닐까.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눈이 뜬다.
깨어난 눈동자가 강한 경계심과 함께 비올레타에게로 향한다.
"저기, 괜찮으세요?"
몸을 일으킨 얼음의 귀공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하지만, 식사 제대로 하고 계세요? 괜찮으시다면 이쪽을 드세요."
비올레타는 도시락에 담긴 라이스버거를 내밀었다.
그 순간, 눈에 더 큰 당황과 경계가 뒤섞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귀족이라면 잘 모르는 상대가 건네주는 것을 쉽게 먹을 리가 없으니까.
"이게 뭐야 ......"
"라이스버거예요. 빵 대신 쪄낸 쌀을 사용했어요.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
그 순간, 강아지가 수중에 뛰어오르더니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밥버거에 코를 들이대었다.
딱딱한 표정이 잠시 풀렸다.
그는 가볍게 눈을 감으며 라이스버거를 먹었다.
(먹었어ㅡㅡ?)
스스로 건네줘놓고 놀랐다.
그는 천천히, 천천히, 밥버거를 먹어 치웠다. 비올레타는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중간중간 강아지에게 빵 조각을 주는 모습도 보였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 감상 ...... 감상을 듣고 싶어 ...... 그리고 더 많이 먹여주고 싶어)
그리고 안색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다 먹고 나서, 그는 비올레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도대체ㅡㅡ"
"저는..."
그 순간,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예종이다. 다음 수업은 카멜리아 선생님의 예절 강좌.
절대 늦을 수는 없다.
비올레타는 서둘러 도시락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냥 지나가다 들른 것뿐이에요! ㅡㅡ아, 바쁘시더라도 제대로 드시고 가세요!"
비올레타는 그 말만 남기고 달려서 교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