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 결혼식 다음날 아침(1)
    2023년 12월 16일 17시 01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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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학교를 졸업하고, 열여덟 살이 된 비올레타는 에르네스트 볼프스 후작과 결혼했다.

     볼프스 영지에서의 결혼식 다음 날 아침, 비올레타는 이상한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ㅡㅡ맞아. 나는 에르네스트 님을 만났었어."



     혼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상태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귀족학교 시절, 안뜰에서 단 한 번 대화를 나눈 '얼음의 귀공자' ㅡㅡ그가 에르네스트 볼프스임에 틀림없다.



     그 얼굴, 그 눈빛, 그 분위기.

     동일 인물임이 틀림없다.

     심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니, 대화는 하지 않았어ㅡㅡ일방적으로 음식을 건네고 사라졌으니까)



     이렇게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행동이다.



    (그건 그렇고, 그 때의 그가 에르네스트 님이었다니 ......)



     놀라움과 함께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에르네스트 님은 기억하고 계시려나 ...... 기억 못 하시겠지."



     서로 이름을 밝히는 일 없이.

     그 뒤로도 멀리서 보기만 했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얼음의 귀공자'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었다.



     작위를 계승하기 위해 그만두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학생들의 한탄은 상당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거의 화제가 오르지 않았다.



     소녀들의 동경은 쉽게 변하는 법이다. 행사에서 활약한 남학생이나 새로 부임한 교사에게로 관심이 옮겨간다.



    (내가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졸업하기 직전 ...... 에르네스트 님은 이미 그만둔 뒤였으니 나에 대한 기억은 없을 거야)



     기억하고 있더라도 괴짜로만 기억하고 있을 테니, 잊힌 채로 남는 게 낫다.



    (그건 그렇고, 이상한 인연이네)



     ㅡㅡ비올레타에 대한 소문은 졸업 직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유혹했다느니, 파티에서 원나잇의 상대를 찾고 있다느니 등등의 소문이 돌았다. 엄청나게 '파렴치한' 것들뿐이었다.



     물론 전혀 짐작도 안 가는 일이다.



     비올레타는 사교보다 농사일을 더 좋아했고, 학교가 아닌 시간에는 저택에서 실험과 공부를 했고, 긴 방학이 되면 영지로 날아가고는 했다.



     남자와 놀아본 적이 전혀 없다. 데이트도 하지 않았다.

     졸업 후에도 영지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왕도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왕도에서는 비올레타에 대한 이상한 소문, 즉 악평이 점점 퍼져나갔다.

     그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혼담을 기대할 수 없다.

     사실, 혼담 얘기는 단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었다.



     가족들은 악의적인 괴롭힘이라며 화를 냈지만, 비올레타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평생 집에서 살 수 있다고 기뻐하기까지 했다.



     ㅡㅡ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비올레타와 에르네스트 볼프스와의 혼담을 매듭지었다.



     도대체 어떤 비열한 수를 쓴 것일까.



     빚에 허덕이는 에르네스트에게 거액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일까.



     그렇게 하면 악명 높은 딸을 정리할 수 있고, 후작가에 은혜를 베풀 수 있으며, 볼프스 후작가의 혈통에 레이븐스 가문의 피가 섞일 수 있다. 결코 나쁜 거래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타고난 귀족이자 타고난 장사꾼이다.



     그리고 에르네스트는 그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불쌍한 분이셔)



     가문과 자신을 돈에 팔아먹은 셈이다.

     어쩔 수 없는 결혼이라도 개인의 자존심까지는 팔지 않았다는 의사표시가 어젯밤의 발언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로서는 작은 보복일지도 모르겠다.



    (뭐,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비올레타는 창가에 가서 밖을 바라본다.

     밀을 수확하기 직전인데, 멀리서 봐도 그다지 풍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ㅡㅡ세상에, 이런 ...... 개혁할 보람이 있는 농지라니! 할 일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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