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2(1)2023-09-02 21:51:01"저에게도 그는 용사였습니다." 용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리아 로렌, 용사의 파티에서 회복 역할을 맡았던 승려. 현재는 주교로서 교회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주로 귀족에게만 사용하던 신의 기적, 즉 회복 마법을 평민에게도 베풀도록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성녀 마리아로 불린다. "그와의 인연은 학원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말을 걸었어요. '회복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면서요. 처음에는 구애를 받는 줄로만 알았어요. 남자가 제게 말을 거는 건 전부 그런 목적이었으니까요." 마리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비단결 같은 긴 흑발,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 지적인 눈동자... 용사의 영웅담에서도 미모로 칭송받는 그녀는, 지금도 그 아름다움이 여전하며..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단장1(2)2023-09-02 21:13:14──── 3학년 여름 말, 여느 때처럼 학교 뒤편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나에게 레온이 말을 걸었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웬일로 측근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많이 검을 휘두르는 게 익숙해졌구나." 그는 아첨이나 비꼬는 말을 하지 않으니, 이것은 칭찬을 하는 것 같다. 나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레온을 바라보았다. "너의 검형을 본떠서 하는 거야." "그런가. 나는 그렇게 못하지는 않만, 나를 제외하면 네 자세가 가장 괜찮다. 뭐, 다른 녀석들이 제대로 수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기쁜 말이었다. 기본이 안 되어 있던 나는, 입학했을 때 기사반에서 가장 검술을 잘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레온 다음으로 잘한다고 듣는 것이다. 다만 나와 레온을 제외한 다른 ..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단장1(1)2023-09-02 21:12:01학교에 입학한 직후, 교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넌 용사가 될 자격이 없다." 금발에 차림새도 체격도 번듯한 청년이었다. 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고, 얼굴도 잘생겼다. "그래도, 나는 용사가 되어야만 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청년은 화를 내며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얹었다. 교사가 급히 끼어들어서 그 자리는 일단락됐지만, 그 후로 그는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나는 그 금발 청년이 레온 뮬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반에서 압도적으로 눈에 띄었고, 백작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에게 아첨하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검술 실력도 확실했다. 혈통, 체격, 재능을 겸비한데 더해, 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업 외의 시간에도 꾸준히 단련을 했고, 자신의 재능에 자만하는 기색은 ..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1(3)2023-09-02 19:44:31성녀 마리아, 현자 솔론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용사 파티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때 그들은 아직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레스는 어떻게 하고 있었는가? "그 녀석은 ...... 마족을 보자마자 모두에게 도망치라고 지시했다. 뭉치지 말고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치라고.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도망가라니, 소심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지시를 들은 학생들은 살아남았고, 맞서 싸우려던 사람들은 죽었다." ㅡㅡ아레스 자신은? "도망친 녀석들을 쫓아가려는 마족을 막고 있었다. 결코 정면으로 맞서려 하지 않고, 간격을 두며 견제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인간을 도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마족에게 쓰러졌을 때도 그 녀석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녀석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을 거다." ..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1(2)2023-09-02 19:42:30"수업시간의 모의전에서는, 이기거나 자신이 정말로 쓰러질 때까지 싸웠다. 약간의 대미지를 입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을 상대할 때도 진지하게 임했다. 가르친 내용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해할 때까지 교사나 동급생에게 물었다. 틀을 따라 하는 반복 연습은 밤늦게까지 했다" ㅡㅡ그것만 보면 그냥 열성적인 학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용사의 일화로는 다소 약하다. "열심이라는 수준이 아니야. 그 녀석에게는 휴식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자유시간을 전혀 갖지 않았지. 모든 시간을 '용사가 되기 위해' 사용했다. 그 녀석은 잠을 자지 않았다. 활동의 한계가 와서 쓰러져 있었을뿐이었다. 처음에는 평민이라며 시비 걸던 사람들도, 금방 그 녀석한테 손대지 않았다.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집념이었으니까." ㅡㅡ..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1(1)2023-09-02 19:41:11"그 녀석은 친구였다." 용사 아레스와의 관계를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옷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은 단련되고 탄탄하다. 잘 다듬어진 금발, 짧게 다듬어진 수염, 단정한 얼굴이지만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눈빛은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친구ㅡㅡ그와 아레스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며,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던 같은 파티의 일원이니까. 레온 뮐러. 검성 레온으로 칭송받는 그는, 한때 용사 후보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다만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나에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 나름 신분이 높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으니까.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면 인간관계는 위 아니면 아래일 수밖에 없거든. ..
- [ 판타지/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프롤로그2023-09-02 18:28:49이 나라의 왕가는 모계였다. 원래는 신을 섬기는 무녀의 혈통이었다고 하는데, 그 시대의 유력자를 데릴사위로 맞아들여 왕으로 삼음으로써 그 혈통을 지켜왔다고 한다. 신랑감이 되는 것은 국내 귀족이거나 다른 나라의 왕족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고귀한 혈통을 요구했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용사다. 주기적으로 나타나 인간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마왕. 용사는 그 마왕을 물리치는 자다. 이 나라에서는 그 용사에게 보상으로 왕의 지위를 약속한다. 왕가도 용사를 맞이함으로써 왕가로서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세상을 구한 나라로서의 위상을 과시한다. 그렇게 왕실은 영속해 온 것이다. 그리고 15년 전, 이 세상에 마왕이 나타났다. 마족이라 불리는 강력한 종족을 통치하는 왕. 인간이 숭배하는 신을 적대시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