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2023년 09월 02일 18시 28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이 나라의 왕가는 모계였다.
원래는 신을 섬기는 무녀의 혈통이었다고 하는데, 그 시대의 유력자를 데릴사위로 맞아들여 왕으로 삼음으로써 그 혈통을 지켜왔다고 한다.
신랑감이 되는 것은 국내 귀족이거나 다른 나라의 왕족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고귀한 혈통을 요구했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용사다.
주기적으로 나타나 인간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마왕. 용사는 그 마왕을 물리치는 자다. 이 나라에서는 그 용사에게 보상으로 왕의 지위를 약속한다. 왕가도 용사를 맞이함으로써 왕가로서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세상을 구한 나라로서의 위상을 과시한다.
그렇게 왕실은 영속해 온 것이다.
그리고 15년 전, 이 세상에 마왕이 나타났다. 마족이라 불리는 강력한 종족을 통치하는 왕. 인간이 숭배하는 신을 적대시하고, 그 권속인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자.
격렬한 전투 끝에 이미 세계의 절반은 제압되었고, 이 나라도 침략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곳에 용사가 나타났다.
용사가 누구인지는 미리 알 수 없지만, 선지자라고 불리는 인물에 의해 인도되는 경우가 많다.
선지자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예언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정체는 알 수 없다.
이번에도 몇 년 전에 국내의 한 작은 마을에 나타나서 용사의 출현을 예언했다.
그 예언된 용사는 국가의 용사 양성 기관인 팔름학원에 입학해 두각을 나타냈다. 당대의 다른 용사 후보였던 검성 레온, 성녀 마리아, 현자 솔론을 파티원으로 끌어들여 지금 왕궁으로 초대받고 있다.
"나는 이 나라의 공주 알렉시아. 용사에 대한 포상이다.
아버지는 용사에 대해 약간의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 왈, '신분이 낮다', '무뚝뚝한 남자다', '레온이 용사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신다.
어머니인 왕비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신전에 들어가 무녀의 역할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없다. 이 나라의 공주는 왕을 배우자로 선택해 자식을 낳은 후, 사제가 되어 신전에 들어가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검성 레온은 유력한 백작가의 차기 당주로서 실력도 신분도 완벽하여, 마왕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가 내 반려가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만났을 때는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로즐로프 대삼림에서의 전투를 통해 '나는 용사가 아니었다'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왕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나에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 레온은 분명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내 혼인에 나의 의지는 개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사가 누구든 상관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 검술, 승마 등을 열심히 해왔고, 주변에서 재능을 인정받아왔을 텐데도 내 미래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정말이지 이 나라의 공주라는 것은 저주 같은 것이다. 왜냐면 지금까지 왕자가 태어난 예가 없으니 말이다. 차라리 왕자로 태어날 수 있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내 생각과는 달리, 알현이 시작되고 왕좌의 방에 용사가 들어왔다.
아버지인 왕은 로즐로프 대삼림에서의 용사의 공적을 치하하고 포상을 내리며, 공식적으로 그가 용사임을 인정했다.
용사 아레스의 탄생이다.
나는 그 보상으로서 그에게 소개되었다.
"나의 딸, 알렉시아다. 마왕을 물리치면 너를 알렉시아의 사위로 삼고, 이 나라의 차기 왕이 될 것이다."
잠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그것이 관습이기는 하지만, 신분이 낮은 자를 왕으로 삼는 것을 기피하는 귀족들이 있다.
하지만 용사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마왕령에 침입해 마왕을 쓰러뜨리겠다는 무모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겠는가. 용사라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요컨대 마왕에 대한 암살자다.
그 암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용사에 대한 보상은 가능한 한 본인을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로서도 세상이 멸망하면 안 된다.
이 용사에게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용사에게 다가가서는,
"용사님, 마왕을 쓰러뜨리고 세상을 구해 주세요. 저는 당신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12살이라서 조금 어리지만 예뻤으며, 어떻게 행동해야 상대방이 좋아할지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상을 구해달라는 것은 진심이지만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용사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밤색으로 살짝 튀어나온 머리카락과 그에 어울리는 갈색 눈동자. 잘 단련된 것 같지만, 평범한 체격이며 별다른 특징이 없다.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약속하겠습니다. 저는 반드시 마왕을 쓰러뜨리겠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여기로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 주세요."
4년 후, 용사는 그 말대로 마왕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4년이 흘렀다. 마침내 안정을 되찾은 왕국은, 죽은 용사를 기리기 위해 그의 업적을 문헌으로 편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728x90'판타지 >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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