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시이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어. 그 말과 생각에 거짓말은 없어."
"...... 할로, 짱 ......"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내 소중한 것을 해치려는 것을 용서하지 않아. 누가 되었든 ...... 그러니까 시이나.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만약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줘. 나는 시이나의 편이야."
"...... (할로짱 ......)"
언뜻 보면 시이나를 해치려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일부의 의미에 불과하다.
내가 용서하지 않는 것은, 나의 소중한 것을 해치려는 것들.
즉, 소중한 것의 범주에 속하는 시이나 이외의 누군가, 즉 필리아를 해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리아가 나에게 소중한 것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 냄새가 옮길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시이나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시이나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견제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견제는 시이나가 나의 배려하는 태도에서 느낀 감정과 같은 정도의 자제력을 그녀에게 심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시이나의 필리아를 처리하려는 마음을 모르는 척하고, 왠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라는 느낌으로 걱정하는 척하며 견제한다.
나는 시이나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이나라도 여기서 반박할 수 없어서 쉽게 필리아에게 손을 댈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후후...... 역시 천재다. 역시 나다.
어쩌면 말솜씨가 마법보다 더 뛰어난 게 아닐까?
그런 내 생각도 모른 채, 시이나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나 싶더니,
"...... 고마워.......(할로짱이 나를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해 주다니 ...... 정말 기뻐. 에헤헤, 너무 기뻐서 여관 주인에게 쫓겨난 일은 별 거 아니게 되었어!)"
그렇게 작게 미소 지으며.
다시 뺨과 턱을 문질러왔다.
처음처럼 불쾌한 기색은 없고, 평소처럼 ...... 오히려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한다.
적어도 지금의 그녀에게서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감사할 필요는 없어."
좋아, 퀘스트 클리어다! 미션 컴플리트!
나는 애교를 부리는 시이나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어때요. 나, 말 잘하는 것 같지 않아?
뭐니 뭐니 해도 《지전(至全)의 마술사》니까. 전에 도달했으니까.
전(全)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단어만 들어도 대단한 것 같으니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아니, 이번에 처음으로 내가 생각한 대로 전개가 된 거 아냐?
필리아를 샀을 때는 스승님이라며 숭배받아서 손을 대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음마의 액체 약을 먹고서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했을 때도, 어째선지 곁에 있으려는 등 정반대의 행동을 하게 되었다.
시이나와 처음 만난 날의 첫 호러극에서도, 조금만 진정시키고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어느새 완전히 따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가.
깔끔하고 순조롭게 필리아의 암살 계획을 저지할 수 있었다.
드디어 확률이 50프로에 수렴하기 시작한 것 같다 .......
지금까지 불행한 실패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는 행운의 성공이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이제 소녀들과 함께 냥냥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
"...... 할로짱...... 부탁, 이 ...... 있어(그건 그렇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부탁?"
한참을 비비고서 만족했는지 몸을 떼어낸 시이나가 불쑥 그런 말을 꺼냈다.
필리아를 처리하는 대신의 부탁일까?
하지만 지금의 시이나한테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말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한동안 침묵하던 시이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같이......살고 싶어(저기, 쫓겨난 후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어느 숙소도 묵게 해주지 않아 ......부탁이야, 할로짱. 오늘만이라도 좋으니까 자게 해줘 ......)"
"같이 살자고?"
그런 시이나의 뜻밖의 제안에, 나는 얼빠진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