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마치 관찰하듯 필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저는 필리아라고 해요. 스승님께 마법을 배우고 있는 스승님의 노예입니다. 아, 노예라고는 하지만 스승님께서 저를 함부로 대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스승님은 항상 저를 가족이라고 부르며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
"......! (하, 할로짱의 가족? 어, 어떡하지, 실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해! 어쨌든 평소처럼 겁을 주는 언행은 절대 금물! 제대로 호감을 사는 ...... 아으으, 항상 무서워하니까 호감을 사는 언행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겠어~)"
"아, 미안해요. 혼자서 계속 떠들어서 ...... 아직 당신에 대해 듣지 못했네요. 이름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이, 이름! 나, 나는, 나는, 시시, 시이나, 시이나!...... 왜 목소리가 안 나와~!? 긴장해서 성대가 굳어버렸어! 이러면 퉁명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것 같아 ......어, 어떻게든 해야 해! 하, 하지만 어떻게 ......)"
"저기요 ......?"
음........
역시 시이나는 필리아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원래 말을 잘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걸어오는데도 대답을 하나도 하지 않는 것은 역시 뭔가 아니다.
시나이는 "...... 너는..... 나만의......것......." 등의 발언처럼, 왠지 모르게 나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아까 문을 열자마자 안아주고는 문질러 왔을 때도 필리아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묻어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두 사람이 친해지고, 가능하다면 둘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
역시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걸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좋아하는 사람은 나만 봐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하지만 뭐,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역시 필리아가 불쌍하다.
이쯤에서 내가 필리아를 도와주는 게 좋을까.
"이 아이의 이름은 시이나야. 미안해, 필리아. 시이나는 조금 낯을 가리는 타입이라서, 평소에는 좀 더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 악의는 없을 테니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저기, 시이나짱, 맞죠? 귀여운 이름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시이나짱."
여전히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필리아가 말했다.
...... 필리아가 무서워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걱정은 완전히 기우였던 것 같다.
뭐, 필리아는 사람을 겉모습이나 분위기만으로 판단하는 타입이니까.
필리아는 나한테 아까울 정도로 정말 대견한 제자니까. 인간성도 그렇고.
조금은 망상이 심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은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시이나지만 .......
"......!!! (자, 잘! 잘 부탁드립니다! 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질 줄이야 ...... 게다가 이름도 귀엽다니! 그런 말 처음 들었어! 기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저 가만히 필리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ㅡㅡ라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시이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이것도 할로짱이 도와준 덕분이야 ...... 에헤헤, 할로짱은 항상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네. 고마워, 할로짱!)"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를 안아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뺨과 턱을 비빈다.
그리고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 (......어라 ......? (...... 왠지 이 침묵 ...... 왠지 불편한 듯한......)"
...... 상황을 정리해 보자.
먼저 필리아가 웃으며 시이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시이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곤란해하는 필리아를 도와주는 형식으로 내가 대신 대답을 했다.
그렇게 필리아가 다시 안부 인사를 건넸지만 ...... 역시 시이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휙 돌리더니 천천히 나를 안아주었다.
기분 좋다는 듯이, 부비부비까지 곁들여.
필리아의 인사를 쳐내고, 마치 나와의 사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나라는 존재가 누구도 아닌 오직 시이나의 것임을 주장하는 것처럼.
...... 필리아는 웃고 있다.
웃고는 있지만 ...... 그래.
약간 눈 부근이 씰룩이고 있으며,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 저기, 음....... 필리아. 시이나한테는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 알아요 ...... 괜찮아요. 스승님은 매력적이시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좋아할 만한 분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 괜찮아요......"
"......? (어? 무슨 소리? 할로짱이 매력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