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8. ......함께......살고 싶어(2)
    2024년 05월 03일 02시 15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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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는 뺨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약간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무표정이다.
     오히려 평소와는 정반대의 부정적인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정반대? 즉, 기분이 안 좋아 ......?
     왜? 역시 무슨 일이 있었..... 앗!

     그때 문득, 오늘 아침 시이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다른 ...... 여자의 ...... 냄새가, 나]

    "읏!"

     서, 설마 .......
     설마 시이나는 내가 필리아와 함께 사는 것을 눈치채고 필리아를 처리하러 온 건 아니겠지 ......!

     지금 언짢아 보이는 건, 아까 내가 필리아에게 안긴 영향으로 필리아의 냄새가 짙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집요하게, 모든 것을 자신의 냄새로 덮어씌우려는 듯이 다가오는 것이다.

     큰일 났다. 필리아를 지켜야만 해 ......! 시이나에게 잘못을 범하게 하는 것도 안 되고!
     하지만 시이나는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나쁜 태도를 취해버리면, 그녀의 원한을 사버릴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는 약간은 부드럽게, 상냥하게, 달래는 듯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괜찮아, 나라면 할 수 있어!
     말솜씨라면 꽤 자신 있어!
     시이나도 내 말이라면 어느 정도 들어줄 터 ......!

    "시이나."
    "......! (할로짱 ......?)"

     우선은 언짢은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달래기 위해 부드럽게 안아주고서, 괜찮다며 시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시이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시이나의 머리가 옆에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시이나. 나는 시이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어."
    "...... (소중히......?)"
    "시이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구원받는 것은 아니니까."

     시이나는 필시 엄청나게 비참한 과거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이미 외모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숨길 수 없는 광기 어린 분위기가 있다고나 할까 .......
     분명 나 따위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슬픈 과거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10대 초반의 나이에 마물을 마구 베어버리며 악마처럼 웃는 성격이 될 리가 없으니까 .......
     분명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니깐 이 아이 .......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쯤은 있어. 그리고 그건 어쩌면 ...... 나를 위해 말하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자, 시이나는 살짝 얼굴을 숙였다.

    "......(...... 할로짱은 정말 못 당하겠어. 할로짱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둘러대려고 했지만 ...... 할로짱은 이미 내가 슬픔을 느꼈다는 걸 알고 있구나 ......)."

     시이나가 다시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살짝 떼고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 눈동자에는 의문의 색이 담겨 있었다.

    "...... 할로짱, 도 ......? (할로짱에게도 그런 말하기 싫은 게 있어?)"
    "그래 ...... 나도 있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

     뭐, 원래 남자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할 생각도 나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도 이상한 태도를 취할 것이 싫어서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거가 어떻든 간에 나는 지금 할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서 여기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전 세계의 일을 전생이라고 말하며 구분 짓고 있는 것이다.

     ...... 응?
     어라? 나, 혹시 나, 꽤 슬픈 과거를 가졌었나?
     하지만 뭐, 전생은 전생이니까. 이제는 정말 선을 그어놓아서, 그리운 것뿐이지 딱히 미련도 없고.
     그런 것보다는 귀여운 여자애랑 냥냥하고 싶다. 야스도 있으면 더 좋고.

    "......(할로짱,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아 ...... 덧없는 눈빛을 하고 있어. 무슨 일 ...... 있었던 걸까. 하지만 ......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

     어쨌든 지금은 시이나가 실수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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