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필리아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녀는 살짝 볼을 붉히며 가슴속에 있는 나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필리아가 입을 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언제든, 어느 때든.......어떤 저도 인정하고, 무조건적으로 저를 아껴줘요."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
새어 나오는 숨결은 어딘지 모르게 열기를 띠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필리아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필리아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데 ......?
"필리, 아 ......?"
"들리세요 ......? 제 심장이 ...... 이렇게 두근두근거리고 있어요. 전부 스승님 때문이에요......"
"내, 내 탓......?"
"그래요. 스승님께서 한심한 저를 ...... 화도 내지 않고, 꾸짖지도 않고, 그렇게나 애지중지해 주셨기 때문에 ......"
"그, 그런 말을 ...... 들어도 ......"
"......너무 착해요, 스승님은 ...... 너무 ...... 너무, 치사할 정도로... .."
그것은 그저 감동과 애틋함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을 머금은 촉촉한 눈동자.
상기되어 붉게 달아오른 뺨.
뜨겁게 떨리는 듯한 조용한 숨소리.
"...... 너무 달콤해서 ...... 스승님과 함께 있으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저, 미쳐버릴 것 같아요 ......"
어딘지 모르게 선정적으로 보이는 필리아의 그 표정에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평소에는 가슴의 감촉을 맛보는 것에만 집중해서 다른 것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는데.
지금만큼은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저 내 시야에 비친 필리아의 뜨거운 표정이 내 시야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필리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스승님 ......"
"피, 필리...... 아 ......?"
필리아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머릿속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서히 그 거리가 좁혀진다.
완전히 얼어버린 내 몸은, 격렬하게 뛰는 심장 외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와 필리아는ㅡㅡ
"앗!?"
"꺄악!?"
필리아와 나는 갑자기 저택에 울려 퍼진 낯선 방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필리아는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며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잠시 놀랐지만, 나는 이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누, 누군가 여기 찾아온 것 같아. 지금 것은 소, 손님이 왔을 때 알려주는 마도구 방울 소리니까 ......"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렇게 말하자, 필리아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그런가요?"
"그, 그래. 그래서, 음............."
나는 여전히 필리아에게 안긴 채로 있었다.
하지만 종소리에 잠에서 깬 것인지, 이미 필리아는 불과 몇 초 전처럼 열에 들뜬 표정은 보이지 않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필리아가, 현재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 버리더니 즉시 나를 놓아주고서 뒤로 물러났다.
"죄, 죄죄, 죄송합니다아!"
눈동자 속에 빙글빙글 도는 것이 보일 정도로 혼란스러워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저, 방금 무엇을......? 왜, 왜 그런 ...... 아, 스승님! 방금 건, 그, 그, 다르다고요. 뭐가 다르냐면, 어, 저기, 어, ...... 다, 달라요! 다르다고요~......! 하으으으. 아으아으 ......!"
"괘, 괜찮으니까 진정해. 일단 지금은 손님 응대부터 해야지?"
보기에도 부끄럼사 직전인 필리아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지만,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내가 있어서 진정이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여기 있는 한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일단은 떨어져서 혼자서 진정하게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