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밖을 살펴볼 테니, 필리아는 여기서 요리를 보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냥 조용히 여기서 얌전히 있으면 돼. ...... 알았지? 필리아, 대답!"
"아, 네!"
"좋아! 그럼 나, 가볼게 ......!"
재빨리 필리아를 떠나 부엌을 탈출한다.
그것은 마치 도망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필리아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혼란스럽다.
"...... 아, 아까 그건."
현관으로 향하는 동안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려 본다.
...... 아, 아까 그 ...... 혹시 필리아랑, 키스하려고 했어 ......?
착, 착각일까 ......, 하지만 저런 필리아의 얼굴,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
아니, 그보다 그거 현실이었어? 내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라?
"하, 하지만."
필리아는 지금까지 가족의 따스함도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혼자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까의 필리아는, 혹은 그 외로움이 폭주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필리아는 평소에는 나를 위해서만 애쓰고, 내게 기대려 하지 않는다.
주인과 노예. 스승과 제자. 그녀 속에는 분명 항상 내가 더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솔직하게 기댈 수 없는 것 같다.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의의를 드러내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이 평소 필리아의 최선.
하지만 그런 필리아도 분명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를 수 없을 때가 있는 것이다.
필리아가 처음으로 기댈 수 있는 상대가 바로 나다. 하지만 제대로 기댈 줄도 모르고.
그래서 불안에 시달리며 약해진 필리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한 애정 표현 중 하나를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
즉, 친애에서 비롯된, 필리아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이 부풀려진 행동일 뿐이다.
분명 그것만으로 깊은 의미는 없을 것이다.
사실, 나라에 따라서는 가족과 키스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도 아닐 것이다.
...... 하지만.
하지만 ...... 만약 그대로 방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 대,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
필리아는 거기서 끝내려 했지만, 나는 평소처럼 좋은 스승을 계속 연기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견디다 못해 필리아에게 .......
"큭....... 어쨌든 필리아를 억지로 덮치는 일만은 절대 없도록 해야겠어 ......"
필리아는 내 노예니까, 분명 정면으로 말하면 허락해 줄 거다.
하지만 필리아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물론, 필리아에게 야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필리아는 항상 나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주고 있다.
내 얄팍한 욕망 따위로 그런 순수한 마음을 짓밟고 싶지 않다.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는 것만 아니라, 그런 식으로도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필리아와 그런 일을 할 거라면, 어쩔 수 없이, 필리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라는 식으로, ...... 가능하면 필리아가 부탁하는 게 제일 좋겠지, 응.
필리아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고, 싫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따, 딱히 혹시라도 싫어할 것이 겁나서 그러는 건 아니다? 아니거든.
이것도 모두 필리아를 위한 거니까. 나는 끝까지 못 가는 숙맥이 아니니까!
"어쨌든! 지금은 손님이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또다시 방울 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미 현관 앞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문을 열고 서둘러 대문으로 향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내가 이곳의 주인인 할로다."
필리아와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지금은 오로지 손님 응대에만 의식적으로 집중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나는 문 너머에 서 있을 손님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 로......"
"...... (으으. 할로짱, 오랜만이야 ......)"
나를 맞이한 것은, 문 너머에 서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익숙한 고양이 수인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