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9. 그렇지!? 나도 알아......!(3)
    2024년 05월 03일 03시 35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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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어색한 미소.
     필리아는 지금까지 줄곧 가족들에게 손가락질당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끝내는 노예상에게 팔려갔다고 했다.
     분명 그녀는 외모와 달리 근본적인 부분의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어리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자신을 소중히 여겨준 존재가 나, 스승님이라는 인식이 그녀 안에 있다.
     그것을 갑자기 눈앞에서 빼앗겼으니 반사적으로 울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필사적으로 미소를 짓는 그녀에게 무리하지 말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시이나에게 껴안겨서 움직일 수 없고 손도 닿지 않는다.

     그런 필리아의 얼굴을, 시이나는 가만히 바라보며 훗, 하고.
     지금까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녀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 (그렇지? 나도 알아.......!  할로짱은 정말 항상 너무 착하고 따스해서 ......)"

     마치 비참해진 필리아를 비웃고, 승리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그런 시이나를 본 필리아의 표정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우...... 우, 우우......"
    "......(...... 이 사람도 할로짱을 좋아하는 걸까 ...... 아, 아니야! 좋아한다는 건, 어, 음, 물론 친구로서라는 뜻이고! 응!)"

     ...... 뭐야, 뭐야 ...... 이 어색한 분위기는?
     처음 필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을 때는 잘 되나 싶었는데 ......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아니, 왜라기보다 시이나가 도발한 탓이 크다.
     아무래도 내가 시이나의 필리아 말살 계획을 막았다고 방심하여, 시이나의 독점욕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필리아는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사랑하는 엄마를 빼앗긴 딸. 혹은 사랑하는 언니를 빼앗긴 여동생.
     필사적으로 참는 것 같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서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 저기 ...... (그래, 맞다! 이 사람한테도 오늘 밤 묵는다고 말해야지! 이 사람도 할로와 함께 사는 가족인 거지? 제대로 인사하지 않으면 실례야!)"
    "...... 흑......어째서죠 ......?"

     조용히, 처음으로 필리아에게 말을 건네는 시이나.
     그런 그녀에게, 필리아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시이나 ...... 제발 필리아를 울게 하지 말아 줘!
     제발 평화적인 해결을 .......

    "......이, 집......에서...... 살아......... ...그래서 ...... 잘, 부탁 ...... 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미안해. 실은 나, 오늘은 여기서 자고 싶어서 ...... 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 잘 부탁해 ......)"

     그것은 그야말로 선전포고였다.
     이 사람은 이제 내 것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먼저 살던 당신에게도 넘겨주지 않겠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아니. 이제는 직설적으로 시이나는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면 필리아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역시 더 이상 필리아와 시이나를 같은 곳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시이나를 말리고 두 사람을 떼어내야 한다.

     하지만 필리아의 반응은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필리아는 시이나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분명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를 보더니, 무언가 바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즉시 눈가를 닦고,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시이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 좋아요.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죠......! 제가 스승님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 (......? 무슨 소리? 잘 모르겠는데 ...... 알았다고 했으니, 여기 머물러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힘찬 필리아의 말에, 시이나는 눈을 살짝 깜빡인 후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고 있다. 그런 광경마저도 환각이 될 정도다.

    "...... 기대, 돼 ...... 후후............ (앗싸! 오늘은 할로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왠지 설레네. 모처럼이니 밤에는 할로짱의 방에 놀러 가서 조금 늦게까지 놀아볼까? 할로짱이라면 분명 웃으면서 용서해 줄 거야! 에헤헤, 그다음에는......)"

     ...... 이상하네.

     인기 좋다고? 양손에 꽃이라고?
     한쪽은 마시멜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은 태산님의 소유자이며, 한 쪽은 다소 말주변이 없지만 첫사랑의 상대라고?
     그런 두 사람이 나를 두고 다투는 꿈같은 순간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그런데 왜...... 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렇게 배가 아픈 걸까.......
     누가 좀 알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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