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스승님께서 사주실 때까지 계속 제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뇨, 사실은 지금도 ......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스승님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모두 스승님 덕분이라고 필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
...... 으, 으음 .......
아니 ...... 기뻐. 기쁘긴 한데.
저기, 필리아 씨.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만 ...... 또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시이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르쳐 주려는 것 같지만, 필리아가 진지하게 뭔가 이야기할 때는 대개 뭔가 착각하고 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괜찮아? 정말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지? 평소 패턴이 아니지?
"그 아이도 분명 ...... 그렇겠죠? 힘든 일이 많아서 마음속으로는 계속 괴로워하고 있을 텐데 ...... 스승님은 자상하신 분이니까. 분명 그런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으셨을 거예요."
"아니, 저기."
봐봐! 역시 착각하고 있잖아!
아니야, 시이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안아주고서 그럴듯한 말을 했더니 왠지 모르게 따르게 되었어!
같이 살게 된 것도 필리아 암살 계획을 몰래 막은 결과로 발생한 대가이지, 딱히 시이나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필리아. 아니야. 시이나는ㅡㅡ"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 알아요."
필리아는 곱씹듯이 말했다.
"저도 그랬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 아이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 스승님은 그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으신 거죠? 저와 마찬가지로 ......"
"아니......다른데."
"후훗, 둘러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스승님의 그런 면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스승님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스승님의 그런 마음에 구원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 스승님이 그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으시다면 저는 그것을 존중해요. 노예로서가 아닌 스승님의 가족으로서요."
"필리아 ......"
...... 에휴. 이제 될 대로 돼라.......
왠지, 이렇게 된 필리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치명적인 착각도 아니니, 이번 착각은 그냥 넘어갈까 .......
이미 꽤 많은 착각이 쌓여있는 것 같으니 한두 개 더 늘어났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한꺼번에 정정하면 되겠지. 응.......
"...... 하지만, 본심을 말해도 괜찮다면 ......."
"괜찮다면?"
"역시 조금 불만이에요. 스승님이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것 같아서 ......"
"...... 필리아.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필리아가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함께 할게."
"에헤헤. 언제까지나 ...... 아주 멋진 약속이에요. 고마워요, 스승님........"
필리아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 성공했는지, 그녀는 정말 기쁜 듯이 웃어주었다.
그 후 비교적 평상시의 대화 내용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요리를 완성했다.
원래는 고기를 너무 많이 써서 필리아가 억지로 먹으려고 했지만, 시이나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이나는 저래 뵈어도 꽤나 대식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이나의 습격은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저, 저기 ......"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제 시이나가 목욕탕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 와중에 필리아치고는 드물게 어눌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야? 필리아."
"저기, 그, ......"
말하기 어려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지, 질문, 인데요 ...... 시이나짱의 ...... 뺨이나 턱을 문지르는 동작을 ...... 어떻게 생각하세요? ......?"
"어떻게 ...... 냐고 물어도 ......"
시이나가 인사 대용으로 자주 하는 그 행위.
...... 솔직히 말해서 싫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