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0. 어, 어떤......가요......?(1)
    2024년 05월 03일 08시 01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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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섞으면 위험' 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 그대로 섞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세제에는 염소계와 산성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섞으면 염소 가스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염소 가스는 당연히 인체에 유해하다.
     일부러 섞을 생각은 아니더라도 빈 용기에 다른 세제를 넣어 재사용하려고 한다거나,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으니 조금만 다른 종류의 세제를 써보려고 하거나.
     그런 사소한 생각의 행위에서 비롯되지만, 소량을 섞어 버린 것만으로도 상당한 농도의 염소 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필리아와 시이나를 합친 것은 실패한 것일까? 라는 것이다.

    "스승님 ...... 그 시이나짱과는 얼마나 오래 알고 지내셨어요?"

     이런저런 일로 중단했던 저녁 식사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필리아가 이렇게 물었다.
     평소에는 밝고 순진무구한 필리아의 목소리는, 조금은 서운한 듯 혹은 경쟁심을 품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글쎄 ...... 이제 거의 반년 정도 됐나."
    "반년 ......"

     필리아와는 한 달 정도 알고 지냈으니, 대략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만 필리아처럼 매일 함께한 것도 아니고, 종합적인 시간으로 따지면 필리아가 더 오래 함께한 것 같다.

    "처음 만났던 날에 여러 일이 생겨서 완전히 친해졌어."

     참고로 시이나는 지금 목욕을 하고 있다.
     필리아와 계속 같이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계속 도발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일단 떼어놓았다.

     시이나는 시이나대로 신기하다는 듯이 욕조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저기, 스승님. 그 외에도, 다른 분이 있으세요?"
    "다른?"
    "뭐랄까 ...... 시이나짱처럼 스승님과 ...... 그, 사이가 좋은 사람은 ......"
    "흠............"

     필리아에게 나는 유일한 가족이다.
     그런 나를 시이나 말고 다른 사람이 차지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필리아는 불안해하는 것 같다.
     나는 필리아를 버릴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실제로 필리아가 어떻게 느끼는지까지는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 ...... 필리아 말고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시이나랑 ...... 한 명 정도 더 있어."
    "한 명 더 ......"
    "하지만 그 한 명과는 조금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야 하나, 조금 엇갈려서 ...... 요즘은 만나지 못하고 있어.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지금은 같이 살게 될 것 같은 사람은 시이나뿐이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스승님. 그 틀어진 분과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

     필리아는 일단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좋아. 이제 물어봐도 될까.

    "저기, 필리아. 필리아는 시이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어떻다니요......?"
    "반쯤 필리아를 제쳐두고 같이 살자는 이야기로 정해졌지만 ...... 필리아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필리아가 무서워할 것 같으면 따로 살자고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결국 필리아가 함께 사는 걸 받아들여서 내가 의외로 곤란하다.

     시이나가 나를 따르는 것처럼, 필리아도 그에 못지않게 나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시이나도 함께 살게 되면 분명 지금까지처럼 필리아에게만 신경을 쓸 수 없을 것이다.

    "...... 저는 스승님의 노예이기 때문에 스승님이 결정한 일에 참견할 권리가 없어요."
    "...... 필리아."
    "후후, 알겠어요. 이런 대답 방식, 치사하네요. 스승님께서는 저를 항상 가족이라고 생각해 주시는데, 저 편할 때만 노예인 척하는 건 스승님의 마음을 배신하는 거니까요."

     잘 보니, 필리아는 조금 우울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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