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한담] 최악마왕의 습격ㅡㅡ또 한 명의 전생자ㅡㅡ후편
    2021년 02월 21일 03시 12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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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94/

     

     

     

     

     "오오, 쇼타 경."

     "앗, 카라이드 장군."

     코스랄 성에 얼굴만으로 입성한 쇼타가 병사의 안내로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자, 그 도중에 전신을 은갑으로 두른 듬직한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코스랄 왕국 근위군단장 장군 카라이드.

     아직 30대 반 정도라는 젊은 나이로 이 왕국을 수호하는 네 기사단 중 하나인 근위군의 장군으로 취임한 그는, 이 나라에서도 몇 명 없는 [영웅 클래스] 이기도 하다.

     

     용자는 빛의 대정령에게 가호를 얻어서야 [용자] 가 되지만, [영웅 클래스] 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상급의 빛정령일 경우도 있고, 다른 속성의 대정령일 경우도 있고, 쇼타처럼 신에게 가호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영웅 클래스] 라고 해도 그 소질은 평등하지 않아서, 정령의 속성과 계급, 그리고 본인의 노력에 의해 같은 영웅클래스여도 상당한 격차가 생긴다.

     쇼타의 경우는 '용자' 의 칭호를 왕에게서 받긴 했어도 진정한 의미의 [용자] 인 것은 아니고, 빛속성을 가진 [용무녀] 의 가호에 의해 힘을 얻은, [용자] 에 한없이 가까운 [영웅 클래스] 다.

     그리고 카라이드는 땅의 대정령의 가호를 받은 [영웅 클래스] 이며,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자질 덕분에 이 대륙에 존재하는 영웅 클래스 중에서도 최대의 방어력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 이명은 [철벽] 의 카라이드.

     카라이드는 이전부터 코스랄의 젊은 영웅인 쇼타를 주목하고 있어서, 아류 검술밖에 모르는 쇼타에게 몇 번인가 검술을 가르쳐주는 사이이기도 했다.

     아마 카라이드도 향하는 장소는 쇼타와 같을 것이다. 장군이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어차피 성의 이곳저곳에 부하가 있다는 이유로 혼자서 움직이고 있던 카라이드는, 쇼타를 안내해준 병사를 되돌려보내고 왕성의 넓은 통로를 쇼타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카라이드 장군.....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렇구만. .....그다지 좋지는 않네."

     이반 병사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할 거라고 눈치챈 쇼타는 최신 정보를 물어보았지만, 카라이드의 표정은 말 그대로 좋지 않았다.

     "레벨 함락의 내용은 들었는가?"

     "네......거리에 번개가 쳤다는 둥, 항구에서 성을 일격으로 붕괴시켰다는 둥 하는 이야기였지만, 정말로 그 레벨이 며칠만에 함락된 것입니까?"

     "며칠이 아닐세.....반나절이네."

     "읏...."

     다시 들은 그 내용에 쇼타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그런 쇼타를 본 카라이드는, 갑자시 기분 나쁜 미소를 싱긋 지어보였다.

     "레벨의 보고를 믿는다면....의 이야기지. 확실히 용과 상급 마물은 있었겠지만, 그들은 힘이 있어도 개체수는 적지. 반나절에 함락시켰다는 이야기도 잘 들어보면, 군의 시설을 노린 전격전이라고 하더군. 그 이외의 시설은 피해도 없었으니, 겨우 반나절 만에 레벨의 왕족이 도망쳤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네."

     "그......렇습니까?"

     

     마왕군의 기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전격전으로 군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대국 레벨이라면, 용이 몇 마리 있다고 해도 몇 주 정도라면 버틸 수는 있었을 터.

     성의 첨탐 부분은 파괴당한 모양이지만 그 공격을 두 번 보여준 일은 없었던 걸로 보아, 왕궁마술사단과 마술사길드의 견해에 의하면 하루, 또는 며칠에 한번 정도만 쓸 수 있는 마도구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되었다.

     코스랄 왕국 상층부의 견해로는 이쪽으로 피난해온 레벨의 왕족이, 겨우 반나절에 나라를 버린 '변명' 을 과장되게 말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였다.

     

     "그래도, 상대는 '마왕' 을 자칭하는 자다. 나름대로 힘은 있을 테니 방심은 할 수 없겠지만, 오늘도 계속 동맹국에서 '원군' 이 결집되고 있네. 그리고 이 나라 최대의 '방패' 인 나와, 최강의 '검' 인 쇼타 경이 있지 않은가. 싸움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그렇게 비관적인 표정은 짓지 말게나!"

     그렇게 말하며 팡 하며 쇼타의 등을 치자, 그 기세에 넘어질 것 같았던 쇼타는 그럼에도 경직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생에서 몇 번인가 싸워봤습니다만.'

     그럼에도 역시, 그 VRMMO처럼 게임 밸런스가 붕괴된 상대는 있을 리 없다....며, 쇼타는 자신의 볼을 치며 소심함을 떨쳐내었다.

     

     "잠깐, 너무 늦었잖아요!"

     "오오, 미안하네, 데리아 양."

     회의장에 들어온 쇼타 일행에게 바로, 어여쁜 심홍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말을 걸자, 아는 사이였는지 카라이드가 편한 느낌으로 응대했다.

     "죄송합니다, 데리아 씨....."

     "아, 쇼타도 도착했네요. 당신은 괜찮아요, 성의 바깥에 있었으니까요. 이 남자와 다르게 말이죠."

     이 20대 중반의 여성은, 왕궁마술사단의 부단장을 역임하는 여성이며, [폭염] 의 이명을 가졌으며 불의 정령의 가호를 얻은, 마술사인 [영웅 클래스] 였다.

     같은 영웅 클래스여도 마술사와 기사라는 이유로 왠지 데리아가 카라이드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두 사람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어딘사 흐뭇한 일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들, 저기 있는 사람이 '그것' 인 모양이에요."

     "아아, 그건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는 데리아의 말에, 카라이드는 눈썹을 씨푸리면서 잠깐 시선을 보내었고, 영문을 모르는 쇼타가 '그거라니' 라고 물어보았다.

     "그, 망명해온 카도 후작이에요."

     

     수 개월 전에 바다를 건너 대륙에서 망명해 온, 케니스타 왕국의 재상.

     비겁한 마족의 습격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하고, 국왕과 그의 자식이 나라의 흥망을 걸고 카도 후작을 이 이스벨 대륙까지 도망치게 해주었다.

     그 카도 후작은, 그 마왕의 듣자 마자 '마왕이 쫓아왔다' 고 중얼거리며, 제일 먼저 도망쳤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마왕의 습격도 근원을 따지자면 카도 후작이 이스벨 대륙에 망명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도 후작은 뻔뻔하게도 레벨의 왕족과 함께 코스랄 왕국까지 도망쳐왔다.

     

     "최악의 경우엔 저걸 넘기면 돌아가주려나....."

     "그래도 망명자를 침략자에게 파는 건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되지.....그게 최선이라 해도."

     "그렇네요....."

     그런 일을 회의장 한 켠에서 소곤대며 이야기하는 영웅 세 명.

     회의장에는 그들 세 명 이외에도 외국에서 온 [영웅 클래스] 라고 생각되는 인물의 모습이 보였고, 코스랄의 귀족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코스랄 왕국은 레벨 왕국의 참상을 중요하게 보고, 마도구에 의한 긴급통신으로 돔맹 7개국에게 비상사태 선언을 발령했다.

     그에 응한 동맹국은 맹약에 따라 군대를 파견하게 되었는데, 그 선봉으로서 각국의 [영웅 클래스] 가 코스랄 왕국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지금도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몇 명의 신관기사들이 지키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회의장으로 입장하였고, 그걸 눈치챈 귀족들은 감탄과도 비슷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오오, 성녀님......"

     

     코스랄 왕국 동쪽에 있는 성도 헤리올의 제 3왕녀ㅡㅡ[성녀] 라고 불리는 라라 왕녀는 빛의 상급정령에게 가호를 얻은 [영웅 클래스] 다.

     정식으로는 [성녀] 도 [용자] 와 마찬가지로 마왕급이 나타났을 때 빛의 대정령에 의해 선출되지만, 그녀는 직책으로서 성녀의 칭호를 달고 있다.

     하지만 그 청렴한 모습은 정말로 성녀라고 부르기에 합당하여, 놀라서 바라보고 있던 쇼타는 그 시선을 눈치챈 20세 정도의 가련한 여성이 미소짓자 얼굴이 붉어졌다.

     

     "코스랄 국왕폐하, 레벨 국왕폐하, 입장이오!"

     

     그 때, 사전의 협의를 각국의 왕과 마도구 통신으로 하고 있던 코스랄 왕과 레벨 왕이 재상과 원수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모두! 세계의 위기를 맞이하여 모여준 것에 감사한다. 각 동맹국과의 협의에 의해, 습격한 마왕 정벌의 방침이 정해졌다!"

     

     정찰을 나간 자의 보고에 의하면, 마왕군은 레벨 왕국의 성과 군을 격파하고서, 그대로 산을 넘는 식으로 이 코스랄 왕국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왕군은 그 개체수는 얼마 없지만 각각의 개체가 강인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동맹연합군이 막고 그 사이 이쪽도 최대의 전력인 [영웅 클래스] 로 마왕을 정벌하기로 되었다.

     동맹국의 영웅 클래스 21명 중 이미 전사한 레벨 왕국의 한 명과 먼 곳에 있는 두 명을 제외한 18명으로, 이 이스벨 대육의 명운을 건 싸움에 도전하자고 연설했다.

     "승리를 우리들의 손에!!!"

     

       *

     

     ".........."

     피해의 확대를 막기 위해, 동맹군은 레벨에서 산을 건너면 나오는 평원에서 마왕군을 맞이하기로 했고, 쇼타가 속한 영웅 클래스들은 그 평원에 인접한 마을을 마왕과의 결전의 땅으로 골랐다.

     이미 피난을 끝내어 무인이 된 마을을 보고, 쇼타는 기시감을 느끼고 말았다.

     '이건......VRMMO에서 본, 마왕과의 결전무대잖아.'

     마을 중앙에 있는 어떤 광장에서 기다리는 18명의 영웅 클래스. 그걸 세 소대로 나누어 마왕과 근접전투를 하는 제 1대의 리더로 임명된 쇼타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그곳에 같은 파티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용자님, 무슨 일인가요?"

     "아, 아뇨!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용자님은 그만둬주세요, 성녀님. 전 진짜 용자도 아니고....."

     "어머, 그런 거라면, 저도 진짜가 아닌데요. 라라로 불러주세요. 쇼타님."

     "아, 예, 라라님."

     새빨간 얼굴로 등을 펴는 소년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는 라라 왕녀.

     쇼타의 파티는 전사계 [용자] 쇼타. 방패역 [철벽] 카라이드. 마술사 [폭염] 데리아. 회복역 [성녀] 라라.

     그 밖에 레벨에서 탈출해 온 검사 [섬광] 후리델과, 동맹국 중 최고의 궁사인 [매의 눈] 베로니카 여섯 명이다.

     "이 후리델의 검으로, 조국을 짓밟은 마왕을 베어버리겠다!"

     "그럼, 내 활과 어느 쪽이 빠른지 승부야."

     이 파티는 18명 중에서도 제일 전투력이 높고 밸런스가 좋은 구성으로 모였지만, 그 점에선 게임 경험자인 쇼타의 지식이 도움이 되었다.

     

     "보인다!"

     베로니카의 목소리에 모두가 시선을 산 쪽으로 향하자, 산을 넘어오는 마물의 무리가 멀리서도 잘 보였다.

     하늘을 나는 와이번과 히포그리프. 숲의 나무들을 잡초처럼 쓰러트리는 사이크로프스와 히드라의 거체.

     그 중앙에서 빛의 파문이 퍼지자, 성녀 라라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새파란 얼굴로 떨기 시작했다.

     "라라님!?"

     "왜 그러십니까!?"

     라라는 동료들의 목소리에 떨리는 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저건......아마, 신화 속에서 잃어버렸던....제 10계급의 성마법이에요....."

     

     신화 속에서만 나오는 제 10계급마법. 그것도 마왕이 성스러운 마법을 사용한다고 듣고 소문으로 듣던 마왕에 전혀 과장됨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영웅들은 절망감과 긴장감에 숨을 삼켰다.

     ".....데리아 양, 부탁한다."

     "아, 알았어요. 저런 것.....어차피 보여주기식의 눈속임이라고요."

     데리아는 카라이드의 목소리에 정신을 되찾고서, 제 4계급의 풍마법으로 소리를 확대하여 외쳤다.

     

     "마왕이여! 그 힘이 진짜라면 우리들과 싸워라! 우리들은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전장에 울려퍼지는 데리아의 목소리.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평원의 동맹군은, 영웅들이 마왕을 쓰러트릴 때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며, 함성을 지르며 마왕군에게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분 후......마왕군의 안에서 칠흑의 용과 한 마리의 그리폰이 날더니, 쇼타 일행이 있는 장소를 향해 똑바로 향해왔다.

     "온다!!"

     방패역인 카라이드가 거대한 카이트실드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그리폰의 등에서 이상한 검은 갑옷을 장착한 마장군과, 그 뒷편에서 늑대의 실루엣을 가진 암흑룡에서 내린 [마왕] 의 모습을 목격한 영웅들은 경악에 휩싸였다.

     선명한 검은 머리를 드리운 진홍의 미니드레스를 입은, 자그마한 엘프 소녀.

     그 [마왕] 이라는 인상에서 동떨어진 귀여운 외모는, 전장보다도 창가에서 독서나 자수를 하는 편이 잘 어울려 보였다.

     쇼타는 그 VRMMO와 거의 같은 모습을 보고, 그녀가 최악의 마왕ㅡㅡ크림슨데스로드라고 확신했다.

     

     "죽어."

     그 순간, 제 2대 중 한 사람이 옆에서 마왕을 덮쳐들었다.

     같은 [영웅 클래스] 라 해도 가호에 따라 격차가 있어서, 직접 마왕과 대치하는 제 1대의 지원으로 정해진 제 2와 제 3대의 사람들은,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찰나] 라고 불리는 암살자 비슷한 남자는, 마왕의 외모에 홀리는 일 없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단독으로 마왕의 암살을 시도했다.

     소리도 없이 희미해질 정도의 속도로 뛰어들었는데, 쇼타 일행이라 해도 눈치챘을 땐 이미 그 단검이 마왕에 닿기 직전이었으며, 다른 누구나 설령 마왕이 상대라 해도 영웅인 자신들은 저런 짓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마왕의 암살이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깡!"

     "꾸엑."

     암살자의 칼날이 마왕의 목에 꽂히기 직전,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마왕의 팔을 한번 휘둘러서 암살자를 날려보냈고, 가슴이 함몰된 [찰나] 는 눈을 까뒤집으며 입에서 피를 토하고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마왕 소녀는, 작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처음으로 낭랑한 목소리를 내었다.

     "상대는, 이 17명이면 돼?"

     

     """".........""""

     싸우기 전에 동료가 한 명 줄었다. 이 대륙에서 최강의 자신들ㅡㅡ [영웅 클래스] 중 한 명이 벌레가 잡히듯이 쓰러졌다.

     최악의 마왕ㅡㅡ그 말의 의미를, 자신들이 상대하려고 하는 존재의 의미를, 영웅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야 이해했다.

     그리고 쇼타는, 눈앞의 마왕이 그 VRMMO의 마왕과 전혀 손색없는 힘을 가진 것에 절망하면서도, 또 한가지의 일이 신경쓰였다.

     '이 마왕은.....게임의 마왕과 똑같지만,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그 미소녀 캐릭터 백선의 여자아이와 똑같아ㅡㅡ'

     

     "어이어이, 아가씨, 혼자서 하지 말고, 나한테도 돌려달라고!"

     

     칠흑의 마장군의 목소리가 쇼타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마왕은 그 목소리에 귀찮다는 듯 돌아보고서, 기대하고 있는 듯한 마장군과 영웅들을 번갈아보다가, 마왕은 갑자기 쇼타를 지목했다.

     "그럼, 저 남자애의 상대를 해. 이 안에서 제일 강하니까."

     "오오!"

     마왕의 지명에 쇼타가 눈을 부릅떴고, 마장군이 대검을 어깨에 메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영웅들이 대비하였지만, 마왕은 그 의욕을 한마디로 가로막았다.

     "그럼, 나머지는 내가 상대할게."

     

     일섬ㅡㅡ

     

     "크악!?"

     "카라이드!!"

     대기가 일렁이며, 막대하게 솟아오르는 흙먼지. 그 순간, 방어의 핵심 [철벽] 카라이드가 마법의 카이트실드를 두 쪽으로 절단당하고서, 인형처럼 날아가 버렸다.

     흙먼지 안에서 자기 키 정도의 외날 장검을 휘두르는 마왕의 모습.

     놀랄만큼 순식간에 자신들의 진지에 파고든 마왕을 보고, 남은 16명의 영웅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어허, 넌 내가 상대한다."

     "마장군!"

     챙!!

     덤벼들던 쇼타를 칠흑의 대검이 내려쳤고, 쇼타도 그걸 검으로 막아내었다.

     이미 파티도 전열도 관계없다. 몇 명의 전사계 영웅이 라라를 지키려는 듯 서 있었지만, 라라는 서둘러 쓰러진 카라이드에게 치유마법을 썼다.

     " [성스러운 빛. 빛의 가호로 이 자에게 치유를 부여하라] [상위치유] "

     

     "이노옴, 마왕! 이 후리델이 심판을 내리겠다!!"

     고향 레벨을 유린당하고, 동료를 연이어 쓰러트린 마왕에게, [섬광] 의 후리델이 신속의 찌르기를 자아내었다.

     "거기!"

     그와 동시에 [매의 눈] 베로니카가 그 원호를 위해 활을 쐈다.

     영웅 중에서도 가장 빠른 공격을, 마왕은 장검을 회전시키면서 화살을 쳐내었고, 춤추는 것처럼 빙글 회전하면서 찌르기를 피한 후리델의 칼날을 휘감듯이 눌러서 꺾어버린 마왕은, 피한 채로 달려들어서 경악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후리델의 안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크억......"

     

     " [성스러운 빛. 빛의 가호로 이 자에게 치유를 부여하라] [상위치유] "

     

     "이 괴물이!"

     "이제 용서 못 해! [소드 샷] !"

     " [화염창] !!"

     경장의 영웅이 두 자루의 창을 쥐고 뛰어들었고, 장신의 여성이 여러 단검을 동시에 투척하는 단검의 [전투기술] 을 썼으며, 마법검사가 불의 창을 쏘았다.

     마왕은 오른손에 장검, 왼손에 금색의 단검을 들어서, 날아오는 단검과 불의 창을 정면에서 베어내었다.

     "잡았다아! [브레이커] !"

     그 틈을 노린 창의 영웅이 쏘아낸 [전투기술] 이 광선이 되어 내달렸고, 마왕을 그걸 몸을 젖히는 것처럼 피하면서 창을 차올렸다.

     "ㅡㅡ [Lightning] ㅡㅡ"

    마왕이 쏜 거대한 번개는 빈 손이 된 창의 영웅의 몸통과 그 뒤에 있던 여성 영웅과 마법전사를 꿰뚫었고, 세 사람은 내장이 타버린 것처럼 입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동시에 쓰러졌다.

     

     " [성스러운 빛. 빛의 가호로 이 자에게 치유를 부여하라] [상위치유] "

     

     "ㅡㅡ [프리즈] !"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카레이드에게 달려오던 데리아가, 분노를 드러내면서 제 6계급마법, [동결] 을 마왕에게 걸었다.

     불이 장기인 데리아여도 자아를 잃을 정도로 자제심을 잃어버리진 않았다. 단일공격마법이며 강력한 이 마법은, 적의 몸을 순식간에 동결시켜서, 쉽게 깨지기 쉬운 얼음으로 바꿔버린다.

     파직!

     "......어."

     하지만 마왕은 그 [동결] 의 마법을 한팔을 휘둘러 쳐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마법내성을 가지면 저렇게 되는지, 마왕은 한팔에 붙은 서리를 가볍게 털어서 떨구어 내고서, 오른 손에 든 단총으로 데리아의 배에 2연발을 쏘았다.

     "........아....."

     

     "....상, [상위치유] !"

     

     라라는 계속 쓰러지는 동료들에게 지원마법을 쓸 틈도 없이 치유마법만을 계속 외웠다.

     하지만, 제 3계급인 [상위치유] 로는 치명상을 입은 동료의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제 5계급인 [범위치유] 를 쓰면 설 수 있는 동료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쓰면 마력이 고갈되는 데다 애초에 그런 긴 영창과 정신집중을 마왕이 기다려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이만큼 치유마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적의 적대심(어그로)를 모으게 된다.

     "....힉,"

     "그렇게는 안 돼!"

     라라에게 접근해오는 마왕을 베로니카가 활을 들며 막아섰다. 하지만ㅡㅡ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못 해먹겠네에에에에!"

     여태까지 라라를 지키고 있던 몇 명의 영웅이,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마왕에게 등돌려 도망쳤다.

     그걸 보고 무기를 활로 바꾼 마왕에게, 베로니카도 활을 당기며 전력의 [전투기술] 을 쏴제꼈다.

     " [스나이퍼 샷] !!"

     

     "ㅡㅡ [Enperial] ㅡㅡ"

     

     베로니카가 쏜 빛의 화살을 마왕이 쏜 거대한 빛이 집어삼켰고, 베로니카를 스쳐 지나가면서 도망치고 있던 영웅 두 사람의 우반신과 좌반신을 증발시켰다.

     "히이이익!?"

     옆에서 달리고 있던 동료들의 반신이 소멸하자 비명을 지른 다른 영웅들은, 그 순간에 덜쳐온 이형의 암흑룡과 그리폰에게,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갈갈이 찢어졌다.

     

     "ㅡㅡ [Fire Ball] ㅡㅡ"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라라와 그 앞에 있던 베로니카를 한데 모아 불태우는 [불덩어리] 를 마왕이 쏘았다.

     자신의 죽음을 느끼면서 라라는 화염 속에서 전율했다.

     제 5계급의 [불덩어리] 라면 데리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웅과 궁정마술사 클래스여도 쓸 수 있는 자가 있지만, [영웅 클래스] 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뭐란 말인가? 조금 전의 [벼락] 도 그랬지만 여러 영웅을 동시에 쓰러트리는 화력이라니, 어느 정도의 마법력과 기량이 있다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불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숯에 타버린 두 사람이 무참한 모습으로 굴러다녔다.

     

       *

     

     "하하하! 꽤 하는구만!"

     "젠장!"

     쇼타는 혼자서 마왕군의 칠흑의 마장군과 1대1의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마장군의 기량은 쇼타와 같은 정도. 그것은 다시 말해, 이 마장이 그 지옥같은 제 1한계 퀘스트를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쇼타로서도 곧바로는 믿지 못할 사실이었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쇼타와 마장군은 호각일 터.

     챙!!

     "어이, 팔이 내려갔다고!"

     "시, 시끄러!!"

     그런데도 쇼타는 점점 마장군에게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마장군이 입고 있는 옷은 VRMMO에서도 본 적이 있는 중급 플레이어가 입는 갑옷이다. 하지만, 그것을 쇼타의 무기로 뚫을 수가 없다. 혼신의 일격 이외엔 갑옷에 튕겨나가고, 그 칠흑의 대검도 부딪히면 쇼타의 날이 상하고, 쇼타의 갑옷을 찢어발긴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쇼타는 눈앞에 있는 마장군과 자신 사이에, 기량 이외에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쇼타조차도 떨게 될 것 같은 [전투기술]을 서로 부딪히면서도, 다음 순간에는 다시 웃으면서 베어든다.

     얼마나 자신을 단련했을 것인가? 스탯도 내구력도 쇼타를 상회하였고, 정신면에선 쇼타의 앞에 놓였다.

     '.......아아, 그런가.'

     이런 녀석이 분명 제 2의 한계를 넘었을 것이다. 이 녀석은 이미 '인간' 이 아니다. 강함과 강적만을 추구하는 '미치광이' 다.

     

     정신적으로 패배하여, 점점 내몰리게 된 쇼타는, 그 때 동료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라님!!"

     정신차리니 대부분의 동료들은 쓰러졌고, 그 마왕이 쏜 불에 라라와 베로니카가 불태워지는 모습이 눈에 비춰졌다.

     그 때, 절망을 느끼던 쇼타의 마으에 분노의 화염이 불타올랐다.

     이런 곳에서 져버려도 되는 건가? 이런 곳에서 포기해도 되는가? 이 마왕을 저지하지 않으면 세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신은,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신에게 [용자] 로서 불린 것이다.

     

     "ㅡㅡ [Resurrection] ㅡㅡ!!"

     

     쇼타는 자신의 안에 퍼지는 온화한 빛을 느끼고, VRMMO시절에 쓰던 제 6계급마법 [재생] 을 영창하였다.

     이 세계에서는 살아돌아오지는 않지만, [재생] 의 빛을 쐬자 아직 숨이 붙어있는 몇 명의 영웅들이, 완전히 재생된 몸으로 놀란 것처럼 일어섰다.

     "이건......이 빛은...."

     

     <그래요. 당신은 커다란 사악과 싸울 결의를 하여, 빛의 대정령의 가호를 받아, 진정한 용자로 각성한 것이에요>

     

     "당신은......[용무녀] 님....."

     

     장렬한 전장에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었고, 그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강림한, 휘황찬란한 소녀가 영웅들에게 축복을 부여했다.

     

     <자 나아가세요, 용자 쇼타여.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이에요!>

     "예!"

     쇼타는 자신의 안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힘이 솟아나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법의 힘도 돌아왔고, 축복에 의해 마력도 회복하였다.

     "자, 칠흑의 마장군이여, 이번에야말로 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비켜."

     

     "쿠억!!??"

     떨어진 통조림처럼 마왕에게 차여 날아가자, 같이 싸우려던 동료들 뿐만 아니라 싸우고 있던 마장군조차도, 엉망진창으로 날아가버려 100미터 가까이 지면을 굴러간 쇼타를 망연자실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무, 무슨 짓을! 이 혼의 파동은.....역시 그 때, 이 대륙에서 쫓아낸 혼이네요! 가호를 망가뜨렸는데, 아직도 살아있었나요!>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던 [용무녀] 가 화난 채로 소리를 치자, 마왕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움찔하고 떨렸다.

     

     "호오......너 때문이었구나."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었던 그 낮은 목소리를 듣고, 마장군과 암흑룡과 그리폰은 한달음에 도망쳤다.

     

     "......사라져라, 썩을 여신."

     

       ***

     

     이 대륙의 여신 [용무녀] 와 최악의 마왕소녀와의 전투는, 일 개월 남짓 계속 되었다.

     그 사이에 산은 무너지고, 바다는 얼어붙고, 지형은 변했으며. 고속으로 이동하는 그녀들의 싸움에 휘말려 몇몇 나라는 국가로서의 기능을 잃었고, 마지막에는 본성인 백룡의 모습이 된 [용무녀] 를 하늘을 찢어발기는 빛의 검이 베어버렸고, 그 순백의 비늘이 전부 닭고기처럼 벗겨진 [용무녀] 는, 울면서 마왕에게 도게자를 하며 사과를 하였다.

     

     ".......이제 질렸으니까 돌아갈래."

     

     이 말은, VRMMO의 쇼타의 클랜이 마왕전에서 실패했을 때, 회복역의 여성이 '그렇게 공격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라고 말한 것을 참고로 한 작전으로, 마지막에 마왕이 내뱉은 것과 같은 대사였다.

     회복역의 여성은 어그로가 불안정하니까 공격만 생각하지 마라, 라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그게 힌트가 되어 쓰러트리지 않아도 좋다면 '타임업' 을 노리는 것이 어떨까 하고 도망치는 것만 생각한 파티 구성으로 향했는데, 놀랍게도 그게 클리어 취급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왕은 이 대륙에 자신이 온 이유가 '나쁜 짓을 한 전 재상을 붙잡는 것' 과 '침략하려고 했던 레벨 왕국에 대한 벌' 이라고 내뱉고서, 두 기념품을 갖고 쉽사리 돌아갔다.

     하나는 죄인인 전 재상인 카도 후작이었는데, 마왕의 요청을 받은 각 동맹국은 기꺼이 그를 내놓았다.

     그리고 또 하나ㅡㅡ

     

     "너, 갖고 돌아갈래. 친구에게 줄 기념품."

     "...........엥?"

     마침 좋은 것을 찾았다며 안심한 것처럼 미소짓는 마왕이, 멍하게 있는 쇼타의 어깨를 쳤다.

     그걸 막는 자와 거부하는 자도 없었고, 화사하게 '힘내세요' 라며 미소짓는 라라 왕녀의 미소를 보며,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사마귀가 기다리는 거처에 배달되게 되었다.

     

     이렇게 이스벨 대륙에 막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새겨놓은 이벤트ㅡㅡ

     최악마왕의 습격ㅡㅡCRIMSON DEATH LORDㅡㅡ는 끝을 고했다.

     

     

     

     =================

     

     프레아의 제물, 추가요.

     

     참고로 용무녀와 캐롤의 전력은 이런 느낌입니다.

     

    ★ [용신] 용무녀 《재앙급》

     용에서 진화하여, 한없이 정신생명체에 근접한 용종.

     [ 마력치 : 240,000 ]

     [ 종합전투력 : 300,000 ]

     

    ☆이세계의 마왕――CRIMSON DEATH LORD――《파멸급》

     고대 엘프 원종에서 [여신] 으로 진화하고서도, 마왕을 연기하는 자.

    [생명력900][근력치520][내구력435][건강치560]

    [마력치1500][전투기능10]

    [종합전투력:481,500]

     

     이걸로 다시 완결 설정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소재가 떠오르면 갱신할지도.

     그럼 완독 감사합니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 

     

     <악마의 메이드씨>

     

    <제 1 장> 1 소환

     원문: https://ncode.syosetu.com/n8839dt/1/  작가: 春の日  번역공방: https://viorate.tistory.com/  ※ 후원 받고 있습니다. 후원금에 따라서 우선 번역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 참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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