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한담] 프레아의 암행 유람기 -중편-
    2021년 02월 19일 00시 09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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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90/

     

     

     

     "여어, 아가씨들. 이 마을은 처음이신가......앗!?"

     

     상가의 아가씨와 박복해보이는 소녀 일행에게 말을 건 순간, 아가씨가 내던진 나이프를 스케리가 등을 젖히면서 피했다.

     "어머, 벌레가 있사와요."

     "위험했구만! 벌레가 어디에 있다고!"

     "어머어머, 벌레 씨, 안녕하세요."

     "나였어!?"

     

     그 아가씨에게 따지는 스케리.

     그 아가씨가 보기에는, 변장해서 암행 유람....아니 시찰을 왔기 때문에 순식간에 태워버리지 않고, 오빠의 집사를 '태도가 나쁘다' 라는 이유만으로 배를 찔렀던 유아 시절처럼 봐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벌레 씨는 무슨 용건일까요?"

     "벌레가 아냐, 내 이름은 스케....."

     당초의 목적을 잊고서 무심코 본명을 말하려던 스케리가 아슬아슬하게 입을 닫았다.

     하지만 실제로 소리가 멈췄던 이유는, 제대로 보인 아가씨의 상당한 미모와, 평범한 여성과는 차원이 다른 눈동자의 강함에 빠져버린 탓도 있다.

     그녀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오한이 생기는 듯한 식은땀과, 어찌된 일인지 사막에 있는 듯한 더위로 인한 땀이 동시에 흘렸고, 본능이 말해주는 위험신호를 전신으로 느꼈던 스케리는 바싹 메마른 목에 침을 삼키려는 듯 소리를 쥐어짰다.

     "......미안, 내 착각이었다. 그럼 이만.....쿠엑!"

     빙글 발을 돌리고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는 스케리를, 그 아가씨가 옷깃을 쥐고서 강제로 잡아당겼다.

     "말씀하신대로, 저희들은 이 마을이 처음이에요. 마침 잘 되었으니 안내해줄 수 있을까요?"

     ".........예."

     사마귀에게 붙잡힌 나비처럼 순식간에 포기한 스케리에게, 아가씨의 뒤에서 박복해보이는 소녀가 '경애하는 주인님이 흥미를 보인' 남자에게, 주인의 아버지를 찔렀던 그 단검을 갖고 놀면서 어두운 눈빛을 향하고 있었다.

     

     

     "맛없사와요."

     "......이래 뵈어도, 이 마을에선 제일 좋은 까페인데."

     멋에 신경 쓴 찻집. 그 테라스에서 홍차를 한 모금 머금고 내놓은 아가씨의 한 마디에, 스케리만이 아니라 카운터에 있던 점주같은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프레...아가씨, 이 부근에서는 아직 좋은 찻잎을 얻을 수 없는 모양이에요."

     "어머, 그랬었나요."

     시중드는 소녀의 말에 아가씨는 딱히 신경쓰는 느낌도 없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일단 목이 마르다며 스케리에게 강제로 안내시켰던 찻집이었지만, 물자가 부족한 와중에서 노력하고 있는 점주와 단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스케리와 시중드는 소녀가 죄송하다는 듯 몸을 움츠리는 와중에, 아가씨만큼은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긴 솔베트 왕국과 가까우니까, 거기에서라도 좋은 찻잎을 들이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ㅡㅡ이들은 평민인데요? 라고 말하는 듯한 시중드는 소녀의 말에, 스케리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다르다고, 아가씨."

     

     이 나라는 어떤 사건의 영향으로 왕도 이외의 전역이 흉작을 거두었다.

     그 후 잃어버린 정령력을 되찾고, 왕도에서 징수한 작물을 나눠준 것으로 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나라에 남아있던 상흔은 생각보다도 깊었고 각지에서는 국민이 총출동한 복구작업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에, 서민에게까지 기호품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시기니까 주민들에게 참으라고 하는 건 쉽지만, 기호품이 없으면 마음이 각박해져. 노동자들도 열심히 일한 후의 한 잔의 술을 걸치면 내일 다시 힘낼 기력이 솟아나오지. 내일을 살기 위한 힘. 그걸 가져다주는 자가 위정자로서의....."

     스케리는 거기까지 말하면서,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가씨의 시선을 눈치채고 얼굴을 찌푸리는 듯 입을 닫았다.

     "스케.....였나요? 당신, 꽤나 모험가답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네요."

     "그. 그래? 여러 외국을 여행했더니, 그 탓일지도...... 아아, 그래그래, 슬슬 아가씨의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갑자기 화제를 바꾼 스케리에게,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아가씨는 "그렇네요...." 라고 끄덕였다.

     "저는 '레아' 라고 부르세요."

     "레아......아가씨인가."

     "전 잘 구운 걸 좋아하지만, 고기는 레어가 좋은걸요."

     "가명이냐고!?"

     "리리아, 네 풀네임은 뭐였더라?"

     "예, 예에!?"

     스케리를 무시하고서, 암행의 시찰 중인데도 갑자기 본명을 물어보자 리리아는 놀라면서도 가명만 쓰지 않으면 될까 하고서, 그를 흘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리리아카크스......에요."

     "그렇네.....리리아, 오늘부터 넌  '카크 씨' 라고 자칭하세요."

     "엥......아, 예, 알겠어요."

     아가씨ㅡㅡ레아는, 여행하면서 신분을 숨기며 개혁을 하던 노인네가 그런 이름의 부하를 데리고 다녔다고 들은 것을 떠올리고는, 그것을 얼마 없는 유일한 친구인 소녀에게 따라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별 것 아닌 이유라는 건 모르겠지만, 일단 신분이 있는 아가씨가 가명을 써서 놀고 싶다고 이해한 스케리는, 경박한 사람을 연기하여 '멍청' 하게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입을 열고 말았다.

     "그러면, 난 '스케 씨' 라고 해야하나?"

     본인은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짓는 스케리에게, 레아 아가씨는 딱히 별 생각도 없이 순순히 정했다.

     "당신은, '멍청한 스케치' 라고 하세요."

     "멍청한 스케치!?"

     

     그렇게 (자칭) 포목상의 아가씨 레아 (가명) 과, 그 시중을 드는 카크 씨와 스케치 (가명) 에 의한 아르타 변경백령의 암행 시찰이 시작되었다.

     

     '......뭔가 잘못되었어.'

     멍청하게도 휘말리고 만 '스케치' 스케리는, '암행' 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먼저, 이 레아 아가씨가 말도 안되게 눈에 띈다.

     그리고, 그 호위라고 하는 스케리도 본인은 의식하지 않았지만 돋보이는 쪽이었기 때문에, 이 두 사람 탓에 쓸데없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레아 아가씨, 어딘가 보고 싶은 곳은 있어?"

     초 진지한 성격인지. 성실하게 마을의 안내를 해주려 하는 스케리에게, 카크 씨가 어두운 눈빛을 보냈다.

     이런 반말을 하면서도 그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신봉하는 주인이 일정 이상의 흥미를 갖고 있다는 증거였으며, 그를 어느 타이밍에 죽은 자로 마늘까 계획하는 카크 씨의 시선에 스케리는 영문을 모르게 안색이 나빠졌다.

     그런 이상한 분위기를 신경쓰지도 않고, 마음가는대로 멀리 보이는 어떤 시설을 가리켰다.

     "저곳은 어디려나."

     그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고, 스케리는 숨을 삼켰다.

     그곳이야 말로 스케리가 목표로 하던 장소였으며, 그곳에 다가가기 위해 이 아가씨와 접촉해보았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안 좋은 예감만 들었다.

     "저곳은......아르타 변경군의 시설인데."

     

       ***

     

     "좋아좋아, 꽤 다듬어졌구나."

     

     아르타 변경백령 주둔군 시설. 이곳은 마의 숲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마물의 피해는 많지 않았지만, 옆나라 솔베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그 쪽을 견제하기 위한 억지력으로서 대인전을 상정한 군이 배치되어 있다.

     기사단 80명. 병사 300명. 그 밖에도 유사시에는 민병이 500명, 그리고 부하 가문인 주변의 하급귀족에게서 기사 60명, 병사 1200정도가 동원된다.

     기사의 일부와 병사의 절반은 주변의 마을에서 위병을 겸하여 영내의 치안유지에 힘쓰고 있지만, 지금도 이 주둔군 시설에선 기사 50명과 병사 100명이 실전을 상정한 격한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화려한 군복을 입은 장년의 남자가 팔짱을 끼고서 만족스레 끄덕였다.

     하지만, 왕도의 근위군이라면 몰라도 변경에서는 대인전보다 중요하거나 동등하게 대마물전도 상정한 훈련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은 국경과 인접했다고는 해도 대인전에 편중되어 있었다.

     

     ".....칫, 잽싸게 거사를 일으키면 될 것을, 내 조카이긴 하지만, 녀석은 정말 멍청하군!"

     병사들의 훈련도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던 남자였지만, 뭔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는 남자에게, 측근인 기사 중 한 사람이 달래려는 것처럼 다가왔다.

     "정말 그렇습니다. 솔베트의 지원 따위가 없어도, 발드로 각하께서 계신다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새로운 황제라고 자칭하는 계집 다위에 벌벌 떨다니, 녀석은 아르타 가문의 수치다!"

     

     이 남자, 발드로라고 하는 주둔군사령관은, 아르타 변경백의 큰아버지였다.

     아르타 변경백 가문은, 아르세이데스 가문과 마찬가지로 원래 아르타 공국이라고 하는 소국으로 역사깊은 독립국이었는데. 아르세이데스 가문과 같은 시기에 케니스타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케니스타 왕국이 제국으로 되고, 그 황제인 계집의 '친구' 인 계집은 아르세이데스 공국으로 독립했는데 어째서 아르타 가문이 참아야 하는 건지, 발드로는 참을 수 없었다.

     발드로가 입고 있는 군복은 케니스타 군의 정식 군복이 아닌 유서깊은 아르타 공국장군의 군복이다. 이 아르타 가문이 독립할 수 있다면, 자신은 국왕의 큰아버지인 대공작이 되며 이 나라의 장군도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드로는 군율을 어기고 다른 군복을 입었으며, 일개 지휘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키운 부하들에게 '각하' 라고 부르게 하였다.

     

     변경에서는 자세한 정보가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고는 해도, 상급귀족가문이라면 나름대로의 첩보부문을 갖고 있다.

     그들의 보고를 잘 따져봤었다면 아르타 변경백처럼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겠지만, 발드로는 자신의 귀에 듣기 좋은 정보만을 알려고 하였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 계집들이 제멋대로 하게 놔둘 순 없다!"

     "저희들의 힘으로, 본때를 보여줍시다!"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기사들이 다가와서 발드로를 추켜세웠다.

     본래 아르타 변경백령의 기사는 50명에 불과하다.

     그 중의 30명은 발드로의 방침에 비판적인 하급기사여서,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한 젊은 기사는 이미 인력이 부족해진 왕도로 좌천되거나, 주변의 마을로 소속이 바뀌었다.

     "음. 그대들의 마음가짐, 본인은 절대 허투루 여기지 않을 것이네. 독립할 때엔 새로운 귀족으로서의 영지를 주어, 그대들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네."

     """각하!"""

     아무 근거도 없는 발드로의 구두 약속에 눈을 빛내는 전 근위기사들.

     그런 기사들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발드로의 시야에,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오는 3인조가 보였다.

     "뭐냐, 저 자들은......"

     "예, 곧바로 내쫓을 것이니...."

     "아니, 잠깐."

     세 명의 침입자, 그 선두를 걷는 부인의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는 풍만한 언덕이 눈에 들어오자, 발드로는 호색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저 여자들을 데려와. 내가 직접 심문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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