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한담] 프레아의 암행 유람기 -후편-
    2021년 02월 19일 22시 00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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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91/

     

     

     

     ".......그래서 말했잖아."

     스케리는 물론, 정면에서 들어가려 하는 레아 아가씨를 말렸다. 하지만 '물론', 그런 의견은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병사들에게 제지당하고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세 사람. 그 순간, 아가씨가 입가에 미소를 띄운 것을 보고 그녀를 말리기란 무리라고 판단한 스케리는, 자신이 희생되어서라도 이 자리를 어떻게든 수습해서 대화로 끝내려 하였다.

     어째서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묘한 부분에서 초 진지함을 발휘하고 마는, 멍청한 스케리.

     지휘관이 직접 심문을 하는 모양인지 기사들에게 데려오라고 명하여, 스케리는 아가씨가 뭔가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흘끗 돌아봤지만, 레아 아가씨는 예상을 뒤엎고 순순히 그에 따르고 있었다.

     "...... (꿀꺽)"

     다만, 챙넓은 모자에서 보이는 그 입가에 유쾌한 미소가 떠오른 것을 보고, 스케리는 더욱 안 좋은 예감에 휩싸였다.

     

     "호호오......어느 곳의 영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놀이는 추천할 수 없겠는데."

     발드로는 데려온 세 사람, 특히 입장상 제일 위같은 영애의, 얼굴 반을 가리고 있어도 알 수 있는 아름다움과 커다란 과일을 거리낌없이 쳐다보면서 상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디 사람이지? 대놓고 숨겨도 좋을 건 없다고?"

     발드로가 만들게 한, 훈련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천장 달린 무대에서, 발드로는 뽐내는 것처럼 세 사람에게 명했다.

     그에 대해 물끄러미 보던 수수한 소녀가 앞에 나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쪽은, 포목점상 포라 상회의 영애인 레아 아가씨입니다. 저는 하인인 카크. 뒷편의 남자는 호위 역인 '멍청한 스케치' 라고 해요."

     "......스케치?"

     "멍청한 사람이니 용서를."

     "으, 으음. 기묘한 이름이구나."

     발드로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사들한테서도 일제히 동정의 시선을 받아서,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밑을 보는 스케리.

     아무리 임무를 다하다 사라져도 아깝지 않은 인재로서 임무를 맡았지만, 이런 바보같은 이유로 이 이상 눈에 띌 수는 없어서, 스케리는 필사적으로 외치고 싶은 것을 참았다.

     

     "흐음. 포라 상회인가....."

     그 상회의 일은 이 변경백령에서 수년 동안 나온 일이 없는 발드로도 알고 있다.

     왕도에서도 유명한 왕실 전속상인으로 이름난 포목상으로, 상급귀족 가문의 부인과 영애라면 한번 쯤은 거기서 만든 드레스를 걸친다.

     이전의 동란에서도 수많은 거상이라고 불린 왕도의 상회가 가산이 기울 정도의 손해를 내었던 와중에, 포라 상회를 포함한 얼마 없는 상회만이 더욱 이익을 거두고 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거기 너, 분명 왕도에는 자세히 알고 있었지. 어떤가?"

     "옛."

     옆에 서 있던, 전 근위기사 중에서도 나이 많은 편의 남자가 기사의 예를 취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확실히 딸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영애도, 어딘가에서.....아마도 거상의 영애라고 했으니, 어딘가의 연회에서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전 근위기사인 남자도 백작가의 6남이기는 했지만, 완전히는 아니지만 공작가의 영애의 존안을 멀뚱히 쳐다볼 신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근위라고는 해도, 공작가의 영애가 일개 기사에게 말을 걸리도 없었고, 기사는 약간 인상이 남을 뿐이었지만, 이런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면 어째서 말을 걸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하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알지 못했다.

     포라 상회는 십년 전에, 공작가의 어떤 영애에게 너어갔고, 장기간 자금과 정보를 제공하는 신봉자의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래, 그래. 과연 그렇구만."

     발드로는 눈 앞의 소녀를, 유복하고 제멋대로인 영애가 한 때의 기분으로 지방으로 휴양이나 유람을 왔나 생각했다.

     왕도에서 힘이 있는 상회라고해도, 변경백령의 큰아버지인 자신에게 거스를 수는 없다. 그 뿐인가, 발드로가 원한다면 기뻐하며 딸을 애첩으로 내어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거상인 포라 상회의 자산도 자기 좋을대로 써서, 아르타 변경백령의 군비도 대폭 증강될 터.

     어디까지나 아무 확증도 없는 '그럴지도' 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발드로는 그걸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 바로 이 소녀와 강제로라도 일에 착수해볼까 하고 발드로가 생각했을 때, 갑자기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그 영애가 입을 열었다.

     

     "꽤나, 훌륭한 기사님이 계신 것이와요."

     "어, 어어, 그렇고 말고. 모두들, 본인을 믿고서 찾아온 자들이니까!"

     그 영애가 자신에게 호의적이라고 느끼고, 발드로는 자랑스레 가슴을 폈다.

     "그쪽 분들은 왕도에 해박한 모양인데, 왕도의 기사님이신가요?"

     "그렇다. 기사 중에서도 정예취급인 근위기사단이었다."

     "어머, 그것 참...... 하지만, 왕도는 아직도 큰일이잖아요? 그쪽의 일은 괜찮으신가요?"

     "흥, 그쪽도 알고 있겠지만, 황제를 자칭하는 그런 계집 따위를 따를까보냐. 여기에 있는 모두는, 숭고한 뜻을 가지고 모인 것이다."

     "어머, 어떤 것을요?"

     절묘한 맞장구에,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발드로는 잘 들어주는 젊은 소녀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자랑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만의 이야기지만, 이 아르타 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독립할 예정이다. 솔베트의 머저리도 내 조카도 쉽게 승낙해주지 않았지만, 그런 계집이 우리를 막을 수 있겠느냐. 솔베트의 지원 따위 없어도, 곧장이라도 독립해 주겠다. 너희 포라 상회도 빨리 그 계집들을 버리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것 참, 좋은 일을 들었사와요."

     

     스케리는 발드로의 말을 듣고, 딱히 부추기지 않아도 반란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라며 안도함과 동시에 지금 상황에 낙담하였다.

     그런 아르타 변경백령의 기사들은 아름다운 영애가 기쁜 듯이 칭찬하자, 전 근위기사였던 많은 기사가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고, 그에 낚인 듯한 영애가 작게 비웃었다.

     

     "왕도에서 도망친 기사들을 쓰다니, 우습네요."

     

     영애가 비웃음을 섞어서 흘린 한 마디에, 그 자리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 원만히 이탈할지 생각하던 스케리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건 무슨 의미인가?"

     이마에 핏줄을 띄우고 볼을 경련시키며 그렇게 고하는 발드로에게, 레아 아가씨는 유쾌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 알지 못하나요? 카크 씨, 가르쳐주세요."

     "예, 아가씨."

     그 자리에 있던 기사 전원이 쏴죽일 것처럼 보내는 시선 속에서, 카크 씨가 검게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왕도를 습격한 아르세이데스 대공군과 거짓 사랑받는 아이의 전투에서, 다수의 상급마물도 습격했어요. 그 때, 하급기사들은 분전했었지만, 일부 상급기사는 전장을 무단이탈해서 행방불명이 되었지요. 그리고 구 왕가에 붙어서 범죄에 가까운 짓을 저질렀던 일부 귀족 가문은 없애버리거나 처형을 했었지만, 그 때 그 혈통인 근위기사의 일부가 도망쳐서, 현재는 지명수배를 받고 있어요."

     

     """"...........""""

     

     담담히 늘어놓는 사실에 어떤 기사는 안색을 흐렸고, 어떤 기사는 분노와 수치로 얼굴을 검붉게 물들였으며, 자신을 존경하여 찾아온 기사들이 도움이 안 된다며 매도당한 발드로는 찐 문어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날 우롱했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계집이라 해도 그냥 끝날 거라 생각마라!"

     분노에 떠는 발드로의 모습을 보고, 스케리가 당황하여 아가씨의 옷자락을 끌며 멈추려고 했지만, 그 손을 옆에서 카크 씨에게 쳐내어졌고, 그 사이에 레아 아가씨는 마무리 일격을 날렸다.

     "어머, 계집에게만 강한.....사람이 아닐까요?"

     

     "너희들! 이 계집들을 붙잡아라! 손발을 꺾어도 상관없다! 남자는 베어죽여!"

     """"예!!!!""""

     

     분노에 휩싸인 기사들이 무기를 뽑고 세 사람을 에워쌌다.

     "레아 아가씨,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신만 특별대우네요. 잘 되었사와요."

     "잘 되지 않았다고!!"

     예의롭게 태클도 넣어주는 스케리에게 싱긋 웃은 아가씨는, 쫓아오는 기사들을 향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카크 씨, 스케치. 따끔하게 혼내세요."

     "예!"

     "진짜냐고!?"

     

     불만을 말하면서도 검을 뽑은 스케리는, 아가씨에게 향해오는 기사들과 맞붙자 그 배를 차서 날려버렸다.

     "이노옴 비겁하다!"

     "싸움엔 비겁도 뭣도 없다고!"

     그 사이에, 본래 아가씨를 지켜야 할 카크 씨는 환술같은 마술을 써서, 장렬한 미소를 지으며 기사의 뒤로 돌아가 갑옷 틈새를 단검으로 찔러넣었다.

     "크아아악!?"

     "아이 좋아......이 감촉!"

     어딘가 위험한 눈매로 위험한 발언을 하는 카크 씨야 어쨌든, 스케리는기사보다 실력이 좋다고는 해도 겨우 둘이서는 금세 밀릴 것이 눈에 보였다.

     "리리아, 돌아오세요."

     그걸 눈치챈 아가씨가 일부러 붙인 가명이 아닌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위험한 눈매를 하던 리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아가씨의 뒤로 돌아갔다.

     뭔가 타개책이 있을까 하고 스케리도 기사를 걷어차고서 그쪽으로 향하자, 아가씨의 옆에 서 있던 리리아가 훈련장에 다 들리도록 소리를 높였다.

     "엎드려라! 이 분을 누구시라고 생각하느냐. 새로운 케니스타 제국의 지배자, 황제 프레아머큐리케니스타 폐하이시다!"

     

     "..............뭐?"

     스케리의 얼빠진 목소리가 들린 그 와중ㅡㅡ

     

     프레아의 모자와 붉게 물들었던 머리카락의 염료가 불타올랐고, 그 안에서 눈부신 은발이 그야말로 화염처럼 솟아올랐다.

     그녀를 휘감고 불타는 화염은 더욱 기세를 올렸고, 그 상공에는 산양의 뿔을 가진 불의 거인ㅡㅡ불의 대정령, 마인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

     넋이 나간 듯 놀라고 있는 스케리.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말한대로 순순히 엎드리는 일반 병사들. 그 중에서, 왕도의 사랑받는 아이와의 싸움이나, 전 국왕과 태자 살해를 목격, 또는 전해들었던 전 근위기사들은, 안색이 흙빛이 되어서 이상할 정도로 땀을 비오듯 흘리기 시작하여.....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소녀같은 비명을 지르며, 전 근위기사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어, 어이, 너희들ㅡㅡ"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발드로가 당황스레 소리를 낸 순간, 날개처럼 불을 펼친 소녀ㅡㅡ여제 프레아가 내려다보는 것처럼 가까이에서 비웃었다.

     "사라지세요."

     상냥한 목소리에 무심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발드로.

     "너, 너어ㅡㅡ"

     퐁......

     시대를 못 읽고 작은 권력에 취했던 남자는, 프레아의 뿅망치에 의해 순식간에 불타버렸고, 약간의 검은 재가 되어 바람에 사라졌다.

     "리리아."

     "맡겨주세요. 프레아님."

     프레아가 이름을 부르자, 리리아가 가볍게 끄덕이고는 탁 하며 가볍게 손바닥을 쳤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샘솟은 메이드복의 여성들이 도망치는 기사들의 뒤에 나타나서 그 목에 닿았던 나이프를 일제히 옆으로 긋자, 그 주변에 붉은 안개가 불꽃처럼 흩뿌려졌다.

     

     "어머, 예쁘네."

     

     그 후, 열 개가 넘는 관에 담긴 '어떤 것' 을 받은 아르타 변경백의 성에서는, 부인과 자식들이 졸도하였고, 아르타 변경백은 새하얗게 질려버린 표정으로, 황제에게 영원의 맹세를 하였다고 한다.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자포자기로 마지막까지 어울렸던 스케리는, 프레아가 아르타 변경백을 물리적,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는 도중에, 몰래 그녀들의 감시를 뚫고 도망쳤다.

     스케리가 세웠던 케니스타 제국에 대한 계획은 좌초되었고, 증거는 없지만 오히려 변경백의 입에서 솔베트 왕국이 관여되어있다고 알게 되어, 동맹 사이에서 지위가 약한 왕국은 시치미를 떼긴 해도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감시당하고, 아르세이데스 공국케니스타 제국마족국가 베리아스의 동맹 3국에 대해, 그냥도 약했던 발언력이 더욱 약해질 것이다.

     "........어떻게 할까."

     나라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대로 동맹국 이외의 나라에서, 그대로 모험가로서 살아도 좋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일은 신경쓰이지만, 스케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순직으로 치고 나쁘게 대하진 않을 것이다.

     "좋아, 그걸로 가자."

     결정했으니 즉시 행동하기 위해 짐을 메고서 먼저 이 령에서 나가려고 했던 스케리가 성 옆의 마을로 돌아온 순간, 몇 명의 암살자 메이드에게 구속되었다.

     ".........어?"

     철컥.......

     보기에도 단단해보이는 미스릴제의 수갑을 채워져 놀라는 스케리의 앞에, 수갑에 이어진 은색 쇠사슬을 든, 불타는 듯한 은발의 소녀가 나타났다.

     

     "어머, 스케치. 어디로 가려는 걸까나?"

     "프, 프레아.....폐하."

     표정이 사라지며 중얼거리는 스케리를 보고, 프레아는 그대로 쇠사슬을 당기며 걸어갔다.

     "돌아가겠사와요."

     """"예.""""

     "잠깐 기다려어!!"

     순순히 따르는 리리아와 메이드대의 안에서 스케리가 외치자, 프레아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흘끗 돌아보았다.

     "짐의 케니스타는 인력부족이에요. 어느 정도 국정에 해박하고, 배신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 좋은 '전리품' 을 주운걸요. 쓰지 않으면 손해잖아요?"

     "너......."

     말하는 투는 심하지만, 자신을 찌르는 강하게 예쁜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스케리는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은 솔베트의 약점도 알고 있고, 짐을 배신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어머니의 신병도 확보해 줄 수 있는데요?"

     "역시, 잠깐마아아아안!!"

     

     이렇게 케니스타 제국에서의 최초의 반란은 미수로 끝났고, 그로부터 수 개월 후, 공백이었던 재상의 자리에 '스케치' 라고 불리는 남자가 올라서서, 솔베트 왕국과의 교섭에서 약점을 잡으며 우위에 섰다고 일컬어진다.

     더욱 몇년 후, 초대 여제는 몇 명의 후계를 낳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국서를 가지지 않아서 아이들의 아버지는 불명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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