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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담] 프레아의 암행 유람기 -전편-
    2021년 02월 18일 12시 09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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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89/

     

     

     

     

     프레아머큐리케니스타.

     국가 최대의 사건으로서 알려진 '거짓 사랑받는 아이의 난' 에 의해 어지럽혀졌던 구 케니스타 왕국을 일으켜 세운, 신생 케니스타 제국의 초대 여제다.

     아직 10대의 소녀라고 불러도 될 나이이면서, 새로운 아인과 인족, 그리고 마족과 마물의 다종족국가로서 건국된 아르세이데스 공국의 여왕인 '마왕 캐롤' 의 붕우이며, 소녀다운 유연한 발상으로 시민의 앞에서 깔깔 웃으며 적대귀족들을 통채로 불태워버리는 모습은, 부모가 어린 자식에게 '나쁜 짓을 하면 황제폐하가 온단다' 라고 말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평화롭네에."

     ".......그런가요?"

     우민의 마을을 내려다보기 위한 황제 전용의 테라스에서, 생피같은 새빨간 와인을 입에 머금은 프레아의 말에, 신봉자에서 멋지게 측근으로 격상된 리리아가 테라스 바깥에서 올라오는 불기둥을 보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레아는 또 한 명의 '악역' 인 캐롤과 마찬가지로, 태어났을 때부터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어왔다.

     낳은 순간에 천둥이 쳤으며, 이름 높은 점성술사가 '패왕의 그릇' 이라고 말하여 언젠가 이 나라의 왕이 될 운명이라고 예언된 프레아는, 의구심이 많은 왕족파의 사람들에게 항상 목숨을 위협받아왔다.

     철이 들 무렵엔 습격한 암살자 중 쓸만한 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굴복시켜서 조교하였고, 네 살에는 모친과 계약했던 정령을 빼앗은 기세를 타서 휴양지의 인간을 모두 죽인 사건 때문에, 프레아의 이름은 공포의 대명사로서 국내는 물론이고 주변국까지 퍼져나갔다.

     

     현재도 잠복한 구 왕도귀족의 가문이 보내온 자객을, 증설된 암살자 메이드 부대가 철저하게 물리쳤고, 지금도 테라스 바깥에서 불타오르는 불기둥은 그 경계선조차도 돌파한 전설급 암살자가 불의 대정령에게 불태워진 결과다.

     그런 적대귀족들도, 프레아의 피에 숙청에 의해 대부분이 제거되었다.

     

     ".....시찰하러 나가겠사와요. 리리아, 따라오세요."

     "네, 네에, 프레아님!"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목숨의 위협에 노출되어왔던 프레아에게 있어, 죽음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은, 한가해졌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 선왕조차도 애먹었던 왕의 집무가, 나라가 어지럽다고는 해도 프레아에게 있어선 간단한 일에 불과했고, 프레아의 부하들은 광신적인 일거리 중독자였기 때문에 프레아로선 정적을 억제하는일 정도 밖에 할 일이 없었다.

     심심풀이를 할 만한 상대라고 한다면, 붕우인 '마왕' 정도겠지만, 그녀는 남은 일이 있다며 이 나라에서 도망친 전 재상을 쫓아 바다를 건너 이스벨 대륙까지 싸움을 걸러 갔다.

     그런 재미있어 보이는 일, 프레아도 가능하다면 자신도 '마왕군의 간부' 의 역할을 얻어서 나라 한둘은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바캉스를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마왕이, 지금 상황에 둘 다 이 땅을 벗어나는 건 좋지 않다는, 지극히 정당한 이유를 들어 설득당하고 말았다.

     프레아에게 있어 마왕인 그녀는 프레아가 죽이려 해도 죽지 않는 그냥 한 명의 친구였기 때문에, 그녀가 이스벨 대륙의 병기를 선물로 갖고 돌아오는 것을 조용히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소녀의 우정.

     

     그 대신이라고 하는건 아니지만, 기분 전환으로 국내의 시찰 정도라면 허용되지 않을까?

     시찰을 나간다. 여제의 그 말에 순식간에 허둥지둥 준비를 시작한 신봉자와 암살메이드 부대는, 그녀의 다음 한 마디에 움직임을 그쳤다.

     "암행으로 나가겠사와요."

     "........예?"

     

     시중은 측근인 리리아 단 한 명. 물론 암살자 메이드 부대는 떨어진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고는 있겠지만, 프레아는 예쁜 은발을 붉게 물들이고 하나의 댕기머리로 묶었고, 리리아는 애초에 얼굴이 수수했기 때문에 그대로, 두 사람은 거상의 영애와 시중드는 소녀라는 설정으로 변경인 영지의 한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저의 취급, 너무하지 않은가요?"

     "신경 탓이에요."

     케니스타 제국의 변경령은, 구 아르세이데스 공국처럼 백년 전의 전쟁으로 피폐해져서 케니스타에 흡수된 소국이 포함된다.

     그 때문에 그들의 영지는 거짓 사랑받는 아이의 사건에서 왕도에게 냉대받아서 쉽게 프레아 측으로 돌아섰지만, 어느 쪽이냐고 말한다면 중립에 가까운 위치다.

     신생 아르세이데스 공국은 마왕의 비호 아래. 마의 숲의 광대한 토지를 영지로 흡수해 건국되었지만, 그걸 아는 변경령의 한 곳이 나라의 혼란을 틈타 케니스타 제국에서 독립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겉으로는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르타 령의 변경백은 오래전부터 교우가 있던 인접국 솔베트에 밀사를 보내어 독립의 지지를 얻으려는 교섭을 했었지만, 아직 솔베트 왕에게서 좋은 대답은 얻지 못했다.

     "앗, 프레....아가씨, 아르타의 성이 보이기 시작했네요."

     "어머, 초라한 마을이네."

     그 날, 아르타 변경백령은 최악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

     

     "역시 아직도 팍 와닿지 않네."

     

     아르타 변경백령의 중심지에서, 화려한 모험가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 신경 쓴 모험가같은 남자가, 거리를 보며 낙담한 듯 한숨 섞인 소리를 내었다.

     외모로 본 연령은 20세를 조금 넘긴 부근이었지만, 더벅머리를 하여 촌스런 느낌이긴 해도 눈매는 이성적이고 날카로웠으며, 이목구비는 야성적이면서도 미남에 들어가는 부류여서, 마을 소녀들이 흘끗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고 앴었다.

     "스케리 전하, 그런 말을 길거리에서 하시면....."

     그 옆에서 상인같은 중년 남자가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처럼 말을 걸자, 모험가같은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가로저었다.

     "너도 '전하'는 그만둬...... 애초에 여덟번째 아들이면서 서자인 나에겐 계승권조차 없으니 말이야."

     

     중년의 상인은, 소위 '풀' 이라고 불리는, 이 땅에서 시간을 들여서 뿌리내린 후 정보를 모으는 외국의 스파이였다.

     그런 중년의 상인에게서 '전하' 라고 불리는 스켈리란 누구인가?

     

     "하지만....."

     "괜찮으니 너도 일로 돌아가. 장기간의 노력을 수포로 돌릴 셈이야?"

     "알겠습니다. ......조심하시길."

     상인처럼 형식적인 미소를 짓는 중년 남자에게 스케리가 등 너머로 한손을 흔들어 대답하자, 그는 또다시 작게 한숨을 쉬고서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스케리는 이 나라의 내정을 조사하러 와 있었다.

     그 이외에도 중년 상인같은 풀과 간첩이 수십 명이나 잠입해있지만, 이번처럼 외국에서 하나의 령이 독립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받는 사항에는, 백 명의 부하의 말보다도 '왕족' 으로서 교육받은 자의 '눈' 이 중시된다.

     실제로는 이런 변경의 독립을 지원해줘도 여제는 물론이거니와 마왕조차도 적으로 돌릴 것 같아서, 단즙이 나오기는 커녕 성가신 일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부왕은 여동생의 자식이 케니스타의 왕족이라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케니스타의 전란에서 움직일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서, 그 외조카에 의해 마족과의 동맹까지 체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왕은 이 독립 소동으로 어떻게든 케니스타와 여제의 약점을 파악할 수 없을까 해서 자식 중에서 재능은 있어도 계승권을 부여받지 않은, 없어도 상관없는 장기말로서 스케리를 뽑았다.

     

     '그렇게 간단히 약점을 거머쥔다면 고생은 안 하겠지만.....'

     그 외모와는 정반대로, 스케리는 이성적으로 무엇이 조국의 이득이 될 것인지 생각했다.

     일단은 토지가 메말랐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작물이 순조롭게 자라고 있지만, 그 수확이 가능해질 때까지, 이 영지는 나라의 지원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

     그럼에도 혼란을 틈타 독립하고 싶은 것은, 아르타 변경백에게 야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럴 바에, 약점을 찾는 것이 아닌, 약점 그 자체를 만들어버리면 좋지 않을까.

     지원을 빌미로 초조함을 부추겨 아르타 변경백이 스스로 반란을 일으키게 한다.

     케니스타는 마족군과의 전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왕도의 전력이 격감했으니, 주변의 영지도 많은 병사를 낼 수는 없다.

     의지하는 마족군도 먼 곳에서 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애초에 주변국을 감시하기 위한 동맹이기 때문에 케니스타 국내의 반란에 병사를 내어줄 지도 의심스럽다.

     그걸 같은 동맹국인 조국이 병사를 내어 진합하고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면 이 영지를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의 여제는 무섭고 냉혹하며 우수한 인물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우수해도 결국은 성인이 된 참인 계집이다. 전력의 부족은 개인의 소질로는 메꿀 수 없다.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만 부왕이 원하는대로 괴롭힘을 하면, 결과적으로 영지도 돌려주기는 해야겠지만 교섭이 잘 된다면 군의 파병비로서 대량의 돈을 얻고, 국가로서도 은혜를 베풀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 방침으로 움직일까...."

     스케리는 이번 일에 대해 왕족으로서 재량권을 받아놓았다. 그것은 나라에 지시를 구할 만큼의 시간이 없다는 것과, 만일 실패해도 스케리가 즉시 내버려질 신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를 위해 부왕은 하급귀족 출신인 메이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스케리를 왕족의 한 명으로서 맞아들인 것이니까.

     

     하지만 스케리는 상식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군의 전력의 태반이, '마왕' 단 한 사람의 힘이라는 사실을. 이 나라의 여제는 그 마왕이 인정한, 단 한 명의 '괴물' 이라는 것을.

     

     방침은 정해졌지만, 스케리가 성으로 쳐들어가서 아르타 변경백을 직접 부추길 수는 없다. 아마 아르타 변경백의 부하 중에 독립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있을 터이니, 그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손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험가로 분장했다고는 해도, 모험가 한 사람이 군사시설과 귀족의 거주구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상당히 수상하게 보일 것이다.

     모험가가 의심받기 않기 위해선 누군가의 시중을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 '풀' 인 상인에게 부탁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는 이 나라에 녹아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였고 이 땅에서 가족도 만들었다. 그걸 위험에 노출시키는 건 스케리로선 망설여졌다.

     그럼 어떻게 할까ㅡㅡ

     "........오."

     그 때, 스케리의 시야에 유복한 상인의 영애같은 붉은 머리의 아가씨와 그 시중을 들고 있는 박복한 소녀 두 일행이 눈에 들어와서, 그는 약간 못된 얼굴로 싱긋 웃었다.

     

     "저 아가씨들을 도와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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