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베르타 마을 4
    2024년 02월 25일 23시 41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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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여태껏 잘난 체 해서 미안해요."

    "...... 아니요, 고마워요."



     예상과는 달리, 이사벨라는 감사의 말을 건네었다.



     그 모습에서 그녀가 마법에 진지하게 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티아나는 우수한 성녀라고 말했잖아."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니까요."



     펠릭스에게 얼굴을 돌린 이사벨라는, 그렇게만 말하고 재빨리 걸어갔다.



     성녀의 성마법 속성이라는 것은 특별하여, 같은 성녀만이 알 수 있는 감각이 있다.



     지금은 성녀도 적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배울 기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친해지면 여러 가지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어렸을 때와 달리, 지금의 이사벨라는 실력이 있기 때문에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많다.



     나는 지식만은 풍부하니 그녀와 이후에 태어날 성녀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니, 방금 전보다 마물이 더 많아진 것을 느꼈다.



    "갑자기 숫자가 많아졌는데."



     펠릭스는 마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검으로 주변의 몬스터를 가볍게 베어버렸다.



    (역시 가장 뛰어난 건 펠릭스인 것 같아).



     아직 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여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저주의 근원은 저 너머에 있는 것 같네요."

    "네. 하지만 역시 몬스터가 적은 게 마음에 걸리네요."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연못이 보였다. 연못 자체는 크지 않았고 다리가 놓여 있으며, 중앙에는 작은 영묘 같은 건물이 있다.



     저 안에 저주의 근원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가자."

    "그래."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뚫기 위해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연못 위에 놓인 다리는 상당히 노후화되어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조심조심 걸어가던 이사벨라가 영묘 입구에 손을 뻗자마자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짧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악!"

    "괜찮아요!?"



     붉은 동굴의 문과 마찬가지로, 영묘도 결계로 덮여 있는 것 같았다.



     이사벨라의 하얀 손이 화상을 입은 듯이 부어오르자, 그녀는 즉시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서 "괜찮아요"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이렇게 복잡하고 겹겹이 쌓여 있는 결계를 깨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지금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는 없다. 원래는 며칠에 걸쳐서 깨야 하는 것임을 짐작한 듯한 이사벨라의 목소리에는 포기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 저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네?"



     한 걸음 앞으로 나와서, 영묘 입구로 손을 뻗어 본다.



     그러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장애물 없이 닿을 수 있었다.



    (...... 역시 이곳에도 내 마력이 쓰이고 있었구나.)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내 마력이 이곳의 저주에도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런 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펠릭스는 걱정하는 듯이 내 등을 어루만졌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한편 이사벨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주가 무사히 풀린 후 모든 것을 말씀드릴게요. 제 마력을 두르면 두 분도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테니 손을 내밀어주세요."

    "...... 네."



     영리한 이사벨라는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오른손으로 펠릭스의 손을, 왼손으로는 이사벨라의 손을 만져서 두 사람을 감싸는 마력을 흘려보냈다.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 입구를 통과했다.



    "정말 통과하다니....... ......"



     이사벨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어진 손을 바라보았다.



     그 반응은 당연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묻지 않는 것에 고맙다.



    "어쨌든 계속 가자. 루피노 님 이외의 마법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까."



     펠릭스의 말대로, 마을을 뒤덮은 결계는 루피노의 마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묘 내부도 상당히 노후화되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왜 마물이 없는 거람......?)



     분명 이곳이 저주의 중심지일 텐데, 마물이 하나도 없다는 게 이상하다. 애초에 마을 안에 적은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위화감이 느껴진다.



     이윽고 영묘의 가장 안쪽 방에 도착해 긴장한 채로 드리워진 얇은 천을 걷어내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계신가요?"





     안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심코 손을 멈추었다. 들려온 것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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