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03 의태(1)

 

　왕성에 불려 갔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기 때문에, 불려 가는 곳은 교무실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담임인 합법 로리 선생님(정예 기사 부대를 발로 차버릴 정도로 무지하게 강하다. 잘 생각해 보면 속성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건담 TR-6이냐고)에게 불려서는 왕성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폐하께서 피스라운드 양을 부르셨다고 하네요~. 직접 부름을 받다니, 이번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아무것도 한 것도 없고 가기 싫은데요......"

　

　그 아저씨, 좀 더 원만하게 부르라고.

　갑자기 왕의 명령이 튀어나온 탓에 반 친구들이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잖아.

　

"밸런타인데이도 가깝고 해서 좀 바쁘기 때문에......"

"......?　무슨 말이에요?"

　

　로리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 귀엽다.

　뭐, 나라의 정점의 부르심을 밸런타인데이라며 피하는 것은 나로서는 무리였다. 역시 힘들다.

　

"발렌타인데이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본래의 의미도 잊지 말아 주세요~?"

　

　아무래도 내가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에 들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세계에서 밸런타인데이는 먼 옛날에 있었던 큰 전쟁의 종전 기념일이다. 나쁜 마법사가 일으킨 전쟁을 두 나라가 힘을 합쳐 끝냈다고 한다.

　그때 정의의 편에 섰던 두 나라의 대표들이 서로 결혼하여 하나의 나라로 통합하여 슈텔트라인 왕국이 탄생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수상쩍은 일화다. 두 나라가 합쳐져 하나의 나라로!　...... 아니,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나쁜 마법사란 누군데.

　

"그럼 오늘은 유이랑 둘이서만 하겠네."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린디가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방과 후를 이용해하고 있는 초콜릿 만들기 수련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무심코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유이 양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역시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마리안느 씨, 이건......."

"네. 엄청난 녀석이네요. 츤츤대면서도 초콜릿 만들기에 참가할 생각이 그득하네요. 어쩌면 제가 없어도 하자는 의욕이 제일 넘치는 사람이라고요."

"아...... 자, 잠깐!　아, 아니야!　네가 없다는 이유로 돌아간다면 패배한 기분이 들지 않겠어!?"

　

　이 녀석 너무 귀엽다. 결혼할래?

　

"뭐, 마리안느 씨가 없으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없으니까요. 오늘은 복습이라도 할까요?　그럼 남자 그룹도 부를 수 있을 것 같고......."

"가볍게 무시했네, 너...... 뭐, 좋아. 바보들을 불러서 다과회라도 열자."

　

　'바보들'이라는 말을 들은 로이와 유트는 교실 앞쪽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지크프리트 씨도 포함해서 세 바보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아쉽게도 그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그냥 좀 모를 뿐이다.

　

"어......왠지 그거 부러운데요?　저만 그 아저씨한테 불려 가서 유이 양과 린디랑 과자 못 먹는 거, 그냥 싫은데요?"

"불경죄로 처벌받기 싫으면 얼른 가."

"직접이라는 건 꽤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요."

　

　손짓으로 얼른 가라는 표현을 하는 린디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는 유이 양.

　그러고 보니 아서에게 직접 호출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래서 더욱더 가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리 내가 금주의 보유자이며 대악마의 인자를 가지고 있다 해도, 매번 소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건 아니라고.

　

"젠장, 초콜릿만 주고 끝내는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면 되잖아요. 왜 하필 밸런타인데이 직전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보이는 거죠?"

　

　참치잡이가 끝난 후, 이쪽에서는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의 휴식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대로 계속 쉬게 해 줘. 나도 내게 반항하는 멍청이가 생기지 않는 한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는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