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부-02 초콜릿 디스코(2)
    2024년 02월 23일 20시 45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두 종류만 넣으면 풍미가 날카로워서 잘 어울리지 않는데, 이 세 번째가 중요한 역할을 해줘. 완충재처럼 작용하는 거지. 너의 사생활에 가장 필요한 존재지?"

    "......? 린디를 말하는 건가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뿐이다!? 필요하냐 불필요하냐로 따지자면........"

    "뭐, 필요하겠네요."

     

     당연한 사실을 말하자, 린디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뻐끔거렸다.

     뒤에서 유이 양의 열기가 느껴졌지만, 이번만큼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물리적인 태양의 여자,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다루기 힘들어졌네...... 뭐, 유이 양이니까 괜찮겠지.

     

    "그, 그런 말을 해도 ......"

     

     뭔가를 중얼거리며 린디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파우더를 뭉개서 반죽의 형태로 전환하고, 초콜릿의 향기를 낸다.

     손놀림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분명히 작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

    "뭐야,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당신, 제가 모르는 곳에서 연습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서서서서서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꼬리를 드러냈구나.

     공부를 안 하는데 성적이 좋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다. 대학 입시에는 통하지 않아.

     네 손놀림에는 연습을 몇 번이나 한 듯한 대단함이 있어.

     

     정답이었던 모양인지, 린디는 눈을 깜빡이면서도 작업 속도를 높인다.

     나는 유이 양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어깨를 으쓱했다.

     이 중에서 가장 남몰래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단연코 이 여자다.

     

    "그건 그렇고 파우더를...... 그렇군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지라도, 둘이라면 싸우지만 셋이면 조화로워진다...... 새 폼에 쓸만한 기분이 드네요. 그 발상."

    "너한테 그런 힌트를 주고 싶지 않았은데!?"

     

     린디는 비명을 지르며, 마치 나로부터 보호하려는 듯이 그릇을 끌어안으며 숨겼다.

     

    "방심하면 뭐든지 힌트로 삼기는! 그거 이상한 짓을 하면 내 탓이 되어버리잖아!"

    "이상한 짓이라니 대체 뭔데요."

     

     우주에 새로운 개념을 부여해 신비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해줘.

     나 is GOD.

     

    "유이 양은요?"

    "저, 저는 이런 것이 처음이라...... 간단하다고 들었으니 생초콜릿으로 해볼까 해요."

    "그렇군요, 괜찮을 것 같네요."

     

     물론 당일날까지는 못 버티겠지만, 연습용으로는 딱 좋을 것 같다.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에 비해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같고.

     

    "간단하고 만들기 쉬우니, 시간이 남으면 함께 파운드케이크도 만들어 볼까요?"

    "파운드케이크요......?"

    "후후, 뭐 만들고 나서를 기대하세요. 아마 먹어본 적도 있을 거예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이 양.

     이런데도 신분이 교황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 ...... 린디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도 작업을 시작하죠."

    "네!"

    "일단 춤을 출까요?"

    "네?"

     

     손가락을 튕기자 조리실에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내 주변에 나타난 유성 비트 ...... 가 아닌 유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키델릭한 BGM이다.

     

    "어, 뭔가요 이 노래는 ......?"

    "무료 BGM 사이트에서 가져왔답니다."

    "어디서라고요?"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기억하는 무료 음원을 기합으로 재현했다.

     뭐, 여긴 이세계이니 가사를 쓰면 단속하러 올 것 같은 무서운 단체도 없지만.

     매일 밤 내 방에서 건담 시리즈의 주제가를 부르거나 역대 가면라이더의 변신 포즈를 취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이전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접하는 것은 매우 건강에 좋다.

     

    "자! 초콜릿을 만들기 전에 먼저 춤을 출까요!"

    "뭐? 춤을 출 리가 없잖아?"

    "아니요, 춤을 추는 게 먼저예요!"

     

     눈을 동그랗게 뜬 린디의 손에서 그릇을 낚아채고, 유성의 랩으로 가볍게 감싸서 책상에 올려놓는다.

     이제 양손이 자유로워졌으니 춤출 수 있겠네.

     

    "아......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유이 양의 질문에, 나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면서 말했다.

     

    "제가 레이저 빔처럼 살아가는 최강의 영애라서 그렇사와요!"

    "대답이 되지 않는데요!?"

    "대답이 되지 않는데!?"

     

     자, 열광의 시간이다!

     

     

     

     ◇

     

     

     

     세 명의 여학생이 조리실을 빌렸다는 이야기는 아침에 이미 반 전체가 알고 있었다.

     참가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었고 마리안느도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마리안느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암묵적으로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