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부-01 섬광소녀(2)
    2024년 02월 23일 08시 23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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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교회 지하 구획에서의 전투는 유이 양이 승리했다.

     하지만 본편은 거기서부터였다... 진 씨가 협력 관계의 일환으로 나이트 에덴 녀석한테서 빌렸다는 '카오스'가 폭주하여 현현한 것이다.

     그 녀석, 별 볼일 없는 놈에게 위험한 권한을 빌려주다니.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문제 중 하나는 여기입니다. 우리의 우주는 빠르게 전개되어 하나의 우주로 확립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태양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죠]

    "어, 원래는 없었나요?"

    [존재했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파츠였습니다. 외부에서 공유된 태양의 개념은 이보다 훨씬 더 견고하여,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태양을 덮어쓰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 일단 받아들이는 데는 성공했구나. 다행이다.

     

    [과부하를 견디며 연산은 완료되었고, 태양은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문제없이 태양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오~"

    [...... 하지만 동시에 태양보다 더 크고 뿌리 깊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을 끊은 채, 사지타리우스 씨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음, 뭐야. 설마 반했다던가?

     

    [우리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유일한 신봉자. 당신은 이 일련의 소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냐니....... 상당한 당사자였잖아요........."

     

     팔짱을 끼며 신음했다.

     대부분은 마리아로 활동했으니까.

     

    "뭐, 마리아로 활동할 때는 꽤 즐거웠어요. 신선했고, 주변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마리아로서의 기억, 그 비좁은 아지트에서 살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 놀라울 정도로 즐거운 추억이 많았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도 제가 있어야 할 곳은 따로 있어요. 유이 양이, 로이가, 모두가 있는 곳이에요."

     

     말을 꺼낸 후에야, 나는 비로소 이해했다.

     

    "......아아. 방금의 말이 필요했던 거네요."

    [예. 단순한 말 이상으로 당신의 발언은 저희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회의는 자신을 재정의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마리아라는 인격을 융합한 지금, 제미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부하가 걸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면 ...... 뭐, 그럴 수 없었다는 뜻이겠지만요."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맨 위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은 부드럽고 덧없는 미소를 짓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치 누군가를ㅡㅡ그녀에게 있어서는 잠시나마 확실한 동생이었던 소년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만약 이 사람이 낯선 사람이었다면 자기가 하라며 패버렸겠지만.

     일단 나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젠장, 어쩔 수 없네요. 빚 하나 진 겁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는 기쁜 듯이 더욱 깊게 웃는다.

     얼굴은 똑같은데 이렇게나 다른 인상을 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건 그렇고 ...... 그 가정혹성섭리라는 기술, 재현하려고 해도 전혀 할 수 없는데요. 그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 거죠?"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점점 시야가 흐릿해져 갔다.

     우주인들이 있는 곳에서 내 의식이 퇴거하기 시작했다는 징조다.

     

    "뭐!? 잠깐만!? 쫓아내려고 하는 거죠? 할 일이 끝났다며 바로 버리려고 하는 거 아니죠!? 주인은 저라고요! 이 우주의 창조신이자 유일신인 저의 의식을 바깥으로 휙 내버리는 짓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요!"

    [당하기 직전의 라스트보스 같아서 웃기네요www]

     

     사지타리우스, 너어어!

     아니 잠깐만, 진짜로 알고 싶다고, 요령을 말이야.

     

    [...... 마리안느 피스라운드 씨]

    "아, 알아주셨나요, 사지타리우스 씨?"

    [저희는 지금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니었잖아! 이미 뭔가 끝내는 말투에 들어가 버렸잖아!

     이 녀석들이나 루시퍼나, 왜 내 의식을 제멋대로 불러놓고서, 마지막에는 의미심장한 말만 하고 돌려보내는 거야.

     조금만 더 이쪽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나이트에덴 우르스라그나야말로 다음에 맞닥뜨릴 적입니다. 조심하세요, 그의 권능은 우리와 치명적일 정도로 상성이 나쁘니까요]

    "...... 상성이 좋았던 상대가 있었나?"

    [............]

    "............"

    [......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야."

     

     드디어 시야가 닫히고, 나는 나의 우주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너 정말 어떻게 된 거야 ......?"

     

     연초의 교실.

     참치와 싸우고 나의 생일파티를 열었던 연말연시가 끝난 뒤, 학교는 무사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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