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부-01 섬광소녀(1)
    2024년 02월 23일 08시 21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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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들이 무수히 반짝이는 우주의 한가운데에 있다.

     평소 같으면 무중력 공간에 던져져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곳에서, 신비한 인력으로 지켜지는 나는 투명한 땅 위에 서 있다.

     

     주변에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책상과 의자들이 있다.

     모두 나보다 높은 곳에 놓여 있으며, 거기에 앉아 있는 우주인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중 한 명, 등에 활과 화살을 짊어진 존재가 한 손을 들었다.

     

     

    [그럼 체내 우주 합동 전 마리안느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왜???"

     

     

     나는 피고인과 증인이 서는 곳에 서서는 깜짝 놀랐다.

     눈을 떠보니 이렇다. 루시퍼 녀석에게 불려 갔을 때와 똑같다.

     

    "이건 ...... 무슨 일인가요?"

    [마리안 피스라운드의 내부에서 발생한 우주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끼리 정합성을 취하면서 질서를 재형성하는 것이 본 회의의 목적입니다]

     

     평소처럼 에테르 가정 영역을 통하여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건네는 사지타리우스 씨.

     어조는 부드럽지만, 듣고 있는 이쪽은 머리가 아찔해질 것 같은 설명이었다.

     

    "정말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도 나의 우주에 있을 법한 존재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질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는 한 우주인이 눈에 띄었다.

     

    "당신은 ...... 스콜피온 씨?"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파악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스콜피온 폼을 담당하고 있을 것 같은,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우주인.

     그 녀석은 지옥형제[각주:1]처럼 깁스를 하고서 의자에 앉은 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그 모습은 도대체 왜 ......"

    [멍청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다]

    "뭐야 그게? 쩔어......"

     

     완전히 야구루마 씨잖아.

     왜 내 우주에 야구루마 씨가 있는 건데?

     내가 물어보아도, 그는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지타리우스 씨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눈앞에 영상이 비쳤다.

     그것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순수한 소녀가 운명적으로 만난 소년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장면이었다.

     내가 마리아로 활동하던 시절의 영상이다.

     

    [마리안느 피스라운드는 기억을 잃은 채, 슈텔트라인 왕국의 교회에 공격적인 활동을 하는 일파에게 잡혀갔습니다]

     

     그래, 초거대 눈사람으로 왕성을 공격하려다 로이한테 파괴당하여 그대로 땅에 떨어졌지.

     그래서 기억을 잃은 나를 료라는 소년이 주웠고.

     그는 한때 유이 양과 함께 컬트 교단에서 무도류를 익히고 인간을 파괴하는 방법을 배운, 말하자면 그녀의 동생 뻘이었다.

     

     료가 이끄는 일당은 크리스마스 대예배를 무대로 삼고서 차기 교황으로 유이와 료 중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유이의 승리로 끝났고, 교황이 된 그녀는 료 일당도 교회 세력으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완전한 대단원이다.

     

    [슈텔트라인 왕국 내부의 세력 다툼은 우리와는 상관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어머."

     

     나로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전부 잘려나갔다.

     뭐 이 녀석들, 기억에 없는 내가 강도 사건에 휘말렸을 때 나에게 해가 갈 것 같으면 자연스레 나타나곤 했으니까.

     어라 혹시 내가 막지 않았더라면 왕도를 조금 증발시켰을지도?

     

    [우리는 그때 우르스라그나 중 하나인 '야마토'와 협력하여 '카오스'와 두 번째 교전을 벌였습니다]

     

     사지타리우스 씨가 담담하게 사실을 나열해 나갔다.

     료 일당을 이끈 것은 료였지만, 료와 함께 생활하고 있던 자는 컬트 교단에서 료를 가르치던 진 무라사메였다.

     무도류의 종가인 그는 동시에 타인의 비명과 고통을 밥 먹듯이 섭취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인격파탄자였다.

     그는 이번에 남매처럼 서로를 생각하는 유이 씨와 료를 싸우게 하는데에서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진이 노렸던 것은 두 사람의 동귀어진만이 아니었다.

     교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교황이 대대로 물려받은 권능, '야마토'를 탈취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 번은 그가 완전히 장악하고서 그 힘을 이용해 기사단을 상대로 난동을 부린 적도 있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우리의 유이 양은 『야마토』를 되찾고 우르스라그나로서 완전한 각성을 이루었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녀가 각성한 순간은 정말 종교화의 그것 아니었을까?

     아, 교황이니 진짜로 종교화가 되겠네......

     


     

     

    1. 가면라이더 카부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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