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부-02 초콜릿 디스코(4)
    2024년 02월 23일 20시 46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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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어쨌다는 거지. 너로서는 기뻐해야 할 텐데."

    "냉정하게 생각해 봐. 밸런타인데이는 옛 전쟁의 종전 기념일이라고?"

    "그래, 나도 그렇게 배웠다만."

    "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건데? 이상하잖아. 전혀 이유가 되지 않잖아."

     

     자신이 옳은 말을 하고 있다는 친구의 표정을 보고, 지크프리트는 눈썹을 찡그렸다.

     마리안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이런 비뚤어진 생각을 진지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의 초콜릿에 기뻐하는 것이 백 배는 더 건전한 행동이다.

     

     결과적으로 지크프리트 앞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초콜릿을 상상으로 연성하는 남자와, 밸런타인이 뭔지를 따지는 남자가 나란히 서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자들이 슈텔트라인 왕국에서도 위에서 세는 것이 압도적으로 빠른 비정상적인 전력의 멤버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

     

     지크프리트는 고개를 긁으며 몇 초간 신음했다.

     

    "지금의 너희들은 ...... 그 ......"

     

     그답지 않게 말을 흐리는 모습에 로이와 유트는 눈썹을 모았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붉은 머리의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세상에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이봐, 지크프리트, 우린 친구잖아. 솔직히 말해줘."

     

     유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재촉했다.

     지크프리트는 눈에 띄게 망설이면서 말했다.

     

    "...... 지금의 너희들은 정말 기분 나쁜 동정인 것 같아."

    "생각보다 백 배는 강한 말이 왔어."

     

     로이가 가슴을 움켜쥐며 움찔했다.

     그 파괴력이 너무 커서, 객관적인 시각을 자랑하는 유트조차도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 나이쯤 되면 발렌타인데이 때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 것은 풍습 같은 거니까."

    "그럼 지크프리트, 옛날의 너는 발렌타인데이에 어땠는데......!"

     

     유트는 일말의 저항으로 기사의 부끄러운 에피소드를 폭로시키려 했다.

     이런 한심한 모습에는 동료여야 할 로이조차도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지크프리트는 발렌타인데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팔짱을 낀 채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아니 ...... 부끄럽게도 난 옛날에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잘 몰라서 말이다. 초콜릿을 선물 받을 때도 기사학교의 친구들이 자기가 받은 것을 같이 먹자며 권유받은 정도였다."

    "우와......"

     

     천연 인기남 에피소드를 들으며. 두 사람은 씁쓸한 목소리로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다들 화를 내길래 제대로 혼자서 먹었지. 평소에는 잘난 척하던 동기들마저도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언짢은 표정을 보냈으니까 ......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믿기지 않는군."

    "그건 다행이네요...... 근데 이거, 부끄러움의 벡터가 다르지 않은가요? 우리는 더욱더 비참해지는데요?"

    "화가 나기 시작했어. 시제품이나 받자."

     

     말하자마자, 유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리실의 문에 손을 대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둘이라면 문제없겠지. 아니, 오히려 너희들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게 너무 신기할 정도였다."

     

     호위하는 기사의 동의도 얻었기에, 로이와 유트는 싱글벙글하며 조리실 문을 열었다.

     그곳은 우주였다.

     어둠 속에는 눈부신 빛이 흐르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 폭음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마리안느의 우주가 조리실을 따라 펼쳐져 외부와 차단했던 거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세 소녀는 초콜릿 만들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조리실에 유성의 미러볼의 빛을 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마 가만히 놔두면 계속 춤을 추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

    "............"

    "............"

     

     유트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지크프리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로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곳에서 어른의 역할을 요구받고 싶지 않았다며 기사는 속으로 한탄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10초 정도 고민한 끝에 그는 말을 꺼냈다.

     

     

    "그게 안 되니까, 우리는 아싸가 아닐까?"

    "그 학설에 동의합니다."

    "맞아. 로이, 밥이나 먹고 돌아가자."

     

     

     터덜터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크프리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회의 예배에 춤이 도입되면 싫겠다며 걱정이 조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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