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5장 에필로그 후편 너는 누구냐(1)
    2024년 02월 12일 21시 09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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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틀버그 백작령으로 요양하러 간 세실리아를 배웅한 후,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는 쓸쓸한 표정으로 마차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아,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왜 이렇게 헤어지기 힘든 걸까 ......)



     클라우드의 머릿속에서 세실리아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봄 무도회에 한 번, 그리고 여름 무도회와 왕립학교 편입 면접 등 아주 조금밖에 만날 기회가 없었던 소녀가 클라우드의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성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이 직장 내 일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루틀버그 백작 휴즈의 지적을 통해 조금은 객관적으로 지금의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나이 많은 남자가 딸과 같은 나이의 소녀에게 집착한다니 ...... 내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일이군)



     자신은 그녀에게 불손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여 클라우드 자신이 그것을 믿겠느냐고 하면 ...... 글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또 다른 문제가 부각된다.)



     사랑하는 셀레나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 셀레디아.

     셀레나는 그녀에게 세레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클라우드가 귀족 영애로 키울 테니 평민 시절의 이름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셀레디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사실 세실리아라는 이름을 지을 생각이었지만, 그 아이와 동명이인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만남의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겠지).



     세브레 기사가 발견하고 백작가로 데려온 후부터, 객관적으로 보면 상당히 불합리한 대우를 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갑자기 아버지를 자칭하는 인물에게 불려 갔더니 무뚝뚝한 태도로 대하고, 그 후 귀족의 관습에 따라 교육이 계속되는 나날들. 아버지는 자주 찾아오지 않고, 같은 저택에 있어도 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다.



     예민한 딸이었다면 첫날부터 울면서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냉대였다. 잘 먹고 잘 살게 해 준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육친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너무 사랑이 없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딸을 딸로서 사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리 쉽게 납득할 수 없겠지)



     사랑하는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보는 순간 분명 사랑이 넘쳐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셀레나에 대한 사랑은 샘물처럼 계속 솟아나고 있다. 그래서 분명 딸에게도 같은 사랑을,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설마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줄이야 ......나는 정말 못된 아비로구나)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딸 셀레디아를 멀리했던 것인데, 세실리아가 왕도를 떠난 지금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은 셀레디아와 저녁을 먹고 싶군. 그 취지를 전하게."



    "알겠습니다."



     집사에게 명령하여 셀레디아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승낙을 받았다.



    (우선은 여기부터다. 가족애를 조금씩 키워나가자)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클라우드는 식당에서 셀레디아를 맞이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래 ......앉거라."



    "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린다.



    (...... 침묵이 괴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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