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5장 에필로그 전편 단 2주 간의 히로인(2)
    2024년 02월 12일 20시 12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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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네마리는 그날의 광경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지만, 맥스웰이 혀를 차며 말했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야기가 또 빗나갔네."



    "어머, 이런. 하지만 그건 우리가 논의해야 할 핵심 정보가 부족해서 그런 거예요."



    "성녀만 찾으면 이야기가 단번에 진전될 텐데...."



    "뭔가 명확한 방법을 찾으면 좋겠는데..."



    "다음에 성녀가 대대적으로 활약하는 시기는 10월 말이에요"



    "...... 학교 무도회인가."



    "네, 꿈에서는 이때 마왕에게 조종당한 소년, 부크 키셸이 다시 나타나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지만......"



    "마왕을 봉인했던 검이 반으로 부러져서, 검신의 위쪽 절반은 왕성에 보관하고 있지. 꿈이 아니었던 이 상태가 지금의 마왕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목표는 여기다."



    "학교 무도회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참가할 수 있어. 나도 조금 더 힘을 보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부탁하자, 맥스. 지난번 친목회 때처럼 붕 뜬 존재가 되지 말아 줘."



    "...... 그러니까 그건 네가 분위기를 못 읽고 참여시켰기 때문이잖아?"



     회의는 이리저리 뻗어나갔지만 막상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들의 회의가 진전을 보이려면 역시 퍼즐 조각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



     여자 상위 귀족 기숙사 최상층. 제국 제2황녀 시에스티나는 최상층 발코니에서 왕도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지만, 도무지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저 왕도의 골목을 달리는 마차 안에 그녀도 타고 있는 것일까. 시에스티나의 머릿속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실리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발코니에 몸을 맡기자 무심코 한숨이 흘러나온다.



    "...... 이기고 도망치다니 좀 교활한 것 같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댄스 대결. 결국 마지막까지 리드를 빼앗지 못했다.

     2학기 초에 있었던 불시 시험. 1등을 할 생각으로 도전했지만, 만점이라는 두텁고 높은 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언젠가 너를 이겨서 자랑해 주려고 했는데, 설마 마력 중독으로 왕도에서 사라져 버릴 줄이야)



     학교는커녕 왕도에 있을 수 없게 된다면, 정말 다시는 재회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 아니, 그녀는 봄과 여름 무도회에는 문제없이 참가하고 있으니, 체류 기간을 짧게 하면 겨울 무도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심 섞인 희망에 매달리게 되지만, 시에스티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녀가 왕도를 떠난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 나는 앞으로 왕도에서 인맥을 쌓고 정보전을 벌여 왕국 내에 불화를 일으킬 생각이니까)



     그리고 그 중심지는 틀림없이 이곳 왕도 파르테시아다. 그런 곳에 머물러 있으면 어떤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시에스티나는 가급적이면 세실리아가 그런 일에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 이걸로 됐어. 게다가 그녀가 퇴장했으니 다음 시험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장애물은 크게 줄어든 셈이고. 분명 라이벌은 크리스토퍼가 되겠지. 그가 상대라면 봐줄 필요는 없지)



     왕립학교 2학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정보전의 미끼로 삼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학교 행사는 우선 중간고사, 그리고ㅡㅡ



    "학교 무도회인가. 어떻게 주목을 받아줄까나."



     시끌벅적한 왕도를 바라보며, 시에스티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왕립학교가 쉬는 날, 레긴버스 백작가에 돌아온 셀레디아는 기분이 좋았다.



    "후후, 후후후후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정원을 걷는 셀레디아의 모습에, 호위기사 세브레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다행이다. 학교에 편입한 첫 1주일 동안은 꽤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학교에서도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



     세브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셀레디아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 세실리아라는 계집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구나. 한때는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내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스스로 떠날 줄이야. 아아,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해결하려고 생각하던 찰나에 그 혼절극이 벌어진 것이다. 설마 또다시 시에스티나와 춤을 추며 친해지려고 하는 건가 싶어 분개하여, 레아의 눈물이 나든 고출력 때문에 열이 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실행에 옮기기 전에 기적이 일어났다.



    (분명 신은 나에게 이 세상의 히로인이 되라고 말씀하시는 거야. 신을 믿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기대감을 갖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정원을 산책하고 있자, 아버지 클라우드의 사자가 셀레디아의 앞으로 찾아왔다.



    "어머, 아버님께서 저녁을 같이 들자는 걸까요?"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이에요. 기대한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클라우드에게로 돌아가는 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셀레디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히로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도 조금씩 친해지는 것이 필수적. 그동안 소원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함께 저녁을 먹게 되다니 ...... 좋은 기회가 찾아왔네요. 이것도 당신이 왕도를 떠난 덕분인가 봐요. 고마워요, 세실리아 맥머든)



     한층 기분이 좋아진 셀레디아를, 세브레는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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