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9화 안녕 멜로디(2)
    2024년 02월 12일 19시 26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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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볼일 좀 보러 온 거지?" "아, 멜로디. 아, 멜로디. 차 한 잔 더 주세요."



    "아, 네 ...... 어............"



     오늘 캐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루시아나를 찾았다. 그녀가 캐롤이 알고 싶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였고, 캐롤 자신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돌렸을 때--.







     캐롤에게 복음과도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손수레에 실린 찻잔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하녀가 찻주전자에서 홍차를 따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말하자면 단지 그것뿐. 하지만 캐롤은 그 풍경에 매료되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무심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돌면서 천천히 눈이 부릅뜨였다.



     찻주전자에서 마지막 한 방울이 다 쏟아져 나왔을 때, 찻물이 물결을 일으키며 파문을 일으키는 그 순간, 캐롤은 이 장면이 완성되었다며 전율했다.



     모든 것이 색채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소리, 식기, 차 한 방울까지 모든 것에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핵심이 무엇인지 캐롤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 그래서 계속 ...... 색이, 없었던 거구나."



    "어? 캐롤? 무슨 일이야!?"



     어느새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흥분한 탓인지 호흡이 거칠다. 입에 대고 있던 양손은 이제 가슴을 잡고 있다. 평소보다 빨리 뛰는 심장의 리듬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캐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캐롤? 괜찮아?"



    "아, 안 돼....... 그려야 해. 새겨야 해. 이 넘치는 색채를 잊지 말아야 해! 잊어버리기 전에, 이 넘치는 색채를!"



     캐롤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자, 루시아나와 멜로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돌아갈게요!"



    "어!? 볼일이 있는 거 아니었어?"



    "필요 없어졌어요. 죄송해요, 저, 빨리 돌아가서 그림을 그려야만 해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거든!?"



     캐롤은 루시아나의 혼란을 무시하듯 방을 나가기 위해 걸어 나갔다. 멜로디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여 당황한 표정으로 캐롤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응접실을 나가기 직전에 캐롤은 뒤돌아보며 멜로디에게 말했다.



    "멜로디, 이젠 투명해지면 안 돼. 그 색, 그 넘치는 색채를 잊지 말아 줘."



    "색, 색채?"



     멜로디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흑과 백을 기본으로 한 메이드복 차림이다. 머리도 눈도 검은색이라 색채라기보다는 흑백이지만 ...... 캐롤은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고서, 캐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뛰쳐나갔다.



    "그 아이는 '마력 중독'에 걸려서 휴학한 거 아니었어!? 루시아나 님께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더니 저렇게나 생기발랄해져서 돌아오다니! 대단해! 어메이징!"



    (아아, 하지만 하지만! 지금의 내가 전달할 수 있을까? 내 기술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저렇게 생동감 넘치고, 인생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그 아이를 내가 그릴 수 있을까!?)



     나로서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내 기량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ㅡㅡ!



     그 광경을ㅡㅡ흑발 메이드가 금발 소녀에게 홍차를 끓여주던 그 순간을!



    (나는, 그리고 싶어!)



     방으로 돌아온 캐롤은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선택 수업 신청서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거기에 무언가를 적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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