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8화 잘 가 세실리아(1)
    2024년 02월 12일 00시 02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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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

     왕립학교 의무실에 남자 하인에게 안긴 세실리아가 루시아나와 함께 들어왔다. 안색이 좋지 않아서 사흘 전에 쓰러진 이후 별다른 호전이 없음이 엿보인다.

     의무실 교사의 재촉에 따라 세실리아를 침대에 눕혔다.



    "좋은 아침, 맥머든 양. 기분이 어떠니?"



    "......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계속 멍하니 있었어요 ......"



     세실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의무실 교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힘들어서 그런지 초점이 제대로 안 잡히는 것 같다.



    "그렇구나. 지금부터 검사 준비를 시작할 테니 거기서 좀 쉬고 있으렴."



    "......고맙, 습니다."



     세실리아는 교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천천히 눈꺼풀을 감았다.



    (멜로디, 연기파였구나. 훌륭해!)



     시무룩한 표정으로 세실리아를 바라보는 루시아나는, 마음속으로 멜로디를 칭찬하고 있었다.

     검사 준비를 기다리고 있을 때, 손님이 나타났다.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였다. 그는 세실리아가 잠들어 있는 침대에 다다르자 눈을 크게 뜨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세실리아 양."



    "...... 음.......아, 백작님?"



     연기파 멜로디는, 클라우드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의식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연기의 방침은 '박복한 미소녀'. 클라우드에 대해서도 기운찬 소녀를 연기한다.



    "...... 죄송, 해요. 저, 모처럼 ...... 백작님께서 ......"



    "괜찮아.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일단 검사부터 해보자꾸나."



     마치 감기에 걸린 귀여운 자기 자식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클라우드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실리아가 안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죄, 죄송해요, 백작님. 정말, 속여서 죄송해요!)



     연기를 이어가면서도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는 멜로디 ...... 참고로 멜로디가 클라우드에게 말하지 않은 가장 큰 비밀은 물론 그녀 자신이 클라우드의 친딸이라는 사실이지만, 안타깝게도 멜로디 자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준비되었습니다. 검사를 시작합니다."



     검사용 마도구는 수정 구슬과 같은 모양이었다. 수정 구슬 안에는 무수히 반짝이는 빛의 알갱이가 떠다니고 있는데, 대상의 마력 흐름을 관찰하면 빛의 알갱이가 움직여 상태를 알려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마력의 흐름이 맞으면 빛의 알갱이가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궤도한 기적을 그리게 된다.



     수정구슬에서 뻗어 나온 네 개의 관을 세실리아의 팔다리에 고정하여 드디어 검사가 시작되었다.

     타인의 마력에는 둔감한 멜로디였지만, 자신의 몸을 둘러싼 마력 조절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성녀의 힘에 눈을 뜬 직후부터 완벽하게 제어해 왔기 때문이다.



     정밀한 감지 기술로 체내의 마력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멜로디. 검사 마법구에서 검사용 마력이 멜로디의 체표로 흘러나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한 멜로디는, 더욱더 검사용 마도구의 마력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것은, 이 검사 마법구는 대상의 가장 표층의 마력 교란을 측정하여 심부 마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것을 진단 결과로 표시하는 것 같았다.



    (즉, 체표의 마력을 '마력 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조작해 주면...)



    "이, 이건 ......"



     의무실 교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검사용 마도구와 세실리아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다. 수정 구슬 안의 빛 알갱이들은 전혀 법칙성이 느껴지지 않는 끔찍한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즉, 이것은 .......



    "안타깝게도 세실리아 맥머든 양은 '마력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침묵하는 일행. 그리고 클라우드는 이를 악물다가, 잠시 후 세실리아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세실리아 양, 왕립학교를 잠시 휴학하게. 컨디션의 회복을 우선시하도록."



    (죄송합니다, 백작님 ......)



     클라우드는 눈꺼풀을 감고 잠들어 있는 듯한 세실리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사랑하는 자식에게 하듯이.



     클라우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실리아 양에 대해 학교장에게 전하고 오마."라는 말만 남기고 의무실을 떠났다.





     이렇게 세실리아 맥머든의 짧은 학교 생활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



     9월 27일.

     오늘은 왕립학교가 쉬는 날이다.



     루틀버그 백작가의 문 앞에 마차 한 대가 준비되어 있다. 마차에 올라탄 것은 자줏빛 머리의 미청년 류크. 마차 옆에서 말에 올라타고 있는 미청년은 호위기사 렉트. 마차 안에는 시중을 드는 메이드 마이카와 요양차 왕도를 떠나는 환자 세실리아가 타고 있다.



     오늘, 세실리아는 '마력 중독'의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루틀버그 영지로 요양의 여행을 떠난다. 인원과 마차, 그리고 목적지까지 루시아나 일행이 사전에 협의한 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당초의 계획대로, 루시아나는 아버지 휴즈에게 클라우드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레긴버스 백작이 세실리아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말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상당히 난색을 표했는지, 휴즈의 제안은 대부분 받아들여진 모양새였다고 한다. 그리고 호위에 관한 것도 루시아나의 예상대로였다. 루틀버그 가문에서 준비할 수 있는 호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레긴버스 백작가에서 입후보한 렉트가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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