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가 끝나자, 멜로디는 온 힘을 다해 작별인사를 하는 세실리아를 연기했다. 마차에서 얼굴을 내밀고 힘겹지만 최선을 다해 미소를 지으며, 클라우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백작님, 배웅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실리아 양, 무리하지 않아도 돼. 자, 마차 안에서 편히 쉬도록 하게."
"...... 백작님, 저, 몸이 회복되면 다시 인사드리러 ......"
"그건 반갑지만 우선은 요양에 전념하게.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마."
"네. 언젠가 다시 ......"
"그래, 다시 ......"
세실리아는 어색해하면서도 싱긋 웃었다. 클라우드는 울 것 같은 미소를 지었고, 이내 마차가 출발했다.
"안심하십시오, 각하. 영지에는 저의 동생이 있습니다. 잘 보살펴 달라고 편지로 부탁했으니까요."
"......그래, 잘 부탁한다, 루틀버그 공."
세실리아를 태운 마차는 곧장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클라우드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멜로디 선배, 재회 약속을 한 게 잘한 걸까요?"
세실리아를 태운 마차 안에서 마이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차의 작은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숨도 제대로 못 쉬던 세실리아는 정상적으로 앉아 있었다.
"그래. 역시 이토록 폐를 끼친 백작님과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잖아. 가끔씩은 몸상태가 좋아졌다며 인사드리는 것 정도는 설정상 문제없지 않을까?"
"뭐, 무도회에는 보란 듯이 참가하고 있으니 며칠 머무는 정도라면 문제없을 것 같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백작님께 정말 죄송한 일을 해드린 것 같아. 뭔가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
마차가 어느 정도 나아가자 인적이 드문 길에 도착했다. 마차를 갓길에 세우고 렉트와 류크가 정말 아무도 보지 않는지 확인한 후, 보증을 한 뒤에 마이카와 메이드 복장의 멜로디가 마차에서 내렸다.
"렉트 씨,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네가 세실리아로서 학생이 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끝까지 함께 하기로 결심했었지. 물론 그것은 학생을 그만두는 것도 포함돼 있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렉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여기부터 우리와 멜로디는 따로 행동해도 되는 거지?"
류크가 물었다. 멜로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저택으로 돌아가서 아가씨와 함께 왕립학교로 갈 예정이에요. 다들 지금부터 정말로 루틀버그 영지로 향하는 거죠?"
"그래, 나는 각하께서 세실리아를 지키라고 말씀하셨으니 도중에 돌아가면 큰일 나니까."
"나으리께서 휴버트 님께 보내는 편지를 맡아두고 있고, 슬슬 휴버트 님도 무너진 저택 문제로 왕도에 오실 예정이라서 이 마차로 데리러 와줬으면 싶은 참이니까."
"그럼 왕복 열흘과 일정 조정에 사흘이나 닷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최대 15일 정도 걸리는 여행인가요."
"뭐, 그 정도겠지."
"길어요!"
여행의 길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은 마이카였다.
"하지만 지난번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마이카."
"가장 큰 문제는 멜로디 선배가 동행하지 않는 거예요! 생활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요! 적어도 전에 사용했던 마법의 통나무집이라도 없으면 힘들어요!"
왕립학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 중 숙박시설로 만들었던 마법의 통나무집. 확실히 그것이 없으면 텐트나 야영이 주를 이루고 가끔은 숙소에서 자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면 다룰 수 없고 ......"
"그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안이 있어요! 멜로디 선배의 마법으로 닷새 후에 우리를 루틀버그 영지 앞까지 보내주세요. 그 동안 우리는 저택에서 일할 테니까요."
마이카의 제안에 멜로디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두 사람의 의견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왕도에서 휴식을 취한 후 이동할 수 있다면 그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멜로디 일행은 모두 마차와 함께 루틀버그 백작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럼, 미안하지만 셀레나, 렉트 씨 일행을 잘 부탁할게."
"맡겨 주세요, 언니. 다만, 저는 루틀버그 영지에 가본 적이 없으니 모두를 보내는 것은 부탁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멜로디, 이제 가자~!"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
"네, 언니 ......"
멜로디는 셀레나에게 빙긋 웃으며 루시아나가 타고 있는 마차로 달려갔다. 셀레나는 즐겁게 달리는 멜로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ㅡㅡ갑자기 의식이 끊어졌다.
서 있는 상태에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꺼풀이 올라갔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이며 멜로디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이윽고 마차에 다다르자, 멜로디는 다시 돌아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가볼게, 셀레나!"
"다녀오세요!"
멜로디의 인사에 셀레나도 대답했다. 멜로디가 마차에 올라타자, 셀레나는 달려가는 마차를 향해 부드럽게 손을 흔들었다.
"...... 다녀오렴. 나의 귀여운 세레스티."
마차가 보이지 않게 되자 셀레나는 흔들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셀레나는 눈을 떴다.
"어머? 언니는?"
왜 멜로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