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내게 민폐 끼치지 마. 얼른 마력을 멈추고 이름을 지워버려."
계속 외모에 변화가 없는 카밀라를 향해 그렇게 외친 알프레드도 물론 그 중 한 명이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지금까지 어울리지 않는 지위에 집착했던 카밀라에게 마치 정의로운 자신이 벌을 주는 것만 같은, 그런 고양감마저도 그는 느끼고 있었다.
알프레드 일행의 기대와 악의에 찬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카밀라는 측근 후보로부터 받은 계약서를 손에 쥐고 힘을 주었다. 모두가 드디어 카밀라의 마력이 멈출 줄 알았던 그 순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
그때 그녀의 모습에는 조금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의 카밀라였다.
"이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이름도 지우지 않고 계약서를 파기하다니, 약혼 파기를 하지 않겠다는 거냐!!"
이를 본 알프레드가 소리쳤다. 가증스러운 카밀라가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든지, 아니면 제발 그만해 달라고 울부짖으며 자신에게 애원하든지, 어느 쪽이든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하지만 카밀라는 그런 알프레드의 분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력에 의한 계약서는 계약자의 이름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절대로 파기할 수 없어요. 찢어졌다는 것은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뜻이니 안심하세요."
"거짓말 마! 너 전혀 안 변한 것 같지 않잖아! 누군가가 마력을 부어주고 있다는 말이냐?"
"아니요, 갑작스러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없어요. 애초에 저는 평소 자신의 외모에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마력을 멈춰도 변화가 없는 거죠."
카밀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알프레드가 경멸했던 것처럼, 카밀라는 눈에 띄게 아름답지 않다. 피나처럼 만들어진 아름다움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진 마력을 아낌없이 자신을 위해 사용하며 외모를 가꾸는 귀족 영애들 사이에 둘러싸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카밀라의 말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알프레드는, 곧바로 측근 후보 중 한 명에게 카밀라가 파기한 계약서를 확인하게 했다. 그는 마도대신을 아버지로 둔, 그의 측근 후보 중 가장 마력이나 그와 관련된 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게 했는데, 카밀라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으며 그녀의 말대로 계약서는 양측의 마력이 끊어진 상태로 정상적으로 파기되어 있었다.
카밀라를 욕보이려던 알프레드는, 아무렇지 않은 카밀라를 보며 속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약혼이 공식적으로 파기된 이상 카밀라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는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여, 카밀라에게 자신이 왕가의 혈연적 약혼자가 될 자격이 없으며, 다시는 약혼자가 되지 않겠다는 내용을 서약하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은 속이 풀린 알프레드는 그 일이 끝나자 그의 부모가 약혼녀의 증표로서 카밀라에게 준 목걸이와 브로치를 빼앗고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그녀를 강당에서 쫓아냈다.
계획이 조금 어긋났지만, 왕가를 상징하는 색인 짙은 보라색 목걸이와 브로치를 새로 약혼녀가 된 아름다운 피나에게 선물할 때쯤의 알프레드는 그런 일은 완전히 머릿속 한 구석으로 제쳐두고 있었다. 자기 옆에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피나에 만족하고, 카밀라가 자신의 외모를 위해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따위는 이미 신경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