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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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7일 22시 02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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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밀라 베르그만,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그래서 사교계 시즌을 앞두고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전,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알프레드가 그렇게 선언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드디어 이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알프레드는 옆에 있는 피나를 껴안으며, 홀로 서 있는 카밀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의 왕비가 될 능력이 없다는 것은 그 초라한 모습만 보아도 명백하다!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나는 이 아름다운 피나를 새로운 약혼녀로 삼겠다. 미래의 왕비라면 왕궁의 진홍색 장미라 불리는 나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피나는, 이 아름다움에서 알 수 있듯 이제 막 싹을 틔울 아름다운 새싹이다. 앞으로 내 곁에 서는 것은 마력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그녀여야만 한다."



    그렇게 호명된 피나는 알프레드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승리의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피나는 카밀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카밀라 님. 하지만 알프레드 전하께서 꼭 배우자로 삼고 싶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어요. 왕가의 뜻에 일개 귀족영애인 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답니다. 괴로우시겠지만, 원망하실 거라면 부족한 자신의 마력량을 원망해 주세요."



    그 말에 피나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비웃음과 조롱이 터져 나왔다. 왕가에 걸맞지 않은 전하의 약혼녀에서 그저 마력 없는 소녀로 전락한 카밀라를 모두가 비웃었다. 자신을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카밀라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약혼 파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것이 왕가의 뜻이라면 저도 피나 님과 마찬가지로 알프레드 전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나중에 계약서의 파기에도 응하겠사오니, 그때 다시 명령해 주세요."



    고위 귀족의 약혼은 마력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어린 나이에 약혼한 알프레드와 카밀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계약서를 파기하려면 서로가 자신의 마력을 모두 멈추고, 계약서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지운 뒤 종이를 찢어야 했다. 마력을 멈추면 자신에게 걸린 외모에 대한 매력을 높이는 힘도 잠시 사라진다. 그래서 계약서 파기는 주로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카밀라는 그런 의도로 발언을 했지만, 알프레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그 발언을 부정했다.



    "그럴 필요 없다. 폐기처분은 지금 여기서 한다."



    주위는 알프레드의 그 발언에 놀랐다. 귀족이 사람들 앞에서 마력을 멈추는 것은, 대중들 앞에 알몸으로 내던져지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마력에 의한 외모 보정은 큰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 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사랑스러운 피나와 내 측근 후보들이 나를 대신해 마력을 쏟아부을 테니까."



    알프레드의 주변은 측근 후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에 비해 카밀라는 홀로 서 있다. 알프레드가 카밀라에게만 망신을 주기 위해 이런 말을 꺼낸 것은 분명했다.



    측근 후보 중 한 명이 이미 알프레드의 이름이 사라진 계약서를 카밀라에게 건넸다. 왕자의 겉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마력을 멈춘 듯했다.



    계약서를 받은 카밀라의 모습에 모두가 주목했다. 일부 아가씨들은 못 보겠다며 시선을 돌리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은 앞으로 카밀라에게 닥칠 수모를 속으로 기대하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닥칠 불똥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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