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그 무렵 강당에서 쫓겨난 카밀라는 교문 앞에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 후에 열리는 친목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차는 꽤 기다려야 올 예정이었다. 학원의 사무실로 가서 집으로 연락을 취해야 하나 고민하던 카밀라 앞에, 마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도대체 어느 가문의 마차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는 걸까 싶어 카밀라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마차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타난 것은 항상 피나가 당하던 괴롭힘을 뒷수습하던 측근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베르그만 후작영애, 알프레드 전하의 명령에 따라 자택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하께서? 일부러 제 귀가 수단을 마련해 주셨나요?"
"예. 전하께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약혼녀와 환담을 즐기신다고 합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저를 통해 당신을 빨리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함께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폐를 끼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죄송하지만, 저를 집까지 태워다 주세요."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자, 손을."
카밀라는 그의, 레스토아 후작의 아들 다리오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라탔다.
베르그만 가문은 왕도 중심부에 저택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학원에서 집까지는 마차로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다리오와 카밀라는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항상 사무적으로 다리오가 카밀라를 도와주는 정도였기 때문에 그저 얼굴을 아는 사람 정도의 관계였다. 그래서 마차 안에서 두 사람 사이에 대화 등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바퀴가 노면을 두드리는 규칙적인 소리만 마차 안에 울려 퍼졌다.
마차가 베르그만 저택에 도착하자 그 유일한 소리마저도 사라졌다. 쾅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인의 손에 이끌려 마차에서 내리려던 카밀라가 다리오를 돌아보고 그를 향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레스토아 후작 영식님, 여기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전하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카밀라는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지금까지 알프레드의 약혼녀로 눈에 띄지 않게 지내온 그녀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왠지 모르게 자신감에 찬 미소를 담고 있었다.
"전하라면 그런 여자는 그냥 걸어서 돌아가라고 명령하셨을 거예요. 거짓말을 잘 못하시네요."
카밀라의 그 말을 듣고, 그전까지만 해도 심약한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던 다리오도 그녀에 이끌리듯 자신의 본모습을 살짝 드러냈다.
"하하, 그렇게 말하는 편이 당신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대답을 들은 카밀라는, 이번에야말로 큰 소리로 웃었다. 계속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카밀라에게 다리오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소개해드리지만, 저는 레스토아 후작가의 다리오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리오 님이시군요. 하지만 저는 이제 전하와는 무관해요. 피나 님도 저를 신경 쓰지 않으실 테고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당신과 접촉할 일이 없을 거예요."
"아니요, 전하와는 상관없이 당신은 저와 관계하게 될 겁니다."
그런 예언 같은 말을, 다리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리오 님은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그럼 그 기회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럴 리가 없다. 말투에 그런 뉘앙스를 담아서 카밀라는 그렇게 말하고 마차에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