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소중한 친구2024년 01월 05일 03시 29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본화는 단행본 발매 기념으로 쓴 유제니 시점의 사이드 스토리입니다.
"유제니 님!"
그랑벨 후작가를 방문한 나를, 에디스 님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는 라이오넬 님과 똑같은 결혼반지가 빛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에디스 님. ...... 아체 님도 안녕하세요."
에디스 님의 뒤에서 슬쩍 얼굴을 내민 아체 님에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정말 귀여워)
작은 천사 같은 아체 님이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예전에는 나를 볼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외면하고 도망치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다가와 주는 것에,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에디스님 덕분이야)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인 에디스 님. 그녀는 중병으로 누워있던 라이오넬 님을 도와주셨을 뿐만 아니라, 깊은 후회 속에서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도 부드러운 빛을 비춰주신 것 같다.
내가 저지른 일은 지금 생각해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에디스 님은 그런 나를 친구로 맞아주시고 따뜻한 미소로 감싸주셨다. 아체 님도, 그리고 라이오넬 님까지 지금 나에게 웃어주시게 된 것은 에디스 님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랑벨 후작가의 분위기도 에디스 님이 오시고 난 뒤로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런 에디스 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평민으로 살아온 에디스 님이 귀족으로서의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을 조금이나마 돕고 있지만, 나로서는 명목상의 도움일 뿐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에 매번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날은 내 약혼남인 크레이그 님이 라이오넬 님과 함께 외출 중이라고 해서, 크레이그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에디스 님의 방에서 지난번의 학습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왠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진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디스 님, 오늘은 왜 그러세요?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나는 에디스 님이 학업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항상 마른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리고 즐겁게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눈부신 배움의 속도로 이어지는 것 같다. 듣자하니 오크리지 백작가에 계실 때에도 이 젊은 나이에 약품 거래의 대부분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관련 지식을 잘 연결시키는 능력도 실제 상거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겠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도 왜 저럴까 하며,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에디스 님이 이런 표정을 짓다니 드문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람?)
그녀는 옆을 지나가던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잘 알아채셨네요, 유제니 님. 혹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네, 물론이죠. 제가 조언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에디스 님의 방에 들어가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는 의자에 셋이 앉자,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다음 달에 처음으로 야회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어머! 정말 잘됐네요."
나는 야회장에서 늠름한 라이오넬 님과 나란히 서 있는 귀여운 에디스 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다시 야회에 참석할 수 있을 만큼 라이오넬 님의 몸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깊은 안도감과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교계에서도, 중병으로 누워있던 라이오넬 님이 에디스 님의 도움 덕분에 회복되었다는 흐뭇한 소문이 돌고 있답니다. 다들 에디스 님을 환영하고 있어요."
내가 옆에 앉은 아체 님을 보자, 그녀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게다가 에디스 새언니를 만나면 누구나 새언니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런데, 에디스 님은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세요?"
내가 이렇게 묻자, 에디스 님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야회에서는 춤을 추는 기회도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저는 춤을 잘 추지 못해서요. 라이오넬 님께서 연습을 도와주신다고는 하셨는데, 저 때문에 라이오넬 님까지 망신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 ......"
마음이 편치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에디스 님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오크리지 백작가에 있을 때에도, 자주 야회에 참석했던 의붓언니께선 [세련된 귀족들이 모이는 화려한 야회는 시골뜨기인 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야. 만약 참석하면 창피만 당할 테니 절대 가지 마]라고 몇 번이나 경고하셨어요. 솔직히 많이 불안해요."
(아. 에디스 님에게는 오크리지 백작가에서의 저주가 아직도 남아있는 거구나)
평민 출신인 에디스 님은 오크리지 백작가의 수양딸로 입양된 후 불합리한 학대를 당했다고 크레이그 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렇게 착하고 성실한 에디스 님의 마음인데, 감히 그녀를 깎아내리는 말로 이렇게나 깊은 상처를 입혔다니 가슴 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무심코 두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에디스 님. 저는 에디스 님만큼 라이오넬 님과 잘 어울리는 분을 알지 못해요. 누구보다도 따스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인하고 똑똑한 분이라, 누가 봐도 후작부인에게 어울린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래요! 제가 가르쳐 준 매너도 에디스 새언니는 순식간에 익힌걸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후후, 두 분 다 친절하시네요. 고마워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에디스 님에게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까 에디스 님께선 조언을 해준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네. 유제니 님은 지금까지 많은 야회에 참가하셨잖아요? 야회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주의해야 할 점 등이 있다면 알려 주실 수 있나 싶어서요."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에디스 님에게, 나는 윙크를 보냈다.
"그럼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라이오넬 님을 신뢰하며, 가슴을 펴고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에요. 크레이그 님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야회에서는 완벽하게 에스코트해 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어도 라이오넬 님이 잘 대응해 주실 것이고, 춤도 그가 알아서 잘 리드해 주실 것이 틀림없거든요. 에디스 님은 어깨에 힘을 빼고 라이오넬 님에게 맡기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거예요."
"정말인가요? 그럼 다행이네요 ......"
에디스 님이 드디어 웃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기쁘게 생각되어, 나도 웃었다.
"게다가 춤도, 라이오넬 님이 친절하고 정중하게 가르쳐 주실 거예요. 춤 연습도, 첫 야회도, 모두 즐겁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아체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나요?"
"네, 맞아요!"
"......! 그, 그렇군요 ......!"
우리의 말에, 에디스 님의 볼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라이오넬 님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이렇게나 소녀소녀하고 귀여운 면이 있다니, 나조차도 깜짝 놀랐다.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라이오넬 님처럼 에디스 님을 선택하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에디스 님을 바라보았다.
(에디스 님과 친구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마음을 열고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에디스 님밖에 없다. 어째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이 잘 통하여,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았다. 이게 바로 마음이 맞는다는 것일까? 머지않은 장래에 내가 크레이그 님께 시집가면, 에디스 님이 형님이 되어 주실 거라 생각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마차 바퀴와 말발굽 소리가 저택 밖에서 들려왔다. 가볍게 의자에서 내려온 아체 님은 창가에 서서 문밖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들이 일찍 돌아온 것 같아요!"
"그럼, 데리러 갈까요?"
행복하게 웃는 에디스 님의 말에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후의 그녀는 라이오넬 님에게서 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에디스 님이 자신감을 가지고 야회에 임할 수 있도록, 나도 뒤에서나마 응원하고 있다.
현관을 향해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아체 님이 슬며시 다가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발돋움을 하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까는 에디스 새언니를 격려해줘서 고마워요."
"별일 아니었어요. 격려라기보다는 제가 생각한 것을 그냥 말한 것뿐이니까요."
아체 님이 빙그레 웃어주었다. 아체 님도 나도 에디스 님을 사랑하는 동료이자 동지라는 것을 느낀다.
"다녀왔어."
현관문이 열리면서 라이오넬 님과 크레이그 님의 모습이 보였다. 라이오넬 님은 마중 나온 에디스 님을 보자마자 사랑스럽게 안아주었다. 두 분의 다정한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크레이그님도 저를 바라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사랑하는 분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체 님도 발걸음을 재빠르게 하며, 미소와 함께 오빠들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 웃음이 넘쳐흐르는 순간을 말로 표현한다면, 행복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랑벨 후작가는 정말 따뜻한 곳이구나)
현관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오후의 햇살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단행본 버전에서는 외전 3편이 추가되었고, 본편도 추가 및 수정이 이루어져 분량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이 사이드 스토리에서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첫 야회의 이야기도 외전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으니, 에디스와 라이오넬의 야회 장면은 꼭 단행본에서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언니 대신에, 남은 수명이 1년이라는 후작 자제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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