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장8(1)2023년 09월 04일 21시 34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이 가증스러운 힘이 처음 발동한 것은, 마왕의 군대가 이 성을 공격하여 마왕이 직접 결계를 뚫고 신전으로 왔을 때였다.
마왕은 눈앞에서 알렉시아의 목숨을 앗아간 후 나를 죽였다.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보다, 알렉시아가 죽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나는 10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어린 알렉시아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알렉시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작은 손으로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다시는 이 아이를 죽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무녀의 역할을 물려받았을 때, 힘과 함께 역대 무녀들의 기록도 함께 물려받은 것이다.
[세계편찬]
신이 자신의 권속인 무녀 일족을 영속시키기 위해, 그리고 마왕에 대항하기 위해 부여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능력.
무녀는 수명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죽었을 때만 이 능력이 발동한다.
이 힘은 마왕과의 싸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어 왔다.
가신의 반란, 배우자인 왕의 배신, 암살 등 평상시에도 발동한 사례는 많다.
다만 그것들은 여러 번 '세계편찬'을 필요로 할 만큼의 일은 아니었다.
오직 마왕과의 싸움에서만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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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계편찬』에서 한 일은 마왕군에 대항하는 연합군의 결성이었다. 용사라는 개인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나라를 움직여야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인 국왕을 설득하고 주변 국가들도 설득해 일찍부터 마왕군에 대한 대비를 해나갔다. 침공 경로와 공격 패턴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만반의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덕분에 연합군은 선전을 펼쳤고, 마왕군을 격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몇 번을 격퇴해도 마왕군은 금세 다시 공격해 왔다. 활성화된 마물들을 포섭해 전력을 보강하여 쉴 새 없이 공격을 반복했다. 결국 연합군은 지쳐갔고, 전선이었던 국가가 무너지자 연합군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두 번째 『세계편찬』에서는 연합군으로 공세에 나설 것을 생각했다.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적의 본거지를 공격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마왕의 영토로 원정을 가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설령 승리하더라도 영토적, 금전적 이득이 거의 없다. 게다가 아직 마왕군은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원정 계획은 좌절되었고, 결국 마왕군의 침략을 허용하게 되었다.
왕국을 침공하는 마왕군을 보며, 나는 결심했다.
결국 세 번째 이후의 『세계편찬』에서는 전통대로 용사를 찾게 되었다. 나라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수의 정예로 마왕을 물리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젊은 세대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아서, 검성 레온, 성녀 마리아, 현자 솔론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특히 레온은 가문, 실력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용사 후보의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막상 마왕령에 보내보니 고귀한 가문에서 자란 탓에 모험가다운 여정에 적응하지 못했고, 마인들의 흔들기 - 보호해야 할 인간에게 배신당하는 등 - 에도 잘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게 된다.
다음 후보는 마리아였다. 승려를 용사로 삼는 것에 다소 망설여졌지만, 그녀는 좋은 의미에서 성격이 나빴고, 인심을 휘어잡는데도 능숙했다.
마리아는 예상대로 순조롭게 여행을 진행했다. 동료를 잘 활용하고, 마족의 공격에 대처하기는커녕 오히려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파티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진심으로 믿지 못하면서 점차 무너져 내렸다. 그리하여 강력한 마족을 상대할 때 파티는 궤멸되어, 그녀는 1년여 만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세 번째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솔론이었다. 그는 성격에 문제가 있어 레온이나 마리아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지만, 마력과 지략이 뛰어났다. 내가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그에게 주자, 그는 이를 십분 활용해 마왕령 깊숙이 침투해 무려 마왕과 대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마왕과의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어서, 결국 그는 절망 속에서 죽어갔다.728x90'판타지 >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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